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주에 만만찮은 비용 영세업체에 그림의 떡
내년 12월 단지조성 완료를 목표로 추진 중인 대구시 달서구 대구출판산업단지가 현재 면적기준 40%의 입주신청 계약을 체결한 가운데, 애초 목표한 기능을 다하지 못할 것이란 우려와 함께 관련 업체들의 경영난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지역의 한 출판인은 "북성로 공구상이나 전자상들 중에는 대구 북구 산격동 유통단지에 입주한 뒤에도 기존의 상가까지 운영하느라 경영에 어려움을 겪는 업체가 많다" 며 "출판이나 인쇄업체 역시 같은 전철을 밟지 않을까 걱정스럽다" 고 말했다. 대구와 서울 두 곳에서 출판사를 운영하는 한 중견 출판인은 "현재 추진 중인 출판단지는 인쇄산업 집적단지로 보인다. 출판사가 입주해서 어떤 장점이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는 "대구에 현재 등록된 출판사는 970여 개지만 실제로 출판사업을 하는 곳은 20여 개에 불과하다" 며 "출판단지가 조성된다고 해서 몇 개나 되는 업체가 입주할 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출판단지가 아니라 인쇄단지가 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또 지역에는 650여 개의 인쇄소가 등록돼 있으며 이들 중 상당수는 대구 중구 남산동과 동산동 등에 밀집해 있다. 남산동에서 인쇄소를 운영하는 A씨는 "출판단지에 입주할 경우 첨단 인쇄기기 및 값비싼 대형기기를 공동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입주를 결정했지만 현재 인쇄소를 운영 중인 남산동 재개발 사업이 지지부진해 앞으로 어떻게 될지 불안하다"고 했다. 남산동 재개발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남산동과 출판산업단지에서의 이중(二重) 생활로 부담이 가중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였다. 중구청 관계자에 따르며 남산2동 지역은 재개발 추진위원회가 결성돼 있을 뿐 실제 추진작업은 지지부진한 상태다.
출판산업단지에 입주하는 데 드는 막대한 비용 탓에 입주를 주저하는 업체들도 적지 않다. 출판'인쇄 사업자들은 "대구출판산업단지에 100평 정도 규모로 입주할 경우 땅값과 건물, 일부 새로운 설비 등을 고려할 때 5억원 이상의 돈이 필요하다. 영세한 지역 출판업자 입장에서 출판산업단지 입주는 그림의 떡"이라며 대구시가 획기적인 입주 유도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구시의 출판산업에 대한 인식도 문제로 지적됐다. 최근 출판산업의 흐름이 스토리텔링, 전자책, 영상, 번역출판 등 지식 아이디어 산업으로 이전하고 있음에도 대구시는 여전히 부가가치가 낮은 종이인쇄산업에 집중하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출판계 관계자들은 출판산업단지의 성공을 위해 대구시가 미래 출판산업에 대한 개념 정리, 연구 및 추진 방향 등에 관해 심도 있는 공청회를 열고 출판단지의 청사진을 그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출판단지가 21세기 출판문화의 한 획을 긋는 사업인 만큼 대구시 관계부서와 몇몇 사람들이 고민해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대구시 관계자는 "상대적으로 인쇄소가 많은 대구지역의 현실상 출판산업단지가 인쇄소 중심으로 편성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애초 출판산업단지의 목표가 출판과 문화산업 육성이었던 만큼 단지 내 출판산업단지 지원센터를 추진 중이며, 그 핵심은 전자출판과 작가양성 등"이라고 밝혔다.
▶대구출판산업단지=대구 달서구 월성동, 장기동 일원 24만6천여 ㎡에 200여 개의 출판, 인쇄업체와 영상'정보서비스업 등을 유치해 집적화한다는 목표 아래 대구시가 민자 1천166억원을 투입, 지난해부터 조성사업에 착수했다. 여기에는 공동 장비센터, 공동 물류센터, 인력양성센터 등 지원시설 등도 들어설 예정이다.
조두진기자 earf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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