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서 논술 톺아보기] 주장이 먼저 나오는 개요-개요 작성하기 1

입력 2011-06-14 07:55:57

#여행을 가려는 사람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여행지를 정하는 것이다. 여행지가 정해지면 일자, 교통편, 준비물, 자료 정리 등 여행에 필요한 소소한 것들이 쉽게 결정된다. 그러나 동일한 여행지라 해도 여행의 목적이 무엇이냐에 따라 내용이 확연하게 달라진다. 한 편의 글을 쓰는 것은 여행을 계획하는 것과 같은 과정을 거친다. 글을 계획하고 순서를 잡는 과정이 개요 작성하기다. 개요는 말 그대로 글의 뼈대에 해당하는, 전체적인 구상과 틀을 말한다. 조형물을 만들 때 먼저 중심 뼈대를 세우는 것처럼 글에도 일관되고 통일된 뼈대가 있어야 한다. 그러나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자신이 쓰려는 글의 종류와 목적을 확실하게 인식하는 것이다. 다음 예를 보도록 하자.

바이오연료의 사용을 장려하게 된 이유나 동기는 무엇인가? 그리고 그것이 가져온 결과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500자 내외로 쓰시오.

위 논제에 답을 쓰기 위해서는 아래와 같은 사고 과정이 필요하다.

1. 논제를 세부적인 요소로 나누기

2. 중심 요소 파악하기

3. 각 내용에 대한 원고 분량 정하기

4. 개요 작성하기

논제는 세 가지 요소로 나눌 수 있다. 이유나 동기, 결과, 자신의 입장이다. 학생들은 세 가지 요소를 잘 찾아내고 그 중 '자신의 입장'이 가장 중요한 요소임을 잘 집어낸다. 그러나 학생들이 쓴 글은 놀랍게도 이유와 결과가 70%를 넘는 글이 수두룩하다. 왜일까? 논제 분석할 때는 그렇게 나누어 보지 않았기 때문이며, 이유와 결과 부분이 쓰기 쉽기 때문이다. 이유와 결과는 이미 제시문에 나와 있을 뿐만 아니라 수업시간에 들었던 풍월도 있어 그리 힘들지 않다. 학생들이 힘들어 하는 부분은 '네 생각을 써 봐' 이다. 그것은 논리적 설득력도 부족해 보이고 무엇보다 정답인지 아닌지 불안하기 때문에 글의 뒷부분에 조금만 거론하고는 붓을 떼는 것이다. 이렇게 쓴 글은 대부분 논술이 아니라 설명문이다. 학생들에게 자신의 글이 설명문이지 논설문인지 평가해 보라고 하면 배시시 웃는다. 그제야 잘못된 것을 아는 것이다.

논술은 자신의 생각을 논리적으로 표현해 상대를 설득시키는 글이다. 따라서 이유와 동기/ 결과는 제시문 요약 즉 설명에 해당하므로 150-200자 이내로 한정하고, 자신의 입장을 300 -350자로 계획해야 한다. 이렇게 문단을 구분하고, 원고분량을 세워놓은 다음 개요 작성을 해야만 글이 턱없이 풀어지거나 샛길로 빠지지 않는다. 이 원칙을 적용한 개요는 다음과 같다.

원인 : 바이오연료는 화석연료로 인한 온난화의 여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등장하였다.

결과 : 그러나 바이오연료의 사용으로 인해 오히려 열대우림이 파괴되고, 곡물가격의 상승으로 기아문제가 더 심각해지는 역효과가 나타났다.

주장 : 따라서 바이오 연료의 개발은 중지되어야 한다.

이유 : 식량문제는 연료문제보다 더 중요하고 급박하기 때문이다.

예시 : 곡물가격의 상승으로 아프리카 난민들에게 보내는 구호식량의 양이 절대적으로 감소하였고, 연료용 플랜테이션 개발로 개인들의 곡물용 경작지가 줄어들고 있다.

상술 : 곡물은 사람의 생명을 살리는 데 사용해야지 자동차를 먹이는 데 사용해서는 안 된다.

이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개요를 문장형으로 작성하는 것이다. 명사형 개요는 글이 가진 문장성을 거역하는 것이기 때문에 다시 주어 서술어를 찾아 적어야 한다는 불편함이 있고, 개요를 읽는 입장에서는 말하려는 바를 제대로 파악하기 어렵다. 그에 비해 문장형 개요는 대상(주어)과 입장(서술어)이 함께 제시되어 개요만 봐도 전체 글을 파악할 수 있으며, 글로 확장하기에도 아주 편하다.

이금희(대구통합교과논술지원단, 대구공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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