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쇄신' 입에 달려도 '물갈이'엔 말흐리기

입력 2011-06-22 10:08:25

7·4한나라 全大

4'27 재보선 패배 직후 한나라당에서는 쇄신과 변화라는 단어가 무성했다. 한나라당호를 1년도 몰지 않은 안상수 대표 등 지도부가 총사퇴하고 새 지도부를 뽑기로 했다. 그 '반성의 결과물'이 이번 7'4전당대회다. 당연히 '쇄신과 변화를 많이 담은 인물이 당 대표가 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하지만 쇄신의 핵심인 '공천 개혁'은 전당대회 표심을 좌우할 현역 국회의원과 당협위원장들을 자극할 수 있는 대목이다, 지지를 약속한 의원과 위원장들이 등을 돌린다는 이유로 크게 부각되지 않을 것이라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일단 '공천 개혁'은 원희룡 의원이 선점했다. 친이계 지지를 등에 업은 원 의원은 스스로 '내년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며 "지역구는 참신한 인재에게 양보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스스로 물갈이되겠다'는 원 의원의 파격 행보로 정치권이 술렁이자 경쟁 후보들은 "다음 서울시장 선거에 나서기 위한 사전작업"이라고 깎아내리며 평가절하하기에 바빴다.

하지만 원 의원의 불출마 선언이 나오자 잠시 물갈이 주장이 전면에 등장했다. 4'27 재보선 직후에 나왔던 쇄신과 변화 이야기도 뒤를 이었다.

그러나 물갈이론은 금방 주요 이슈 대열에서 이탈하는 분위기다. 전당대회 '표심 이반'이 불 보듯 뻔한 물갈이론 등 공천개혁 주장은 지금 눈앞의 동료들로부터 표를 받아야 하는 후보들에게 큰 딜레마이기 때문이다. '공천 개혁=현역 물갈이'로 인식되고 있어 공연히 앞장서서 들쑤실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당권 주자들도 적절한 선에서 봉합을 한 듯한 주장을 전개할 뿐이다. 유일한 비수도권 출신으로 친박계 대표주자로 나선 유승민 의원(대구 동을)은 그래서 '투 트랙(two track) 공천'을 주장하고 있다. '깨끗하고 참신하며 유능한 인재 영입'과 함께 공천권을 국민에게 돌려주자는 '완전 국민경선제'가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이다.

상향식 공천 전도사를 자처하는 나경원 의원은 "국민과 당원의 뜻에 따라 공천하는 것이 공천 개혁이다"고 강조한다, 유일하게 완전국민경선제에 반대한다는 홍준표 의원은 "국민이 수긍하는 인물을 내세우겠다"고 밝혔다. 이 밖에 "밀실 공천을 없애겠다(권영세)", "공천권은 당원과 국민에게 돌려줘야(남경필)", "국민과 당원이 수준이 높아 상향식 공천을 해야 한다(원희룡)" 등의 입장을 보이고 있다.

공천에 대해서만은 쇄신과 개혁이라는 단어를 붙이지 않는 것이다. 현역 의원들도 "가장 경쟁력 있는 인물은 지역 국회의원"이라고 벼르고 있어 새 인물 영입론 즉 물갈이 주장은 필요성에 공감은 하면서도 당장 이번 전대에서는 수면 위로 크게 부각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서상현기자 subo801@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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