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흔인 어머니가 일흔의 딸에게 말한다. "젊어서 많이 다녀라." 그래서 일흔의 딸은 어머니의 말을 주변에 인용하며 여행을 다닌다. 그러다보면 일흔의 딸은 정말 젊어서 기운이 펄펄 넘쳐나는 착각에 빠지곤 한다.
이 책은 아흔 여섯의 어머니와 일흔 둘의 딸이 함께 쓴 책이다. 함께 나이 들어가는 모습을 서로 지켜보며 쓴 일기들을 모았다.
어머니의 방에는 큰딸이 쓰던 화장대, 아들이 사준 텔레비전, 손자들의 선물 등이 많다. 딸들은 버리라고 성화지만 어머니는 버리지 않는다. "둘러보면 자식들 손 안 간 게 없다. 물건들은 낡고 보잘것없지만 손때 묻은 그것들을 보고 있으면 정이 간다."
아흔의 어머니가 남긴 일기는 모든 자식들에게 하는 이야기다. "긴 병을 앓게 되면 고독이 더 괴롭다. 긴 병 든 사람은 고독하기 마련이다. 이유도 없이 노엽고 모두가 야속하다"고 서글퍼한다. 한편 딸은 어머니에게 새 냉장고를 사드렸다. 자식들이 쓰던 것만 쓰던 어머니는 새 냉장고를 보고 어린아이처럼 좋아하셨다. 어머니는 새 냉장고를 딱 일 년밖에 쓰지 못하고 세상을 떠나셨다. 딸은 "나는 지금까지 내가 한 일 중에 가장 잘한 일이란 생각을 하며 왜 진작 사드리지 못했나 싶다"고 고백한다. 어머니와 딸이 주고받는 사랑 이야기는 잔잔하면서도 눈물겹다. 286쪽, 1만2천원.
최세정기자 beaco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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