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향인사] 이일희 인천광역시 도시계획국장

입력 2011-06-17 07:13:01

구도심 아파트단지 건설 철지난 방식 전철 밟지말아야

전국의 특별'광역시 중구청장들은 주기적으로 '전국 대도시 중심구 구청장협의회'라는 모임을 갖는다. 각 도시의 성장과정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해 온 핵심지역 책임자들이 만나는 자리다.

요즘 이 모임에서 가장 자주 언급되는 주제가 있다. 바로 구도심정비다.

7개 특별'광역시 모두 도심확장과 상권변화를 거듭하면서 원도심의 모습이 많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이에 뉴타운'재개발'재건축 등이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다.

봉화 출신인 이일희(54) 인천광역시 도시계획국장은 "대형 아파트단지를 건설하는 방식의 재개발사업은 이제 철 지난 얘기"라며 "한때 부동산 경기가 들끓었던 수도권에서도 실패한 방식을 대구시가 따르지 않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 국장은 1976년 체신청 9급 공무원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한 뒤 2년 후 경기도 7급 공채시험(수석)에 합격, 인천시에서 건설행정계장, 도시계획과장, 공보관, 정책기획관 등을 지냈다. 특히 지난 2000년부터 2005년까진 당시 대한민국에서 주택경기가 가장 폭발적이었던 인천에서 도시계획과장을 맡았다.

이 국장은 "무턱대고 고밀도 개발만 추구했다가는 낭패 보기 쉽다"며 "역세권과 중심상업지구 그리고 주거밀집지역의 환경정비 콘셉트는 모두 달라야 한다"고 주문했다. 특히 각 지역 고유의 문화를 살리는 정비사업이 전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원주민, 재건축조합, 건설사, 입주민 모두가 만족하지 못하는 재개발은 추진도 힘들고 마친 뒤 보람도 없다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이 국장은 "대구의 경우 특정 지역을 대상으로 한 대대적이고 전면적인 도심정비사업 보다 주거환경개선을 요구하는 지역민들의 구체적인 염원을 해결하는 방식이 적절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기존 도심에 녹지공간을 추가로 확보하거나 교통망을 정비하는 방식이다.

이 국장은 봉화군 읍내 문단리에서 9남매의 막내로 태어났다. 퇴계 이황의 후손인 진성 이씨 집성촌에서 자란 이 국장은 마을 앞 실개천과 연못에서 물고기와 잠자리를 잡으며 어린시절을 보냈다.

"고향의 흙냄새가 그립습니다. 얼마 전 고향에 내려갔다가 전교생이 720명이나 되던 모교의 재학생 수가 54명으로 줄었다는 아쉬운 소식을 들었습니다. 내 고향 봉화가 수도권 주민들이 이용하는 체험형 청정관광레저 공간으로 변모하길 기대합니다."

이 국장이 공직자의 길을 걷게 된 데는 고향에서 평생 교육자로 헌신해 온 부친의 영향이 컸다. 더불어 9남매의 뒷바라지를 위해 애쓰고 있던 큰 형님에 대한 배려차원이기도 했다.

이 국장은 봉화 도촌초교, 서울 오산중, 서울 중앙고, 방송통신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인천대 행정대학원에서 행정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한양대 도시대학원에서 박사과정을 밟고 있다.

유광준기자 june@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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