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고부] 민심

입력 2011-06-22 10:44:24

농부는 복숭아나 배나무를 심는다. 여름에 그늘도 지고 과실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울타리나 약재로 쓸 요량이 아니라면 찔레나무를 심는 사람은 거의 없다. 그늘을 만들지 못하고 가시만 돋아서다. 뻔한 소리 같지만 이게 세상 이치이자 순리다. 이를 무시하는 농부는 세상 물정 모른다는 소리만 들을 뿐이다.

수사권(搜査權)과 약심(藥心)을 놓고 국가조직'이익단체 간 충돌이 격해지고 있다. 수사권 조정 때문에 검찰과 경찰이 반목하고 일반약 슈퍼 판매로 촉발된 의'약 영역 다툼이 이전투구 양상을 보이고 있다. 정부와 정치권이 중재에 나서고 있지만 어쭙잖게 눈치만 본다는 핀잔이 돌아오고 있다. 그런데 이쪽이든 저쪽이든 꼭 꺼내 드는 명분이 있다. '국민을 위해서'라는 것이다. 약의 안전성 공방도 그렇고 마구잡이 수사를 막는 것도 다 국민을 위하는 것이라는 소리다. 그러나 속내를 들여다보면 조직'단체의 이익이 도사리고 있고 정치권의 표 계산이 깔려 있다.

진정 국민을 위한다면 "절대 양보할 수 없다"는 소리가 나올 수 없다. 공공의 이익을 위한다면 비록 손해를 보더라도 합리적이고 부작용이 적은 방향으로 타협과 합의가 이뤄지기 때문이다. 정작 국민을 위한다면서 요란한 다툼이 끊이지 않는 것은 애초 공리(公利)는 안중에도 없다는 소리다. 그래 놓고 국민을 들먹이는 것은 가당찮은 소리다.

어느 왕이 백정에게 많은 재물을 얹어 딸을 시집보내려 했다. 그러자 백정은 병을 핑계로 이를 거절해 버렸다. 친구가 그 까닭을 물으니 백정은 "너무 못생겼네"라며 잘라 말했다. "보지도 않고 어떻게 아나?" 되묻자 "푸줏간 일 해보면 자연 알게 되지. 고기가 좋을 때는 아무 걱정이 없지만 고기가 좋지 않을 때는 더 얹어줘도 안 팔리거든" 하고 말했다. 재물까지 얹어 시집보내려는 걸 보면 틀림없이 그럴 것이라는 거다. 친구가 뒤에 그 여자를 보니 과연 추녀였다는 이야기다.

보지 않고도 이치에 닿는 게 사리 분별이자 민심이다. 민심을 핑계로 제 욕심만 차리려는 것은 국민을 무시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갈등과 대립은 결국 국민의 근심과 화를 돋우고 법과 정책을 불신하게 만든다. 국민을 위한다는 것이 되레 민심의 이반을 초래하는 것이다. 지금 정치권과 국가기관, 이익단체들이 벌이는 싸움이 찔레나무 심어놓고는 과실 맛보라는 소리와 뭐가 다른가.

서종철 논설위원 kyo425@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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