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선 경찰은 "개악중의 개악"…후유증 예고

입력 2011-06-21 00:18:15

수사권 조정 문제를 둘러싼 검'경의 힘겨루기가 사실상 검찰의 '완승'으로 일단락되면서 경찰이 강력 반발하고 있다. 합의 과정에 참여한 경찰 수뇌부는 수사개시권 명문화를 긍정적이라고 평가했지만 일선 경찰은 "개악 중의 개악"으로 평가하며 반발하고 있어 적잖은 후유증을 예고했다.

경찰 내부에서는 조현오 경찰청장의 사퇴까지 거론하는 등 격앙된 반응을 보이고 있다.

대구의 한 경찰서 경찰관은 "검찰 앞에만 서면 작아지는 경찰의 위상이 한심하고 부끄러울 따름"이라며, "경찰의 협상력이 이 정도밖일 줄 몰랐다"며 수뇌부를 성토했다.

또 다른 경찰관은 "지금 상황은 대통령까지 나서서 밥그릇 싸움을 시키는 꼴이다. 경찰 출신보다 판'검사 출신의 정치인, 행정가가 더 많은 현실에서 팔이 안으로 굽은 합의안이 나와 버렸다"고 반발했다.

이번 합의안이 검찰의 경찰 지휘권을 더 강화시킬 것이란 불만도 팽배하다. 대구 달서경찰서의 한 간부는 "합의안은 과거보다 오히려 더 후퇴했다. 사실상 경찰의 독자적인 수사 개시는 불가능하다는 의미"라며, "임기가 별로 남지 않은 조현오 경찰청장이 좀 더 과감하게 밀어붙였어야 했다"고 불만을 표시했다.

한 간부급 경찰은 "모든 수사에 검사의 지휘를 받아야 한다고 법에 명시돼 앞으로 검찰 간섭이 더 심해질 것"이라며, "더욱이 검찰 지휘에 관한 구체적 사항을 '법무부령'으로 남겨둬 내사 단계에 있는 수사까지 검찰이 깊이 관여하는 것은 아닌지 걱정된다"고 우려했다.

합의 과정에 참여한 수뇌부에 대한 비판도 많았다. 대구 서부경찰서 한 경찰관은 "당연히 보장받아야 할 수사권을 신설 조항으로 넣어 생색을 냈다"며 "범죄 혐의가 눈에 보이는 사람을 두고 수사를 안 할 경찰이 어디 있겠느냐"고 비꼬았다.

합의가 도출된 20일 오후부터 경찰 내부 통신망에는 조 청장의 사퇴를 요구하는 글이 넘쳤다. 한 경찰관은 "조 청장이 '직을 걸겠다'고 한만큼 깨끗이 물러나야 한다. 경찰이 검찰의 '합법적인 시녀'가 된 것에 자괴감마저 든다"고 분노했다.

수사개시권을 명문화한 것만이라도 다행이라는 소수 목소리도 있다. 대구 남부경찰서의 한 경찰관은 "완벽한진 않지만 수사권 조정의 기반이 마련됐다는 점에서 환영한다. 좀 더 세부적인 논의가 있어야겠지만 이번 기회를 계기로 경찰이 주체성을 가진 것은 다행"이라고 말했다.

미뤄진 수사 범위 논의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많았다. 대구 성서경찰서의 한 경찰관은 "경찰을 수사 개시와 진행의 주체로 인정한 점은 상징적인 효과가 있지만 향후 '내사'도 수사에 포함되느냐는 점 때문에 진통이 예상된다"고 걱정했다.

대구 중부경찰서의 한 경찰관은 "이전에는 관행상 건드리지 않던 내사, 입건지휘까지 간섭하면 책상 앞에 앉은 검사가 현장에 있는 경찰의 순발력을 떨어뜨리는 '업무 효율 저해' 현상을 가져올 것"이라고 주장했다.

사회1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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