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속의 인물] 펜타곤 문서 폭로한 대니얼 엘즈버그

입력 2011-06-13 07:24:29

"펜타곤 문서로 본 미국의 군사개입 확대과정 30년". 1971년 오늘 뉴욕타임스의 표제 기사 제목이다. 장장 6개 면에 실린 이 기사는 미국이 베트남전쟁에 개입한 역사를 기록한 국방부 비밀문서, 이른바 '펜타곤 문서'-공식명칭은 '미-베트남 관계:1945-1967'-에서 발췌한 것이다. 부패한 응오 딘 디엠 정권에 대한 지원, 라오스에 대한 고의적 폭격, 통킹만 사건 조작 등 미국의 명분 없는 베트남전 개입의 비밀이 백일하에 드러나는 순간이었다.

이 문서를 뉴욕타임스에 넘긴 인물이 대니얼 엘즈버그(1931∼)다. 하버드대 출신으로 국방부에 근무할 때 로버드 맥나마라 국방장관 밑에서 이 문서 작성에 참여했다. 처음에는 인도차이나에서 미국의 적극적 역할을 지지했으나 진실과 정의에 눈뜨며 "미국에서 가장 위험한 인물"(헨리 키신저)이 됐다. 폭로 이후 문서 오용 및 절도죄로 15차례 기소됐다. 형기가 무려 115년이었으나 대법원의 무죄 판결을 받았다. 이후 반전운동에 적극 참여하면서 체포되기도 했다.

2006년에는 "개인의 안위보다는 평화와 진실을 먼저 생각해 비슷한 상황에 처한 사람들에게 영감을 준" 공로로 '대안 노벨상'으로 불리는 '바른 생활상'을 받았다.

정경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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