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뜰살뜰 여름휴가] 지리산 둘레길 걷기

입력 2011-06-23 14:34:33

동양화 같은 숲·논둑길 걷다보니 '참 나'를 만났네

다음 달이면 본격적인 여름 휴가철이다. 어디로 떠날까, 경비는 얼마를 쓸까, 이래저래 고민이다. 경비도 줄이고 의미 있게 휴가를 즐길 수는 없을까. 가족, 연인, 친구의 손을 잡고 자연을 벗삼아 둘레길을 걸어보자. 정(情)을 나눌 뿐만 아니라 건강도 챙기고 경비도 절약할 수 있는 '일석삼조'인 셈이다.

◆지리산 둘레길로 떠나볼까

지리산 둘레 300㎞의 숲길, 강변길, 논둑길을 걸어보자. 걷다보면 지리산을 감싸고 있는 전남, 전북, 경남의 3개 도와 구례, 남원, 하동, 산청, 함양 등 5개 시'군의 100여 개 마을을 만날 수 있다. 길을 걸으며 자연과 문화를 만나고, 마침내 자신을 만나게 된다. 건강은 덤이다.

지리산 둘레길 중 남원 인월~함양 금계(19.3㎞, 약 8시간 소요) 구간을 걸었다. 경유 코스는 인월면~중군마을~수성대~배너미재~장항마을~장항교~매동마을~상황마을~등구재~창원마을~금계마을이다.

지리산 둘레길 인월 안내센터 앞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길을 나섰다. 민족의 영산인 지리산의 정기를 온몸으로 받으며 길을 걷는 가족과 친구, 연인의 모습이 아름답다. 중군마을의 논둑길을 거쳐 산길을 2시간여 걸었을까. 어느덧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맺힌다.

4, 5명이 족히 걸을 수 있는 평탄한 길이 끝날 무렵 수성대로 내려가는 좁은 산길이 나타났다. 산길로 내려서니 숲에서 뿜어 나오는 피톤치드가 온몸을 적신다. 청량함 그 자체랄까. 산길은 오르막과 내리막을 번갈아 되풀이하지만 거의 평지와 가깝다.

'1박 2일' 프로의 강호동·은지원이 쉬어갔다는 수성대 쉼터에 다다랐다. 바닥이 훤히 비치는 맑디맑은 계곡물로 이마에 맺힌 땀을 훔쳤다. 계곡의 바위 위에는 매화꽃이 살포시 내려앉아 있고 그 사이로 나비가 춤을 춘다. 한 폭의 동양화다.

굽이굽이 산길을 걷다보면 쭉쭉 뻗은 팔등신의 소나무와 산새들의 지저귐이 하모니를 이룬다. 솔숲 사이로 언뜻언뜻 비치는 녹색의 산 빛이 파란 하늘과 어우러진다. 부인과 함께 군산서 왔다는 이원근(65) 씨는 "청량한 숲길을 걷다 쉬어가며 집에서 마련해온 도시락을 함께 먹으니 부부의 정이 새록새록 생긴다"고 말했다.

배너미재를 넘자 소나무 당산이 장항마을을 지키고 있다. 소나무 당산 아래서 땀을 식히며 바라보는 장항마을의 모습이 고즈넉하다. 장항교를 지나 매동마을에 들어서니 다시 산길로 접어든다. 상황마을을 지나 등구재에 이르니 지리산 주능선이 시야에 확 펼쳐진다. 창원마을을 지나 종착역인 금계마을로 내려오니 발걸음이 가볍다. 돌아오는 길은 시내버스나 택시를 이용하면 된다.

◆지리산 둘레길 구간

▶남원 주천~남원 운봉(14.3㎞, 6시간) ▷경유지: 주천면~내송마을~솔정지~회덕마을~노치마을~덕산저수지~질매재~기장마을~행정마을~양묘장~운봉읍 ▷포인트: 해발 500m 운봉고원의 너른 들과 6개 마을을 잇는 옛길과 제방길로 돼 있다. 아이와 함께 가족들이 솔숲을 즐기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다.

▶남원 운봉~남원 인월(9.4㎞, 4시간) ▷경유지: 운봉읍~서림공원~북천마을~신기마을~비전마을~군화동~흥부골 자연휴양림~월평마을~인월면 ▷포인트: 너른 운봉들녘을 따라 지리산 서북능선과 백두대간을 바라보며 호쾌하게 걸을 수 있는 길이다.

▶함양 금계~함양 동강(11㎞, 4시간) ▷경유지 1: 금계마을~의중마을~서암정사~벽송사~의중마을 ▷경유지 2: 금계마을~의중마을~모전마을(용유담)~세동마을~운서마을~구시락재~동강마을 ▷포인트: 지리산 자락 깊숙이 들어온 6개 산중마을과 사찰로 가는 고즈넉한 숲길과 엄천강을 만나는 길이다.

▶함양 동강~산청 수철(11.9㎞, 5시간) ▷경유지: 동강마을~점촌마을~산청함양사건 추모공원~상사폭포~쌍재~고동재~수철마을 ▷포인트: 아름다운 계곡을 따라 산행하는 즐거움과 한국 현대사의 아픔을 치유하는 추모공원을 만날 수 있다.

▷가는 길:대구~88고속도로~지리산 IC~지리산 둘레길 인월센터 주차장(약 2시간 소요)

▷문의:지리산둘레길 인월 안내센터 063)635~0850. 주천 안내센터 063)625-8952, 남원시 관광과 063)620-6165, 종합관광안내센터 063)632-1330, www.trail.or.kr.

전수영기자 poi2@msnet.co.kr

사진·안상호 편집위원 shah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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