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우나마나한 전자발찌… 보호관찰 대상자 또 성범죄

입력 2011-06-24 10:24:47

대구관찰소 인력부족, 4명이 29명 담당

성범죄를 저질러 전자발찌를 착용하고 보호관찰을 받던 대상자가 또다시 성범죄를 저지르는 사건이 잇따르고 있다.

대구 중부경찰서는 23일 전자발찌를 착용하고 보호관찰을 받은 지 8개월 만에 이웃 여성을 성폭행한 혐의로 김모(27) 씨를 구속했다. 경찰에 따르면 김씨는 21일 0시 20분쯤 중구 한 다가구 주택 4층 창문을 통해 들어가 잠자던 A(20'여) 씨를 흉기로 위협하고 성폭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김씨는 이달 14일에도 인근에 사는 B(48'여) 씨 집에 몰래 들어가 성폭행하려 했으나 B씨가 강하게 저항하자 현금 7만원을 빼앗아 달아난 혐의도 받고 있다. 경찰 조사결과, 성범죄로 8년간 복역한 김 씨는 지난해 9월 출소해 전자발찌를 착용했으며, 첫 범행을 저지르기 며칠 전 법무부 보호관찰소에 신고한 뒤 현재 주거지로 이사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때문에 전자발찌는 위치추적만 가능할 뿐 행동까지 감시할 수 없는 탓에 '무용지물'이라는 비판이 터져나오고 있다. 실제로 보호관찰 담당자는 김 씨가 10일 동안 2차례나 성범죄를 저지르는 동안 전혀 알아차리지 못한 것으로 밝혀졌다. 한 달 전 부산에서도 전자발찌를 찬 채 가출 여중생을 집에 불러 성폭행한 30대 남성이 경찰에 붙잡혔다. 전국적으로 올 들어서만 전자발찌를 찬 채 성폭행을 한 사건이 8건이나 발생했다.

보호관찰 담당자들은 턱없이 부족한 인력 탓이라고 항변을 하고 있다. 2011년 5월 기준으로 대구지역 2곳의 보호관찰소에서 담당하는 전자발찌 착용 성범죄자는 29명이지만 보호관찰 담당 인력은 4명에 불과하다. 지역 한 보호관찰 담당자는 "전자발찌를 찬 사람은 점점 늘어나고 있지만 이들을 감시할 인력은 제자리걸음이라 완벽한 보호관찰이 어렵다. 수시로 보호대상 관찰자들을 찾아가고, 24시간 교대 근무를 하며 감시하다 보니 힘에 부치는 것이 사실"이라고 털어놨다.

현재 성범죄 발생률은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대구경찰청에 따르면 대구 성폭력 범죄 발생 건수는 2005년 586건에서 2010년 961건으로 5년 새 63%가량 늘었다.

하지만 법무부는 현실과 동떨어진 통계를 내놓고 있다. 법무부는 성범죄자 위치추적제도가 시행된 뒤 2011년 6월 현재까지 전자발찌 착용자는 1천378명으로 성범죄 재범률은 0.5%에 불과하다며 전자발찌 제도를 옹호하고 있다.

대구 여성의 전화 권옥빈 사무국장은 "전자발찌는 범죄 예방 기능이 거의 없다"며 "성범죄자들을 실시간으로 감시하고 심리 상태까지 파악할 수 있을 만큼 보호관찰 인력을 늘리고 제도를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황희진기자 hhj@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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