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값등록금 촛불, 아버지도 이모도 함께 들었다.

입력 2011-06-18 08:34:30

동성로 촛불집회…300여명 한목소리

대구권 대학생들의'반값 등록금 촛불집회'에 시민들도 가세하거나 큰 관심을 보였다.

17일 오후 7시 대구 중구 동성로 한일극장 앞. 시민 300여 명이 손에 촛불을 들고 '반값 등록금 실현'을 외쳤다. 대학생뿐만 아니라 학부모들도 촛불을 함께 들었다. 길 가던 시민들도 발걸음을 멈추고 이들의 목소리에 귀기울였다.

대학교 2학년 딸과 중3 아들을 키우고 있는 이창윤(50'여'달서구 이곡동) 씨는 이날 무대 위에 올라 목소리를 높였다. 이 씨는 "대학 등록금 때문에 고생하고 있는 대구 학부모들을 대신해 나왔다. 등록금 빚 1천만원 때문에 딸이 학교를 계속 다녀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을 털어놓을 때마다 엄마로서 아무런 말도 해줄 수 없어 가슴이 터진다"며 "대학생뿐 아니라 가족 모두의 행복을 위해 반값 등록금이 꼭 실현됐으면 한다"고 호소했다.

두 살 된 아이를 품에 안고 집회를 찾은 예비 학부모도 있었다. 권정미(34'여'달서구 상인동) 씨는 "우리나라에서 아이를 낳으면 분유, 기저귀 값부터 시작해 대학 등록금까지 부모의 짐이 너무 무겁다"며 "20년 후 아이가 대학생이 될 것을 대비해 힘을 보태러 나왔다"고 말했다.

방학을 맞은 대학생들은 곧장 다음 학기 등록금을 마련해야 할 걱정에 마음이 무겁다. 김준희(21'경북대 자연과학자율전공 1년) 씨는"다음 학기 등록금 때문에 방학 중에 아르바이트를 해야 하지만 아무리 뛰더라도 등록금의 30%도 마련하지 못한다"고 한숨 쉬었다.

이달 10일 2'28기념중앙공원에서 열린 반값 등록금 촛불집회에도 참석했다는 권혜지(26'여'영남대 4년) 씨는 "일주일 전에 비해 참석자도 많고 시민들의 관심도 더욱 뜨거워진 것 같다"며 "대학생과 시민들의 반값 등록금 요구에 이제 정부와 대학이 답할 차례다"고 말했다.

이날 집회는 경북대와 영남대, 대구가톨릭대, 대구대, 경일대, 대구한의대, 계명문화대, 대구교대 등 지역 8개 대학이 힘을 모은 '대구경북지역대학생교육공동대책위'가 주최했다. 김태우(26'영남대 총학생회장) 위원장은 "지역 대학생들의 목소리가 정부와 대학 측에 전달됐으면 좋겠다"며 "앞으로 매주 금요일 저녁마다 집회를 열어 시민들의 의지를 모으겠다"고 말했다.

집회는 시민들의 자유발언, 대학생들이 직접 제작한 영상 시연, TV 인기 개그 프로그램을 패러디한 콩트 등으로 2시간 여 동안 다채롭게 구성돼 시민들의 열띤 호응과 박수로 가득했다. 이날 경찰은 전경 100여 명을 투입했으나 집회 참가자들과 물리적 충돌은 없었다.

한편 서울에서도 정부와 여당에 반값 등록금 공약 이행을 촉구하는'2차 국민 촛불대회'가 17일 오후 서울 청계광장에서 열렸다. 10일 1차 촛불대회 참가자 5천여 명보다 크게 줄어든 2천여 명(경찰 추산 1천여 명)이 모였다. 황희진기자 hhj@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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