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품 인지도에 결정적 영향…기업가치 높이고 매출 쑥쑥↑
"착 감기면서도, 가볍지 않고, 단번에 어떤 상품인지 알 수 있는 그런 이름 없을까?"
사람 이름만큼 까다롭다. 개명은 더 어렵다. 내용은 바뀌지 않고 이름만 바뀌면 '사기'라고 뭇매를 맞는다. 사람 이름만큼 어려우니 필요에 따라 이름을 잘 짓는다는 홍보기획사에 맡기기도 한다. 그렇다고 제조자가 무릎을 딱 칠 정도의 이름을 낸다는 보장도 없다. 그래서 전 직원을 상대로 이름 공모에 나서기도 한다. 효자상품이란 무릇 제품의 성능과 가격 등 제반 조건도 있지만 이름이 그만큼 중요하다는 방증이다. 자본주의 시장에서 상품 인지도란 선거판 인물 인지도보다 파괴력이 크기 때문이다.
"'참 고맙데이' 주세요, '참 좋다카이' 주세요."
25도가 대세이던 소주업계에 1995년 금복주는 2도 낮은 23도짜리 순한 소주를 내놓는다. 대구경북에서 압도적 점유율을 보이고 있는 '참소주'의 탄생이다. 그러나 '참소주'는 '참XXX'이라는 이름으로 불릴 뻔했다. 금복주 측이 홍보기획사에 상품 작명을 의뢰하는 등 의견을 수렴한 결과 '참고맙데이' '참좋다카이' 등 여러 후보작들이 올라왔던 것. 그러나 경영진은 '참'이라는 말에 끌렸다. 금복주 측은 당시를 회상하며 "진실된, 매혹적인, 참하다, 참먹는다 등 참이라는 말이 중의적 의미를 대거 포함하고 있어 '참'에 끌렸다"며 "마케팅의 달인들을 찾아가 '참'이라는 이름의 감정까지 받았다"고 말했다.
금복주는 이후 '참소주'의 히트로 '참'이라는 말에 강한 애정을 보였다. 다른 회사가 무단 사용할 수 없도록 상표권 등록에 나섰다. 금복주는 참고맙데이, 참좋다카이, 참사랑해, 참송이, 아이참, 참벗, 참자연, 참주, 참솔, 참사랑, 참그린 등 '참'이라는 말이 붙은 상표명만 14개 등록했다.
실제 주류업계에서는 상표권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아직 선보이지 않은 이름까지 미리 선점해놓기도 한다. 이 같은 신경전은 1999년 두산과 진로가 '이슬'이라는 이름을 놓고 공방전을 벌인 바 있어 타산지석 사례로 꼽힌다. 현재 전국적으로 팔리고 있는 '참이슬'은 1999년 당시 두산이 상표권으로 등록한 '이슬'(1993년 등록)로 상표권 분쟁을 겪은 바 있기 때문이다.
상품 이름 하나로 회사 이름이 바뀌기도 했다. 'HITE'(하이트)를 1992년 선보인 조선맥주는 '크라운맥주' 후속으로 내놓은 하이트의 선전으로 1998년 회사 이름을 '하이트맥주㈜'로 바꾸기도 했다. 'HITE'라는 이름은 지하 150m 암반수를 뽑아내려면 물을 '높이'(HEIGHT) 끌어올려야 한다는 아이디어에 병에 새길 수 있는 글자 수 제한으로 탄생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정작 중요한 것은 사람들의 입소문. 애주가들이 'HITE'를 알파벳 소리 그대로 '히테'라고 읽으며 장난을 칠 정도로 상품명은 오랜 기간 회자됐다. 맥주맛을 차치하고도 사람들 입에 오르내렸다는 점은 인지도 점유에서 성공적이었다는 뜻이다.
한 번 이름을 붙이면 최소 30년은 가는 아파트는 이미 브랜드 시대다. 동네 이름에 회사 이름 정도의 나열에 그쳤던 건설업체들은 IMF 구제금융을 겪은 뒤 이름 짓기에 앞다퉈 나섰다. IMF 구제금융 이후 지역업체의 경우에도 화성파크드림, 우방유쉘, 태왕아너스 등 브랜드를 만들어 기업가치도 높이고 다른 아파트와 차별화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상표권 등록에 대한 의지도 강해 웬만한 브랜드는 상표권 등록이 돼 있다. 이렇다 보니 유명브랜드를 모방한 짝퉁 브랜드 주의보가 발령되기도 했다. 경북 포항에 있는 한 아파트는 '푸르지요'로, 전북 전주에서도 '라미안'으로 등장했기 때문. 그러나 단순한 브랜드 나열의 시대도 조금씩 바뀌고 있다. 최근에는 아파트의 기능과 특성을 설명할 수 있는 '부제'를 덧다는 게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것.
최근 화성산업이 지은 화성파크드림의 경우 대곡역 화성파크드림 '위드', 범어역 화성파크드림 'S' 등 서브 타이틀을달았다. 회사 관계자는 "가변형 평형 등 제품의 특성을 잘 나타내려면 서브 타이틀이 필요하다"며 "이름이 약간 길지만 주거지에 대한 기술적 특화와 고정적 기업가치를 함께 드러낼 수 있는 이름으로 주민들의 만족도도 높다"고 말했다.
김태진기자 jiny@ms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