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단 디지털에 꿈과 추억 일깨우는 아날로그 코드로 감성 자극
'디지로그'(Digilog=Digital+Analog).
이어령 교수의 말이다. 온라인과 오프라인, 클릭과 브릭(Brick), 실제와 가상 등 디지털과 아날로그가 벽을 넘어 신개념을 구축하고 있다. IT시대의 도래와 함께 디지털 기술은 우리 생활을 크게 바꿔 놓았지만, 우리의 감성은 오히려 더 추억을 찾는다. 역설적이지만 디지털 시대에 아날로그의 향수는 가슴을 파고든다.
'노스탤지어'(Nostalgia). 추억을 불러일으키고, 새로운 감성을 불러오는 향수다. 우리의 머리는 24시간 움직이는 가상의 디지털 세계에 살고 있지만, 우리의 육체는 여전히 해가 뜨고 해가 지는 지구라는 땅에 살고 있는 아날로그 세계에 살고 있다. 그래서 우리 몸은 항상 아날로그의 향수를 꿈꾼다.
이 디지털과 아날로그의 두 세계를 균형감을 갖고 통합하는 디지로그의 파워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 디지털 기술만으로는 21세기를 지배할 수 없다는 시장의 깨달음을 얻었기에, 아날로그는 더욱 존중되고 풍부해지고 있는 흐름이다. 이 흐름에는 좋은 디지털이란 감성적이고 따뜻하며 인간적인 것이어야 한다는 인식이 깔려있다.
스타벅스는 3년 전 큰 위기를 맞았다. 매장 600개를 줄이고, 1만여 명을 일시 해고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커피로 황금을 만드는 '마이더스의 손' 하워드 슐츠는 직원들을 무작장 해고하지 않았다. 수용 가능한 인원을 최대한 산출해 다른 점포로 재배치했다. 이를 통해 실제 해고 인원을 1천여 명으로 줄일 수 있었다.
이렇게 한 이유는 스타벅스는 마케팅 중심의 디지털 경영이 아닌 좋은 커피를 만들어 파는 인간적인 아날로그 경영을 하고 있다는 것을 보기주기 위해서였다. 하워드 슐츠는 "고객의 기대를 뛰어넘는 가치와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 목표"라고 강조했다. 이런 CEO의 마인드는 성공적인 위기 극복으로 이어졌다. CEO의 직원에 대한 사랑과 스타벅스의 자부심으로 실적은 호전됐고, 1년 만에 금융위기 이전의 전성기와 같은 수준으로 회복했다.
스타벅스가 위기 극복을 위해 지향했던 바는 바로 인간애(humanity)였다. 스타벅스는 20만 명의 직원이 일하는 서비스업체로 '사람 비즈니스'를 지향한다는 것을 보여준 셈이다. 하워드 슐츠는 "주주와 종업원, 소비자, 커피 농장 농부 등 모두가 함께 돈을 벌고 행복할 때 진정한 성공"이라고 했다.
아날로그가 디지털에 결합돼 그 가치가 천문학적으로 올라가는 사례도 있다. 노키아의 자회사인 핸드폰 전문업체 '베르투'(Vertu) 핸드폰은 지난해 3월 일본 무형문화재의 옻칠이 새겨진 '시크니처키치죠'를 출시했는데, 한 대당 가격이 2억원이 넘는 고가임에도 회사 매출이 6개월마다 갑절씩 늘어났다. '베르투'는 럭셔리 콘셉트에 맞게 버튼 하나로 전용 서비스센터에 24시간 대기 중인 서비스 직원을 연결시켜주며, 공연 티켓과 레스토랑, 항공기 등의 예약 서비스도 했다. 이는 VIP 고객들에게 첨단 디지털 기기에 덧붙여 최고의 아날로그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최고의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해가고 있는 것이다.
디즈니랜드 역시 '마술 같은 가족 중심의 엔터테인먼트로 사람들을 행복하게 만든다'는 아이덴티티를 바탕으로 미키마우스, 도널드 덕, 백설공주, 인어공주 등과 같은 꿈과 환상을 주는 아날로그적인 캐릭터로 전 세계인의 사랑을 받아왔다. 이런 캐릭터들은 가족 중심의 관광객들에게 감동과 추억을 제공하고 있다.
디즈니랜드가 디지털 기술 발전에 힘입어 인형, 게임, 비디오 등의 분야로 진출하면서 온라인과 결합한 사업다각화에 나서고 있지만 그 기본 철학인 '가족을 중심으로 꿈과 추억을 선사한다'라는 브랜드 정체성은 잊지 않고 있다. 이것이 바로 디즈니랜드가 추구하는 '디지로그'다.
권성훈기자 cdro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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