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상징 조형물, 방치되고… 외면하고…

입력 2011-06-22 09:34:35

쓰레기에, 훼손에… 작품들 빛바래다

22일 오전 대구 북구 침산교 입구에 설치된
22일 오전 대구 북구 침산교 입구에 설치된 '인간과 행복'조형물 모습. 판자와 돌덩이 등이 놓여 있어 미관을 해치고 있다. 우태욱기자 woo@msnet.co.kr

대구시내 곳곳에 설치된 공공조형물이 시민들로부터 외면받거나 관리 부실로 몸살을 앓고 있다.

공공조형물은 대구 주요 관문도로와 대구스타디움 주변, 대구EXCO 등 외지인의 방문이 잦은 곳에 위치해 있지만 너저분하거나 작품 내용이 이해하기 힘들어 시민들의 공감을 얻지 못하고 있다.

◆방치된 대구시내 공공조형물

21일 오후 대구 수성구 대흥동 대구스타디움 옆 수변광장. 20m 높이로 치솟은 금속 소재의 조형물 위에 공 모양의 구가 올려져 있었다. '실의 신비와 천의 영광'이라는 제목의 조형물로 2001년 대구스타디움 건설과 함께 조성됐다. 축구 선수들의 슬라이딩 모습을 형상화한 것으로 영남 선비의 기상과 축구의 속도감이 어우러지게 했다는 작품이다. 나들이를 나온 주부 장경인(33'여'수성구 신매동) 씨는 "안내판에 적힌 작품 설명이 너무 어려워 아이가 이해하기 힘든데다 주변도 어지러워 가까이 가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코앞으로 다가온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의 중심인 대구스타디움 주변 조형물들은 관리 소홀로 몸살을 앓고 있다. 공을 향해 달려가는 축구선수를 형상화한 조형물 '질주하는 빛' 주변은 잡초가 무성했고, 조형물 틈새에는 오랫동안 방치돼 누렇게 변한 쓰레기로 가득 차 있었다. 여성의 신체와 구름 등을 담은 작품 '호기심'의 경우 특정 부위가 닳아 보는 이를 민망케 했다.

안경특화거리 입구인 대구 북구 침산동 침산교. 둥근 테두리 안에 검정 안경과 주황색 삼각뿔 형태의 코가 장식된 조형물(인간과 행복) 주변은 원형 경계석이 이리저리 뽑혀 흉물스러웠다.

대구의 관문도로인 동대구IC 인근 도로에 설치된 조형물도 마찬가지였다. 동구 용계동 반야월삼거리 잔디 광장에 자리 잡은 작품은 거미줄로 뒤덮인 채 녹이 슬어 있었고, 과자 봉지와 담배꽁초가 여기저기 흩어져 있었다. 인근 식당에서 일하는 김모(52'여) 씨는 "조형물을 이런 식으로 방치할 바에는 차라리 조형물을 없애고 나무를 심는 게 낫겠다"며 "조형물을 보는 이도 없고 돌보지도 않아 흉물로 변했다"고 했다.

◆조형물, 도대체 무슨 뜻인지?

조형물이 지나치게 난해하거나 시민들의 공감을 얻지 못하고 있는 것도 많다.

2003년 대구 동구 검사동 아양교에 설치된 '그린게이트'도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30m 높이의 자유 곡선 형태의 은색 구조물이 금호강을 끼고 있는 주변 경관을 오히려 해친다는 것. 시민 김경열(59'달서구 장기동) 씨는 "2003년 대구 하계유니버시아드를 기념해 만들었다는데 지역 이미지에도 맞지 않고 강변 풍경과도 어울리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각종 국제행사가 열리는 대구EXCO와 유통단지 곳곳의 공공 조형물도 난해하다는 반응이 주류다. 태양빛을 의미하는 원뿔 모양의 '세계로! 미래로!'를 바라보던 인근 상인 손모(40) 씨는 "조형물을 보고 우주선인 줄 알았다. 여기가 미술관도 아닌데 왜 이런 작품이 있는지 모르겠다"며 "크기도 작은데다 주변 가로등에 가려 잘 보이지도 않는다"고 했다. 천사 모양의 청동상이 서 있는 '천사와 나무'는 한국 정서와 맞지 않다는 지적이다.

대학생 김정호(23) 씨는 "조형물 하단은 뭔지 모르겠고, 천사는 온라인 게임에 나오는 캐릭터 같다"며 "한국 정서에도 맞지 않고 의미나 상징을 알기 쉽게 설명한 안내판조차 없다"고 말했다.

◆관리 주체'심사 기준 엄격히 해야

공공조형물을 세우고 난 이후 관리도 엉망이다. 관리 주체가 모호하기 때문. 1만㎡ 이상 건축물에 들어서는 조형물은 대구시 미술장식심의위원회가 작품성이나 구조, 주변 환경 등을 심사해 결정하고 관리는 건물주가 맡는다. 공공시설물의 경우 해당 조형물이 위치한 기초단체가 조성과 관리 책임을 진다.

그러나 해당 구'군에서는 관리 담당부서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할 정도로 관심 밖이다. 대구시내 한 구청 관계자는 "사실 소규모 조형물의 경우 있다는 사실조차 알지 못하는 게 사실이다. 유지'보수 예산도 없는데 어떻게 하느냐"고 반문했다.

또 주변 경관과 어울리면서 시각적인 느낌이 뛰어난 작품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는 비판도 많다. 홍순상 경북대 교수는 "'대구=섬유'라는 식의 식상한 테마를 강조하거나 주변 경관과 이질적인 작품은 피해야 한다"며 "하나의 조형물을 세우더라도 이슈가 될 수 있도록 심사숙고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장성현'백경열'황희진기자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