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휴가철이 다가왔다. 올해는 경기회복세와 맞물려 해외여행객이 어느 때보다 크게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해외여행의 묘미 중 하나는 쇼핑. 면세점을 통해 20% 정도 싼 가격으로 쇼핑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사실 벼르고 별러 쇼핑에 나서는 이들도 많을 터. 하지만 해외여행이 활성화된 지 20여 년을 훌쩍 넘어섰지만 아직도 입국 때 휴대품 통관 규정을 정확히 모르는 이들도 상당수다. 이 때문에 세관에 적발되는 경우도 적잖다. 해외여행 시 지켜야 할 휴대품 통관 규정에 대해 알아봤다.
◆너무 낮은 면세 기준
해외 여행이 잦은 싱글녀 김모(36'대구시 달서구 죽전동) 씨는 해외에 나갈 때마다 면세점에서 명품 핸드백을 하나씩 구매한다. 하지만 구매할 때는 기분 좋게 신용카드를 긁지만 입국할 때마다 세관에 적발되지는 않을까 안절부절해야 하는 것이 영 불만이다. 여간해서는 현행 면세기준을 지키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현재 세관이 정하는 정확한 입국 면세범위는 미화를 기준으로 400달러까지다. 이와 별도로 1ℓ이하 주류 1병(400달러 미만)과 담배 1보루, 60㎖ 이하의 향수는 추가로 세금을 면제받을 수 있다. 많은 경우 여행객들이 "면세점에서 3천달러까지 구매할 수 있다"는 직원 말을 듣고는 면세 구매 한도인 3천달러를 면세범위로 착각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것은 외국에 선물하거나 해외여행 중 사용할 물품의 경우이며, 이를 다시 국내로 가져올 경우에는 400달러를 제외한 나머지 금액에 대해서는 세금을 내야 한다.
하지만 해외여행을 한번이라도 다녀온 사람이라면 400달러라는 면세 기준이 너무 낮다는 것을 실감했을 것이다. 현행 400달러 기준은 무려 23년 전인 1988년에 마련된 것이다. 이 때문에 현실과 너무 동떨어졌다는 지적이 터져나오고 있다. 국민 소득 향상과 물가 인상 등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다 보니 어차피 지키지 못할 기준이 되고 있다는 것.
이 때문에 현재 관세청에서는 면세범위 상향 조정을 검토 중이다. 현재 진행 중인 조세연구원에서의 연구 용역이 완료되는 대로 7월쯤 공청회를 갖고 관계부처 협의를 거쳐 연말까지는 면세기준 상향을 최종 확정할 계획이다. 인상폭은 30~50% 선으로 예상되고 있다. 관세청은 면세범위를 좀 더 현실화하는 대신 휴대품 신고'검사는 강화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외국의 면세기준을 보면 미국은 800달러, 중국 750달러, 일본은 2천405달러이며, OECD 국가의 평균 면세기준은 720달러다.
관세청에 따르면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1988년 4천548달러에서 지난해 2만500달러로 4.5배, 소비자 물가는 같은 기간 2.6배 증가했다. 이런 가운데 지난해 국내 입국자(1천913만여 명) 중 휴대품 검사를 받은 여행객은 2.5%인 47만6천여 명으로, 이 중 면세 기준을 넘겨 세관에 유치된 건수는 절반인 23만6천여 건에 달했다.
◆대구공항, 의약품 적발이 가장 많아
올들어 대구국제공항에서 휴대품 유치 건수는 모두 163건. 이 중 의약품이 56건으로 가장 많고, 모조상품이 37건, 핸드백'시계 등 신변용품이 19건, 식품 14건, 사무잡화 등 상용물품이 8건, 술 8건 등으로 집계됐다.
대구세관 권오엽 휴대품 과장은 "대구공항의 경우 중국 노선이 많은 데다 노인층 관광객이 많다 보니 다른 공항에 비해 휴대품 유치 건수가 적고, 상대적으로 의약품 적발이 많다"고 설명했다. 반면 인천공항의 경우에는 주류가 가장 많은 건수를 차지하고 핸드백과 고급시계류, 화장품이 뒤를 잇는다.
입국과정에서 세관에 적발된 유치품을 되찾으려면 품목별로 적게는 구입가격의 20%에서 많게는 2배에 이르는 세금을 내야 한다. 핸드백이나 지갑 화장품 등은 20%의 간이세율을 적용받지만, 의류와 신발은 25%, 향수는 35%, 담배 54%의 세율이 적용된다. 주류의 경우에는 위스키는 가격의 132%, 와인은 76%가 세금으로 붙다 보니 간혹 구입가보다 더 많은 세금을 물어야 하는 경우도 있다. 또 고의로 관세신고를 하지 않은 경우에는 30%의 세금이 가중된다. 권 과장은 "대부분의 경우 입국시 세금을 내고 물품을 가져가는 경우가 많지만, 뒤늦게 찾으러 오는 경우도 일부 있으며, 아예 되찾아가기를 포기하는 사례도 있다"고 했다.
