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생주자 IPTV 적극적 마케팅…케이블TV '가입자 지키기'
국내 유료방송 시장을 놓고 케이블TV와 IPTV(인터넷TV)의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유료방송의 대명사였던 케이블TV는 2008년 말 IPTV의 등장으로 가입자 확보에 위협을 느끼게 됐고, 신생주자 IPTV는 시장 공략을 위한 적극적 마케팅을 펴고 있다.
1995년 서비스를 시작한 케이블TV는 2003년 1천만 가입자를 돌파한 뒤, 작년 말 기준으로 가입자 수가 1천507만 명에 육박하고 있다. 전국의 SO(종합유선방송사업자)는 95개 사로 그동안 '독과점 구조' 속에서 안정적인 성장을 해왔다. 하지만 이제 케이블TV는 1천500만 가입자 유지를 장담하지 못하게 됐다. IPTV의 무서운 추격세 때문이다.
KT, SK브로드밴드, LG유플러스 등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하는 IPTV는 유료방송 시장의 새로운 강자로 부상하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와 업계에 따르면 2011년 5월 말 현재 IPTV 가입자 수는 419만명(VOD 가입자 포함)으로 놀라울 정도로 성장세를 거듭하고 있다 . 이 중 상당 부분은 케이블TV로부터 뺏어온 고객이다.
케이블TV와 IPTV, 양 진영의 물러설 수 없는 싸움이 시작됐다.
◇제1 라운드-'PP사 길들이기'
지난달 16일 공정거래위원회는 복수종합유선방송사업자(MSO) 5개 업체(티브로드, CJ헬로비전, 씨앤엠, 현대HCN, 큐릭스)에 담합행위에 따른 과징금 97억원을 부과했다. 5개 MSO들이 2008년 경쟁자인 IPTV에 채널을 공급한 온미디어(채널업계 2위 프로그램 공급자'PP)에'괘씸죄'를 적용한 게 발단이 됐다.
5개 MSO들은 각 케이블TV를 통해 송출되는 온미디어의 인기채널인 투니버스, OCN, 온스타일, 온게임넷 등의 방송분을 대폭 축소하거나 채널 이동을 통해 불이익을 줬다. MSO의 한 임원은 공정위 조사에서 "PP들이 IPTV로 가면 이렇게 된다는 것을 보여줄 필요가 있었다"고 말했다. 당시의 분위기에 대해 다른 PP사업자는 "온미디어가 MSO들로부터 집단 따돌림을 받는 것을 보고, '지금은 때가 아니다'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밝혔다.
공정위의 케이블TV에 대한 제재 조치에 IPTV측은 즉각 반색했다. 업계를 대변하는 한국디지털미디어산업협회는 성명을 내고 "유료방송 시장의 콘텐츠 유통질서가 정상화되기를 기대한다"면서 "케이블 MSO들은 PP사들이 경쟁력 있는 콘텐츠를 생산할 수 있도록 다양한 매체를 통해 프로그램을 공급하는 활로를 열어주어야 한다"고 밝혔다.
케이블TV측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유료방송 시장 상황을 무시한 조치라는 것이 이유다.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의 관계자는 "IPTV가 스스로 콘텐츠 투자를 하지 않고, 케이블TV에 있던 기존 인기채널을 가져다 사업을 하는 형태가 옳은가"라며 지적하면서"IPTV와 케이블이 서로 다른 채널을 편성해야 소비자들이 콘텐츠를 보고 보다 좋은 상품을 선택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 MSO의 관계자도 "유료방송 사업자의 경쟁력은 콘텐츠의 차별화에 있다"면서 "공정위의 말을 따른다면 앞으로 유료방송 시장에서 콘텐츠 경쟁은 사라지고 가격 경쟁만 남을 것"이라고 불만을 표시했다.
◇제2 라운드- '통신사 결합상품 논란'
MSO와 IPTV간의 날 선 공방은 방송통신 결합상품을 놓고서도 계속되고 있다. 분쟁의 핵심은 KT가 판매하는 'OTS'(올레TV스카이라이프) 상품. OTS는 올레TV의 주문형비디오(VOD)에다 초고속인터넷, 스카이라이프 위성방송 서비스를 결합한 상품이다. 2009년 9월 출시 한 후 최근 하루 평균 3천~4천 명이 가입하고 있으며 올 3월 기준 누적 가입자 수는 82만 명을 넘어선 것으로 알려졌다. KT는 위성방송을 포함해 전체 IPTV 가입자의 절반을 훌쩍 뛰어넘는 위협적인 존재로 우뚝 섰다.
