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병휘의 교열 斷想] 소중한 시간

입력 2011-06-13 07:26:33

"주님! 때때로 병들게 하심을 감사합니다. 이로 인해 인간의 약함을 깨닫게 해주시기 때문입니다./ 가끔 고독의 수렁에 내던져 주심도 감사합니다. 그것은 주님과 가까워지는 기도이기 때문입니다./ 일이 제대로 안 되게 틀어주심도 감사합니다. 그래서 나의 교만이 반성될 수 있습니다. (중략) 주님! 이 모든 일로 감사할 마음을 주심을 감사합니다."

뜻하지 않게 일주일간 병원 신세를 졌다. 앞서 인용 글은 서울 연세의료원 병실에 부착된 기도문이라며 직장 동료가 읽어보라고 전해줘 접한 것이다. 지난 2년여 동안 매주 월'화요일 내게 맡겨진 일이 병원에 입원함으로써 처음으로 틀어져 버렸고, 전주(前週) 본란에 쓴 '고독하십니까'라는 글이 내게 한 것이었음을 새삼 느끼게 되었고, 인간의 약함, 교만, 그리고 모든 일에 감사할 수 있는 정말 소중한 시간이 된 병원 체험(?)이었다.

"여자 쪽 부모가 일을 틀어서 결혼이 이루어지지 않았다." "솜틀에서는 달칵달칵 솜이 틀어지고 있었다." "그는 전 재산을 털고 빚까지 얻어 사업에 투자했다." "노인은 곰방대를 털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문장에 나오는 '틀어서' '틀어지고' '털고' '털며'의 기본형인 '틀다'와 '털다'에 대해 알아보자.

'틀다'는 방향이 꼬이게 돌리다, 음향기기 따위를 작동하게 하다, 잘되어 가던 일을 꼬이게 하다라는 뜻이다. "그녀는 눈을 감은 채 옆에 앉은 남자의 가슴에 얼굴을 묻기라도 하듯이 몸을 모로 틀면서 얼굴을 무덤의 잔디 속에 묻었다."라고 쓰인다. '털다'는 달려 있는 것이나 붙어 있는 것 따위가 떨어지게 흔들거나 치거나 하다, 일 감정 따위를 완전히 극복하거나 말끔히 정리하다라는 뜻이다. "경찰은 은행을 턴 강도를 전국에 수배했다." "그녀는 악몽 같은 세월을 털고 일어섰다."로 쓰인다. 앞서의 예문은 전부 옳은 표기이다. 이제는 '틀다'와 '털다'를 혼동하는 일이 없도록 유념하자.

어떤 물체가 반듯하고 바르지 아니하고 옆으로 굽거나 꼬이다, 꾀하는 일이 어그러지거나 본래의 방향에서 벗어나 다른 쪽으로 나가다라는 뜻의 단어는 '틀어지다'이다. "목재를 햇볕에 너무 오래 노출시키면 약간씩 틀어져서 상품 가치가 떨어진다." 로 쓰인다. 병원에 부착된 인용문에 나오는 '틀어주심도'는 '틀어지게 하심도'로 쓰는 게 올바른 표기이다.

대부분의 과일나무는 다음 해 생산을 늘리기 위해 반드시 가지치기를 해야 한다. 만일 가지치기를 하지 않으면 옛 가지들이 웃자라기만 하고 열매는 잘 열리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도 온갖 집착과 욕망의 가지들을 잘라 내어야 한다. 그 잘라낸 상처 주변에 새순이 돋아 새 열매를 맺을 수 있도록 해보자.

교정부장 sbh126@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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