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명대에 '천막 도서관'이 생긴 이유는?

입력 2011-06-14 09:55:23

"2천억 두고 인하 않다니" 시험기간 야외공부 시위

계명대생들이 13일부터 대구 달서구 신당동 계명대 바우어관 앞에서
계명대생들이 13일부터 대구 달서구 신당동 계명대 바우어관 앞에서 '반값 등록금' 실현을 요구하며 '공부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성일권기자

13일 오전 대구 달서구 신당동 계명대 바우어관 앞에 '야외 도서관'이 생겼다. 책상도 의자도 없다. 학생들은 흰 천막 아래 돗자리에서 책을 봤다. 이곳에 모인 학생들은 영어 공부를 하고 노트북을 가져와 과제를 하기도 했다. 천막에는 '반값 등록금 실현'이라는 문구만 나붙었다.

이날 "천막 농성은 용납할 수 없다"는 학교 관계자들과 "농성이 아니라 공부"라고 반박하는 김인(23'계명대 한국어문학과 2년) 씨 사이에 고성이 오갔지만 학생들은 주변 소음에 아랑곳하지 않고 공부에만 집중했다.

이달 10일 2'28기념중앙공원에서 열린 '반값 등록금' 촛불 집회에 나온 계명대 학생들이 "집회를 하면서도 공부는 하자"는 의견을 냈고, 이를 학생들이 실행한 것이다.

새내기 안태현(20'문예창작학과 1년) 씨는 "학습권을 지키면서 '할 말은 하자'는 생각에 바깥으로 나섰다. 천막에 조성된 야외도서관은 공부를 하면서 우리의 주장을 동시에 펼 수 있는 시위 방식이다"고 말했다.

휴학생 김봉준(24'중어중문학과) 씨는 "지난 주 촛불 집회에 참가했을 때 나와 같은 의견을 가진 학생들이 이렇게 많을 줄은 예상 못 했다. 학교가 2천억원에 가까운 적립금을 쌓아두고 등록금을 내리지 않고 있는 것에 학생들이 분개하고 있는 것 같다"고 했다.

홍지혜(23'한문교육 4) 씨는 빈 강의 시간을 이용해 노트북을 들고 야외 천막 도서관 돗자리에 앉았다. "졸업을 앞두고 왜 그렇게까지 하느냐는 친구들도 있지만 내가 옳다고 생각하는 것을 행동으로 보여주고 싶었다"는 홍 씨는 "조금 있다가 수업을 듣고 시험도 봐야 하지만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들과 함께 움직이고 싶었다"고 했다.

집회를 반대했던 학교 측은 학생들 스스로 집회를 그만둘 때까지 지켜볼 입장이다. 교칙에는 '시험기간 일주일 전부터 방학 전까지 학내 행사가 금지'돼 있지만 여름방학이 얼마 남지 않은 만큼 강제로 천막을 걷지는 않겠다는 것. 계명대 한 관계자는 "교칙에 어긋나는 행위는 맞지만 학생들이 학내 소란을 일으키며 집회를 하는 것도 아니어서 당분간 조용히 지켜보겠다"고 밝혔다.

이날 오후 6시까지 문을 연 야외 도서관에는 줄곧 20여 명이 자리를 지키며 자신들의 주장을 펼쳤다. 학생들은 이달 22일까지 천막 도서관에서 시위를 하면서 공부를 계속할 예정이다.

황수영기자 swimmi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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