"보증금 못받고 쫓겨날 판"…경매 낙찰업체 "협상 결렬"
24일 오전 11시 대구 중구 하서동 영진아미고 호텔(구 금호호텔) 입구. 이곳에서 과격한 몸싸움이 벌어졌다. 호텔 안으로 들어가려는 건장한 남성 20여 명과 이들을 막는 사내 10여 명이 온 힘을 다해 서로 밀치면서 거친 욕설과 고성이 오갔다. 호텔 앞에는 '강제집행'이라는 빨간 조끼를 입은 일꾼 수십 명이 문이 열리기를 기다렸다. 이날은 대구지방법원에서 '부동산 인도 강제집행'을 실시하는 날이다. 21층 스카이 라운지 사장 이모(58) 씨가 건물을 비우지 않자 채권자인 ㈜구택건설이 법원에 강제집행을 신청한 것. 이 씨는 강제집행에 맞서기 위해 용역업체 직원을 동원해 이를 막았다.
이날 오전 아미고호텔 앞에서 법원의 강제집행에 반발하는 호텔 세입자 측과 법원 관계자들이 격하게 대립했다. 20분 넘게 대치 상황이 계속되자 법원 배지를 단 남성들이 망치를 가져왔다. 이들이 유리문을 깨고 건물 안에 들어가려 하자 이 씨가 두 손을 들면서 더 심한 충돌은 발생하지 않았다.
이 같은 문제는 법원 경매에 나온 아미고호텔이 서울업체인 ㈜구택건설에 낙찰되면서 시작됐다. 당시 4차례 유찰됐던 호텔은 지난해 9월 66억6천만원을 써낸 구택건설에 넘어갔다. 그 뒤 건설사 측은 호텔 세입자 6명과 각각 협상해 법정 금액 안에서 합의금을 마련해 전달했다.
하지만 스카이 라운지 사장 이 씨와 1층 커피숍 사장 등 세입자 4명은 아직 합의하지 않은 상태다. 이 씨는 구택건설 측이 자신에게 합의금을 주지 않기 위해 강제집행 카드를 들고 나왔다고 주장했다. 이 씨는 "건설사와 단체로 협상할 당시 '이사 비용 등 3억원을 주면 세입자들과 나눠 가지겠다'고 요구했으나 건설사는 합의금을 적게 주려고 세입자들을 따로 불러 협상했다"며 "보증금 1억5천만원을 내고 호텔에 들어왔는데 돈 한 푼 못 받고 쫓겨나게 생겼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구택건설 관계자는 법정 금액 한도 내에서 합의금을 제공하려 했으나 이 씨가 합의 당시 지나치게 높은 금액을 요구해 협상이 이뤄지지 않은 것이라고 맞섰다. 구택건설 관계자는 "이 씨는 처음에 세입자 10여 명의 합의금 명목으로 8억원을 제시했고 이후 3억원을 달라고 요구했다. 우리는 이 씨와 단체 협상을 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세입자 6명과 따로 협의해 적절한 보상금을 전달했으며 이 씨와는 끝내 합의하지 못해 법원에 강제집행을 신청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아미고호텔은 1946년 5층 건물(금호호텔)로 출발해 1982년 대화재로 10명이 숨지는 사고가 발생, 1986년 지하 2층 지상 19층 건물로 거듭났다. 지역 대표 호텔이라는 명성을 얻었으나 경영난으로 1993년 호텔업계 최초로 법정관리를 받았으며 2003년 경매(낙찰가 131억원)를 통해 소유주가 바뀌었다. 그래도 경영이 어렵자 2008년 감정가 207억으로 법원 경매 매물로 나왔다.
황수영기자 swimmi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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