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약사회가 20일 사후 피임약과 비만 치료제 등 20가지 성분의 전문의약품 479개를 일반의약품으로 전환해 달라는 신청서를 보건복지부에 냈다. 이 약들이 미국 영국 프랑스 등의 국가에서 일반약으로 판매되고 있고 안전성에 문제가 없으니 의사 처방전 없이 약국에서 판매하게 해달라는 것이다. 이에 대해 의사협회는 사후 피임약의 경우 생리 과다, 자궁외 임신 등 부작용이 크다는 등 약품마다 조목조목 이유를 대며 반대하고 있다.
일반약 슈퍼 판매 논의가 갈등을 빚는 상황에서 정부가 의약품 재분류로 논의를 확대하자 나타난 현상이다. 약사회는 이에 앞서 18일 긴급 궐기대회를 열고 의사 수가의 절반 삭감, 처방전 하나로 추가 조제를 할 수 있는 처방전 리필제 실시, 선택의원제 도입 등을 주장했다. 의료계는 이에 대해서도 약 처방권 침해, 환자의 의료기관 선택권 제한 등의 이유로 반대하고 있다.
의'약계의 대립과 강경 행보로 인해 2000년 의약분업 당시 초래됐던 의약분쟁이 재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그 당시처럼 지금도 국민 건강을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으나 영역 다툼에 치중하고 있다는 인상을 주고 있다. 약사회가 박카스와 감기약 등에 대해 안전성을 이유로 슈퍼 판매를 반대하다 같은 이유로 전문의약품의 일반의약품 전환을 요구한 것은 일관성이 없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의'약계는 자신들의 주장을 내세우느라 집단적 세를 과시, 갈등이 커지는 점을 경계해야 한다. 2000년 당시에도 수개월간 분쟁을 벌이는 바람에 국민들이 큰 불편을 겪었던 점을 떠올려야 한다. 의약품 재분류는 국민 건강과 밀접하게 관련돼 있는 만큼 전문가들의 차분한 논의가 필요하다. 이해관계에 얽매이지 말고 진정으로 국민 건강을 고려하는 자세가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