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리의 시와 함께] 요즘 우울하십니까?(김언희)

입력 2011-06-20 07:30:23

요즘 우울하십니까?

돈 때문에 힘드십니까?

문제의 동영상을 보셨습니까?

그림의 떡이십니까?

원수가 부모로 보이십니까?

방화범이 될까봐 두려우십니까?

더 많은 죄의식에 시달리고 싶으십니까?

어디서 죽은 사람의 발등을 밟게 될지 불안하십니까?

혼자 있어도 혼자 있는 게 아니십니까?

개나 소나 당신을 우습게 봅니까?

눈 밑이 실룩거리고 잇몸에서

고름이 흘러내리십니까?

밑구멍이나 귓구멍에서 연기가 흘러나오십니까?

말들이 상한 딸기처럼 문드러져 나오십니까?

양손에 떡이십니까? 건망증에 섬망증?

막막하고 갑갑하십니까? 답답하고

캄캄하십니까? 곧 미칠 것

같은데, 같기만

하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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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십시오

위 내용에 세 개 이상 동그라미 하시는 분은 증세가 있으신 거다. 동그라미가 없으신 분은 더 심각한 증세가 있으신 거다. 가만히 있어도 증상이 느껴지는 시대를 사시는 이들, 꼼짝달싹 할 수 없는 현대라는 프레임 안에서 이들을 다만 욕망하는 기계들이라 하네. 알맹이는 없고 껍질들만 우글거리는 세상, 당신 이래서 우울하십니까?

"마술사는 너를 무대 위에 둥둥 떠 있게 하고는 그냥 가 버렸다"고 단호하게 말하는 시인. 말랑말랑한 낭만 따위는 이미 없다. 개나 소나 다 우습게보아서, 고름이 흘러내려서, 가스통을 터트리고 폭발물을 보내고 부정인출을 하였다는데. 추醜의 미학으로 한국시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이룬 시인의 집요한 탐구는 바닥을 치고 오른 지 오래. 이 세상을 처방해주실 몰약과 향유 있으신지. 저 요즘 몹시 우울한데 어디를 클릭 하면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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