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수능 인문계 '미적분과 통계' 자신 있나요

입력 2011-06-21 07:57:29

2012 대입 半修 결정 신중하게

반 년 간의 재수를 의미하는 '반수'(半修)의 계절이 돌아왔다. 이달 말이면 기말시험을 끝내는 일부 대학생들이 다시 수능시험 준비를 위해 재수학원을 찾는 것이다. 해마다 상당수의 대학 재학생들이 '반수'에 도전하지만, 실제 성공 확률은 크게 높지 않다. 치밀한 계획과 특별한 각오 없이 막연히 시작한 수능공부는 더 큰 좌절감과 귀중한 시간의 낭비를 부르기 십상이다. 반수의 결정에 참고할 만한 입시 전문가들의 견해를 종합해 본다.

◆2012학년도 대입, 높아지는 재수생 강세

최근 몇 해 동안 반수를 하는 학생 대부분이 주로 수도권 중상위권 대학과 지방 국립대 재학생이 많은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지역의 대입 종합반 학원들은 6월 초부터 지금까지 수도권 중상위권 사립대와 지역 대학 재학생들의 반수 문의가 많다고 밝혔다. 반수 희망자 중에는 이공'자연계열 학생들이 가장 많고, 인문계열 학생들이 그 뒤를 잇고 있다. 특히 인문계 중하위권 학생들의 반수는 예년보다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올해부터 새로 도입된 '미적분과 통계기본' 단원에 대한 부담감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올해도 재수생 강세 현상은 더할 전망이다.

이달 치러진 6월 모의평가에 지원한 수험생 수는 언어영역 선택자 기준으로 69만9천859명이며, 지난해 (71만6천487명)보다 1만6천628명이 감소했다. 재학생은 61만1천200명으로 지난해보다 1만8천227명 감소했지만 재수생은 8만8천659명으로 지난해보다 1천599명이 증가했다. 2011학년도 수능에서는 그 전년도보다 3만 명 이상이 더 늘어났지만, 올해는 전체 수험생수는 감소세로 돌아섰다.

올해는 전체 수험생 대비 재수생 점유비율이 더욱 늘어나면서 상위 5%에 해당하는 최우수 학생들이 진학하는 최상위권 대학과 인기학과는 고득점 재수생으로 인해 그 어느 해보다도 경쟁은 치열해 질 것으로 보인다. 중상위권 대학의 입시경쟁도 지난해보다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반수, 신중하게 결정해야

상당수의 '독학' 재수생들이 6월 말부터 재수종합반 학원에 등록한다. 혼자 도서관 등에서 공부하다보면 영역별 시간 안배가 쉽지 않고, 실전 문제풀이나 입시정보 면에서 다소 불리하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학원 수업을 통해 긴장감을 유지할 수 있고, 전 영역을 재점검하면서 시험에 대한 감각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것도 학원행(行)의 이유다.

그러나 많은 대학 재학생들이 반수를 하지만 실제 성공 가능성은 처음부터 재수를 한 수험생보다 훨씬 낮다. 그 첫째 이유는 지난해 수능시험 이후 상당기간 공백기를 거치면서 기본적인 개념과 원리 등을 많이 잊어버렸기 때문이다. 반수를 하고자 하는 학생은 최근의 모의고사 문제를 몇 차례 풀어보고 자신의 실력을 객관적으로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 스스로 테스트를 해보고 회복이 가능한 점수대가 나오지 않으면 시도를 하지 않는 것이 현명하다.

둘째, 반수생은 끝까지 최선을 다하지 않을 가능성이 많다. 수능공부는 자신이 관심과 흥미를 가지고 있지 않은 과목도 공부를 해야 한다. 따라서 공부하는 과정이 힘이 들고 인내심을 필요로 하는 경우가 많다. 대학에 적이 있는 학생은 어렵고 힘이 들 때 악착같이 공부하기보다는 실패해도 돌아갈 곳이 있기 때문에 나태해질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많은 반수생들이 뒷심을 발휘하지 못하는 사례가 많다. 따라서 반수를 결정하기 전에 자신의 성향과 마음의 자세 등을 냉정하게 평가해 볼 필요가 있다. 주변에 많은 사람들이 하니까 거름 지고 장에 가듯 결정해서는 안 된다.

셋째, 어떤 특정 영역이 특별히 약해서 지난해 소기의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다면 올해도 그렇게 될 가능성이 높으므로 이런 사실을 신중하게 고려해야 한다.

인문계 학생 중에서 미적분과 통계기본을 아직도 전혀 공부해 보지 않은 학생, 자연계열학생 중에서 수학이 매우 약했던 학생은 반수 여부를 신중하게 다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반수는 전 영역에서 자신이 있는 경우에만 승산이 있기 때문에 어설픈 반수보다는 대학생활에 충실하는 편이 훨씬 바람직할 수 있다.

◆교과서와 기본개념 이해에 집중해야

반수를 결정했다면 7, 8월에는 교과서를 중심으로 기본 개념과 원리를 다시 정리해야 한다. 각 영역의 전반적인 흐름을 다시 짚어보고 감각을 회복할 필요가 있다. 대부분 학원들이 6월 말에 1학기 진도가 끝나고 7월부터는 실전문제 풀이로 들어간다. 그러나 기본 개념과 원리를 다시 확인하고 다지지 않은 상태에서 문제풀이를 하는 것은 모래 위에 집을 짓는 것과 같다. 지금 반수를 시작하는 학생은 반드시 교과서를 다시 챙겨보아야 한다. 만약 교과서가 없는 학생은 다시 구입을 해야 한다.

기본 개념과 원리를 정리하는 과정에서 암기에 대한 강박관념에서 벗어나는 것이 좋다. 철저하게 이해에 중점을 두면 어느 정도까지는 저절로 암기할 수 있다는 사실을 상기하면 도움이 될 것이다. 이왕 시작했다면 공백기를 크게 의식하지 않으려고 노력해야 한다. 한 학기 동안의 대학 생활이 사고의 깊이와 폭넓은 시야를 가지게 한 점이 많아 어떤 측면에서는 수능문제 풀이에 크게 도움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어떤 상황에서든 일방적으로 불리한 경우는 없다. 위기를 기회로 활용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수능 기출문제 풀이와 EBS 방송수업, 중점 대비해야

수능에 대한 감각을 빨리 회복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최근 3년간의 기출 문제와 평가원 모의평가 문제를 풀어보는 것이다. 기출 문제 풀이는 전체적인 감각의 회복과 영역별 중요 단원과 난이도를 파악하는데 가장 좋은 방법이다. 그런 다음 올해 들어 치른 각 입시 기관의 모의고사 문제를 구하여 직접 풀어보고 자신의 상대적 위치와 취약 단원을 확인해야 한다. 틀린 문제는 오답노트를 만들어 정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6월 모의평가에서 EBS 교재의 실질적인 반영률은 예상 밖으로 높았다. 언어와 외국어에서는 상당수의 지문을 그대로 활용하고, 수학도 교재와 비슷한 문제가 많이 출제되었다. 반수생은 일단 교과서와 EBS 교재에 나오는 기본 개념을 확실하게 정리한 후 방송교재에 나오는 지문, 도표, 그래프 등을 분석적으로 공부하여 문항이 변형되어 나오더라도 대처할 수 있도록 대비해야 한다. 인문계 반수생은 미적분 개념을 하루 빨리 이해하여 8월부터는 실전문제를 풀이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최병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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