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경전철도 툭하면 멈추는데… 무인 모노레일 방식 첫 시도, 괜찮을까?
대구 도시철도 3호선 차량이 모노레일 방식에 무인운행 시스템이 도입되면서 안전성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도심 교통축에 무인 모노레일이 들어서는 것 자체가 유례를 찾기 힘든데다 모노레일 특성상 승객들의 대피가 여의치 않기 때문.
◆부산 경전철 불안감 여전
13일 오후 부산 동래구 낙민동 도시철도 4호선 동래역. 안내방송과 함께 경전철이 지하 승강장으로 서서히 진입했다. 제동장치를 작동할 때 나는 금속성 소음은 거의 들리지 않았다. 경전철은 기존 도시철도에 비해 길이는 절반 정도 짧고 차체 폭도 35㎝가 좁다. 차량당 정원도 52~54명으로, 110~130명인 기존 중전철보다 적다. 안평역~미남역을 잇는 4호선은 지하 구간 7.2㎞와 지상 구간 5.5㎞ 등이며 14개 역을 25분 만에 주파한다.
열차 내부에는 기관사나 기관실이 없었다. 종합 관제실에서 제어하는 무인운행 시스템이다. 열차에 탑승한 지 20초가 지나자 짧은 경보음을 3번 반복한 뒤 문이 닫혔다. 철컥거리는 철제 레일 특유의 소음도 나지 않았다. 콘크리트 궤도 위를 고무 타이어가 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울렁거림은 다소 심한 편이었다.
첨단 설비를 갖춘 경전철이지만 승객들은 불안해했다. 열차에서 만난 윤지영(35'여'부산 동래구) 씨는 "출퇴근을 위해 무인경전철을 이용하긴 하지만 워낙 고장이 잦고, 더구나 고무 타이어를 쓰기 때문에 눈'비 등 날씨가 나쁠 때는 더욱 조마조마하다"고 했다.
◆무인운행 시스템, 사고 시 조치 늦어
무인운행 시스템은 비용 및 인력 절감 등 경제성 확보에는 유리하지만 각종 장애나 사고가 발생했을 때 대처가 늦다는 점이 단점으로 꼽힌다. 부산교통공사는 역에 정차한 열차에 문제가 발생하면 최대 10분, 역과 역 사이에 멈춰설 경우 20분까지 조치하는 데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신속한 대피와 초동대처가 필요한 화재 등에는 치명적일 수밖에 없어 대형 참사를 피할 수 없다.
종합관제소의 판단만 기다리다 사고 조치가 늦어질 가능성도 크다. 부산지하철노조에 따르면 부산 도시철도 4호선은 5월 한 달 동안 14건의 운행 장애가 발생했다. 이 중 절반인 7건이 차량에 탑승한 안전운행요원에 의해 조치가 됐다는 것. 관제소에서 원격 제어로 조치한 경우는 2건에 불과했다.
다른 지역의 이같은 사고로 대구도시철도건설본부는 차량 안전요원 52명을 확보해 열차마다 탑승시킨다는 계획을 세웠다. 사실상 '유인 운행'인 셈이다.
대구도시철도 3호선 차량은 일본의 히타치에서 설계'제작한다. 히타치는 일본 마이하마노선과 두바이, 미국 라스베이거스 등에 모노레일을 제작·납품한 업체다. 그러나 차량 3량만 히타치에서 제작하고 나머지 84량은 국내업체인 우진산전이 히타치 기술을 바탕으로 조립한다.
우진산전은 철도기술연구원과 함께 지난 2004년 세계에서 4번째로 고무바퀴 방식의 한국형 경전철(K-AGT) 차량을 제작했다. 부산지하철노조는 이 차량이 처음 도입된 부산 경전철에서 핵심장치인 종합제어장치가 5월 한 달 동안 6차례나 고장이 났다고 주장했다.
◆승객 대피 힘들고, 시운전할 곳 없어
모노레일 방식의 특성상 역과 역 사이에서 멈춰설 경우 승객들이 객차 밖으로 탈출하기 힘들다. 레일이 하나이기 때문에 승객들이 선로 위를 걸어 나올 수 없기 때문이다. 승객 추락을 우려해 비상 문열림 장치도 잠가둔다. 문이 잠기는 장애가 발생하면 꼼짝없이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 또 다른 견인전동차가 끌고 가까운 역으로 이동하거나 건너편 차량으로 옮겨 타야한다. 최악의 경우 고가 사다리를 이용해 빠져나올 수밖에 없다.
차량 시운전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는 점도 문제다. 차량은 다음달 초쯤 설계를 끝내고 제작에 착수할 예정이다. 그러나 시운전할 곳이 마땅치 않다. 국내에 모노레일 깔린 곳이 없는 탓이다.
대구시는 차량 제작이 끝나면 동호차량기지에서 시험 운행을 할 계획이지만 짧은 구간을 오가는 정도로는 충분치 않다. 부산 경전철의 경우 경북 경산의 경전철 시험선에서 17만km를 시험운행했지만 실제 승객이 탑승하자 고장이 잇따랐다.
대구도시철도건설본부는 5중 안전 장치가 돼있어 안전성에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3량 1편성 열차에 설치된 10개의 견인 전동기 중 6개의 모터가 고장 나더라도 4개만으로 운행이 가능하다는 것. 또 장시간 운행 중단될 경우를 대비해 나선형 지상탈출 장비와 대피용 비상문, 반대 선로 열차로 대피할 수 있는 건넘판 등도 설치한다.
내부는 모두 불연재와 내연재를 쓰고, 차량마다 고성능 소화설비도 장착한다는 것이다. 무인운전 시스템에 따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해 종합관제실 설비와 신호 기계실, 종합제어장치 등 열차운행과 관련한 주요 장치는 예비 장치를 마련하기로 했다.
도시철도건설본부 관계자는 "차량 제작 과정부터 운영기관인 도시철도공사의 직원을 대상으로 이론 및 실기교육을 하고 있으며 개통 후에는 일본 히타치 기술자가 6개월 이상 상주하며 기술협력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장성현기자 jacksoul@msnet.co.kr
백경열기자 bk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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