유치된 물품에 대해서는 1개월 동안 보관 후 관세법 제208조와 212조에 따라 공매처분되거나 국고에 귀속된다. 이때는 공매'매각되면 세금과 각종 비용을 제외한 나머지 금액에 대해서는 반입자에게 되돌려 준다. 보석이나 악기류, 밍크제품 등은 가격을 정확하게 파악하기 어려운 탓에 전문가의 감정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공매'매각될 때는 감정비용 등도 판매금액에서 제외한다.
◆손바닥 안에 있소이다
여행객들 중에는 "신용카드를 사용하면 구매 기록이 남지만 현금을 사용하면 괜찮다"는 잘못된 정보를 가지고 있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권 과장은 "면세점 구매 기록은 모두 세관으로 통보되기 때문에 현금을 사용하든, 신용카드를 사용하든 세관에서 모두 내용을 파악하고 있게 마련"이라고 설명했다.
구매한 물품을 몸에 휴대하지 않고 트렁크에 쏙쏙 숨겨 들어오는 사람도 있지만 이 역시 세관의 눈을 피하기는 어렵다. 비행기에서 내려진 짐은 모두 세관의 엑스레이 검색 과정을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권 과장은 "엑스레이 검색을 통해 총이나 술병 모양, 그 외 의심스러운 물품의 형태가 감지될 경우에는 트렁크에 '실'(seal'표식)을 붙여 휴대품 검색을 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또 면세 금액과 상관없이 반드시 신고해야 하는 품목도 있다. 각종 마약류와 비아그라 등 오'남용이 염려되는 의약품과 여러가지 수입제한 물품 등이다. 안전 문제를 일으킬 수 있는 총포, 도검, 장난감 총도 포함된다. 장식용이나 서바이벌 게임용 총포나 실탄이라 하더라도 경찰청장의 수입허가가 필요하다. 지적재산권을 침해하는 일명 '짝퉁' 물품도 반입할 수 없다. 상아, 해구신, 웅담과 같은 멸종위기에 처한 야생 동식물과 이를 이용한 가공품도 반드시 신고를 해야 한다.
한윤조기자 cgdream@msnet.co.kr
# 알면 유익한 관세 상식…외국서 오는 모든 물품 총 15만원 넘으면 관세
▷고가, 명품일수록 관세율이 높다?=그렇지는 않다. 세율은 품목별로 정해져 있기 때문이다. 보석'귀금속'고급시계'사진기 등은 가격의 50%를 세금으로 내야 한다. 만약 개당 가격이 200만원 이하일 때면 20%의 간이세율이 적용된다.
▷외국에서 보낸 선물도 관세가 붙는다=외국에서 오는 모든 물품은 세관의 통관 절차를 거치며 관세가 붙는다. 이때 물품가격과 운송료, 보험료를 합쳐 15만원이 넘으면 세금을 내야 한다. 만약 해외 인터넷 쇼핑몰에서 청바지를 구매했을 경우 14만원짜리는 면세지만, 16만원일 경우에는 그 가격에 대한 세금을 내야 한다.
▷비아그라는 처방전이 있어야=비아그라나 근력강화제와 같이 오'남용 우려가 높은 의약품은 반드시 의사 처방전이 있어야 한다. 중국 관광객들이 많이 구매하는 한약의 경우에는 우황청심환 30알, 발모제 2병(100㎖), 녹용 150g 범위 내에서 반입 가능하다.
▷애완동물도 관세가 붙는다=외국에서 애완동물을 들여올 때는 다른 물품과 합쳐 가격이 400달러를 넘으면 세금을 물어야 한다. 이때 애완동물의 가격은 구매 영수증 가격이 우선 인정된다. 영수증이 없을 때는 세관에서 정해놓은 가격을 적용한다. 또 애완동물을 들여올 때는 검역서류를 반드시 제출해야 하며, 검역서류가 없을 때는 공항보관소에서 개는 30일, 고양이는 90일의 보호관찰을 받아야 한다.
▷해외에서 타던 자동차는 국산만 면세=해외에서 살면서 타던 자동차를 들여온다 할지라도 '국산차'가 아니면 국내로 들여올 때 세금을 내야 한다. 이때 한국기업이 미국 현지 공장에서 만든 차라고 하더라도 원산지는 '미국' 제품으로 분류되기 때문에 세금을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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