KT의 OTS 상품은 케이블TV 업계의 심한 반발을 불러 일으켰다. 대척 관계에 있는 케이블TV가 위성방송으로 타격을 입고 있는 데다 지나친 저가 경쟁에 뛰어들어야 하기 때문.
케이블TV방송협회는 "통신 중심의 결합상품을 통해 '방송 끼워팔기'를 하고 있다"면서 "KT인터넷 가입자에겐 월 5천원에 위성방송+IPTV+VOD를 제공하는 셈"이라고 주장했다. 협회는 지난달 25일 방송통신위원회에 'KT의 OTS 판매 위법행위 신고서'를 제출하고 판매 중지를 공식 요청했다.
이에 대해 KT측도 할 말이 많다. KT의 한 관계자는 "OTS가 저가상품이라고 주장하는데 실제적으로 케이블TV 업계서는 이보다 더 싼 상품도 존재한다"며 "유료방송 시장에서 케이블TV가 아직도 IPTV와는 비교되지 않을 정도의 점유율을 차지하는 것만 봐도 현실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창과 방패' 지역 유료방송 시장 현황
케이블TV방송협회 자료에 따르면 대구의 케이블TV 가입자는 2010년 12월 기준으로 84만4천 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서울(307만), 경기(298만), 부산(124만), 경남(121만), 경북(93만)에 이어 전국 6위에 해당되는 수치다. 대구의 케이블TV 가입자 수 역시 2010년 6월 86만3천 명을 정점으로 이후 점진적으로 하향 추세다.
IPTV의 대구지역 가입자는 2011년 3월 현재 약 14만9천 명으로 나타났다. 디지털미디어산업협회와 업계의 자료에 의하면 2010년 3월 10만6천, 6월 11만4천, 9월 12만2천, 12월 13만8천 명으로 매 분기마다 약 10%대의 IPTV 가입자 수 증가가 눈에 띈다. 이 중에서 KT가 대구지역 가입자의 약 60%를 차지하고 있고 SK브로드밴드 25%, LG유플러스가 15%로 시장을 나누고 있다.
하지만 지역의 케이블TV 업계는 IPTV의 약진에 대해 아직 표면적으로는 크게 개의치 않는 표정이다. 달서구와 달성군을 영역으로 하는 개별SO인 푸른방송 최기만 보도제작팀장은 "케이블TV는 기존의 방송, 신문 매체에서 다루지 못하는 소소한 소식조차도 전할 수 있는 채널이 있다"며 "또한 지역 주민을 위한 각종 교양강좌, 전시, 공연 등의 행사를 통해 밀접한 커뮤니티가 형성돼 있어 가입자 이탈 걱정을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나 SO들은 KT의 공격적 마케팅에는 신경을 쓰는 눈치다. 대구 동구와 수성구 MSO인 CJ헬로비전 천승태 영업팀장은 "아파트 단체 가입자 유치를 위한 이동통신사의 물량공세 대처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CJ헬로비전이 단체 계약한 수성구 모 아파트의 경우 지상파 공청안테나를 디지털로 복원해주겠다는 KT측 제안을 입주자대표위가 받아들이자, 기존 케이블방송 시청에 곤란을 겪는 입주자가 비대위를 구성해 고소고발 사태로 이어지기도 했다. KT 대구마케팅단 임영대 영업지원팀장은 "공청안테나 설치는 고객이 양질의 방송을 시청할 수 있도록 돕는 KT의 고객 서비스 개념으로, 10가구 정도의 원룸에도 달아주고 있다"며 "아파트 주민들이 꼼꼼히 따져서 IPTV 상품 가치를 보고 선택한 것에 대해서 왈가왈부할 일이 아니다"고 말했다.
향후 'OTS 상품'과 관련한 방통위의 결정에 따라 유료방송시장의 케이블TV와 IPTV간의 가입자 확보 경쟁은 한층 더 치열해질 전망이다.
이석수기자 sslee@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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