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현철의 별의 별 이야기] 영화 '모비딕'으로 돌아온 모델 출신 배우 김민희

입력 2011-06-16 14:01:33

4차원 여배우? 오해예요, 오해!

'음모를 파헤치는 똑똑한 사회부 열혈 신참 여기자.'

외모와 몸매, 걸음걸이를 보면 모델이다. 극중 인물에 몰입하고 있는 모습을 보자면 배우다. 영화 '모비딕'(감독 박인제)에서 겁없이 현장에서 들이대는 모습에서는 배우인지 기자인지 헷갈린다.

연기 경력 12년차 모델 출신 배우 김민희(29). 9일 개봉한 '모비딕'에서 똑똑한 기자 '성효관'을 맡았다. 이제까지 맡았던 캐릭터가 주는 배우의 느낌과는 또 다른 분위기를 풍긴다.

 "처음 사회부 신참 기자 역할을 맡았다고 했을 때, 주변에서 '기자? 사회부 기자 역할 맡았다고? 지금 장난쳐?' 이런 식으로 놀렸어요. 그런데 영화를 보고 난 다음에 다들 '보기 좋았다'고 하시더라고요."(웃음)

김민희는 의문의 다리 폭발 사건이 조작돼 있다는 양심 선언자(진구)의 제보를 받고 그 사건의 배후 세력을 파헤치는 사회부 기자들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에서 공대 출신 신참 기자로 나온다. 1990년대를 배경으로 한 영화에서 컴퓨터를 능숙하게 다루는 유일한 인물이다.

러닝타임 내내 무뚝뚝하고, 차갑고, 무덤덤한 모습 일색이다. 그렇지만 열혈 선배 기자 이방우(황정민), 지방 출신 특종 기자 손진기(김상호)를 도우며 적극적으로 사건에 다가간다.

김민희는 자신의 역할이 무척이나 흡족했는지 "새로운 캐릭터로 영화 속에 나오는 게 정말 좋다"며 "재밌었다"고 했다. "평소 성격은 아니지만 연기할 때는 그 역할이 저인 것 같은 느낌이 들어요. 솔직히 제가 만들고 대변하는 거잖아요. 제 안에는 여러 성격이 있어요. 터프한 면도 있다니까요."(웃음)

그는 사건의 실마리를 푸는 결정적 역할 2가지를 한다. 민간인 사찰을 자행하는 술집 '모비딕'에 잠입해 녹음기를 휴지통에 넣고, 다시 회수하는 장면과 암호화된 플로피 디스크의 비밀번호를 풀어낸 뒤 희열을 표출하는 장면이 그것. 김민희가 나오는 분량 가운데 백미인 두 장면은 자신의 아이디어를 가미해 발전시켰다. 감독도 그의 노력에 만족을 표했다.

"녹음기 회수 신은 원래 효관이가 술에 취해 휴지통에 토악질을 하는 거였어요. 하지만 기자니깐 더 과감하고 똑똑하며 영리할 것 같았죠. 술 취한 여자가 휴지통을 변기로 착각하고 앉아 일을 보는 장면을 생각했죠. 비밀번호를 알아냈을 때도 원래는 '와! 찾았다' 하고 크게 소리치며 기뻐하는 거였어요. 그런데 자존심이 강할 것 같은 효관이는 그렇게 하지 않았을 것 같았어요. 희열과 기쁨을 자연스럽게 담은 거죠. 감독님도 무척 좋아하셨어요."

아름답고 매력적인 여성 역할로 자신을 알려온 그는 이번에는 실제 현실 속 매력만큼 그다지 예쁘고 사랑스럽게 나오지는 않는다. 패션리더인 그지만 극중 스타일도 주목받지 못한다.

"제가 예쁘게 나오는 건 중요하지 않아요. 그 역할에 맞게 나오는 게 중요한 거죠. 극중 미술'의상 팀이 있잖아요. 의상과 관련해 좀 더 괜찮은 게 있다면 의견을 말하는 것 정도로만 얘기했어요."

시나리오에 황정민과 김민희는 동료 기자일 뿐이라고 나와 있다. 발전된 관계도 없지만 미묘한 감정은 담겨있다. 효관이 방우에 관심을 갖고, 장난을 치는 장면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게 중요한 신은 아니다. 그럼에도 몰입할 수밖에 없었다.

김민희는 "두 사람의 관계는 발전될 상황이 전혀 없다. 하지만 리허설 할 때 약간의 감정 변화 같은 느낌이 있었다"며 "전체 스토리에 영향을 주는 것도 아니라서 관객들이 못 알아채도 상관은 없다. 하지만 두 사람의 대화와 리액션에서 그런 것을 느끼면서 연기했다"고 회상했다.

성효관의 캐릭터에 몰입해 인물을 잘 살릴 수 있던 이유다. 황정민과는 달리 비중이 그리 많지 않지만 김민희는 무척이나 열정적이었다. 감독이 처음부터 그를 성효관으로 '찜'한 까닭도 설명됐다.

"비중이 중요한 게 아니라 어떤 영화에서 어느 배우들과 함께 연기를 하느냐가 더 의미있다고 생각해요. 제가 할 수 있는 만큼은 충분히 잘하고 싶었어요. 다음에도 역할이 작아도 매력적인 것이라면 언제든 하고 싶어요."(웃음)

김민희는 모델로 시작해 연기자가 됐다. 다른 분야도 도전을 하고 싶은지 물었다.

"연기하는 것도 힘들어요. 이 분야에서 잘하고 쭉 그 길로 가고 싶어요. 다 잘할 수는 없잖아요. 특히 예능 프로그램 같은 경우는, 솔직히 말씀 드리면 무서워요. 분위기를 재밌게 하는 소질도 없고, 잘하지 못하면 분위기가 썰렁해지잖아요. 그게 힘들어요."

김민희를 향해 던져지는 흔한 오해 한 가지를 해소하자면, 그는 '4차원' 여배우가 아니다. 펄쩍 뛰며 고개를 가로젓는 김민희의 표정은 샐쭉하면서 귀엽기만 하다.

"왜 그렇게들 생각하는지 모르겠어요. 저 지극히 건강하고 정상적인데요? 말투 때문에 그런 것 같기도 하고, 가끔 딴 생각을 해 표정이 그래서 그런가요? 몰라요. 하지만 전 정말 4차원 아니에요."(웃음)

김민희는 6월에는 '모비딕' 무대인사와 관객과의 대화 등 영화 홍보일정을 소화하고 7월부터 미스터리 스릴러 '화차'(감독 변영주) 촬영에 들어갈 예정이다.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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