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회 반발에 본부 백기, 해법마련 산넘어 산
경북대 법인화 시계가 15일 멈춰섰다. 경북대 본부가 이날 법인화 논의 중단을 선언하면서 '사실상 경북대 법인화는 물 건너갔다'는 얘기가 공공연히 흘러나오고 있다.
교수회는 법인화 찬반을 묻는 '교수 총투표(21일)를 저지하려는 본부의 전술'이라며 총투표 강행 의사를 밝혔다. 일부에선 경북대 본부의 행정력을 질타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경북대 법인화연구위원장인 황석근 부총장은 "당분간 법인화 재논의는 어렵지 않겠느냐"며 "정부가 대대적인 재정지원을 약속한 법인화는 현재의 경북대를 도약시킬 수 있는 호재인데 살리지 못했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어 "이번 일(법인화 논의 중단) 때문에 앞으로 새로운 대학 발전 방안에 대한 논의조차 막히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했다.
이번 법인화 중단 선언에는 복합적인 부담들이 작용했다. 학교 밖에선 법인화를 반대하는 서울대생들의 총장실 점거에 이어 법인화 행보를 함께하기로 했던 부산대가 새 총장을 선출하면서 '법인화 반대' 입장을 공식화했다. 학내에선 21일 교수회 총투표에서 반대가 예상됐고 '반값 등록금'이 이슈화되면서 법인화 반대의 근거를 제공했다.
경북대 교수회는 법인화 반대 공세를 늦추지 않고 있다. 김형기 교수회의장은 15일 교직원 회의실에서 가진 '경북대'부산대'전남대 교수회 국립대 법인화 반대 공동성명 발표회'에서 "늦었지만 본부가 법인화 논의 중단 의사를 밝힌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라면서도 "본부는 즉각적으로 법인화 추진 포기 선언을 해야 한다"고 공방 수위를 높였다.
이런 가운데 경북대 학장협의회는 16일 교수회, 본부 관계자와 함께하는 간담회를 열고 중재에 나설 계획이지만, 근본적인 해법은 찾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경북대 본부의 '입장 선회'에 대해선 우려 섞인 시선이 많다. 경북대의 방만한 경영을 개혁하기 위해선 '외과수술'이 절실한데, 법인화를 포함한 일체의 경북대 개혁 논의가 불가능하다고 보기 때문. 실제 2008년 경북대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2003~2007년 교수 정년보장 심사에서 탈락 교수는 5년간 한 명도 없었다.
본부 한 관계자는 "경북대 1천100여 명의 교수 중 1년에 논문 한 편 안 쓰는 사람이 300여 명이나 되지만, 정년보장 교수는 960여 명에 이른다"며 "이런 식으로는 '철밥통'이라는 비판을 면할 수 없다"고 햇다.
교수회도 이런 비판을 의식해 "교수들 스스로 정년보장 요건을 강화하고 더 적극적으로 논문 연구에 나서는 등 변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학 안팎에선 본부와 교수회를 싸잡아 비판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법인화를 찬성하는 한 단과대 학장은 "이렇게 쉽게 결론이 날줄 몰랐다. 아예 시작하지 않은 것보다 못한 상황이 됐다"고 안타까워했다. 그는 "상당수 교수들이 경북대 위상 추락을 입에 올리면서도 행동은 하지 않는다. 교수회가 얘기하는 혁신안은 한마디로 희망사항일 뿐"이라며 "본부도 '정부 재정지원 약속' '등록금 동결' 운운하기 전에 법인 경북대의 미래 발전상을 학내 구성원들에게 주지시키지 못했다"고 꼬집었다.
또 다른 경북대 한 교수는 "(법인화) 시작 때는 서울대에 끌려가더니 끝낼 때는 부산대 눈치를 보나"라며 "이런 상황이라면 앞으로 대학 본부가 어떤 일을 자신있게 추진할 수 있겠는가"라며 혀를 찼다.
최병고기자 cb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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