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현철의 별의 별 이야기]영화 '마마'에서 엄마로 출연한 가수 겸 배우 엄정화

입력 2011-06-09 14:49:05

예쁘고 화려하고 진정성까지…

또 엄마 역을 맡았다. 영화 '오로라 공주' '호로비츠를 위하여' '해운대' '베스트셀러' 등에서 엄마로 나왔다. 배우 겸 가수 엄정화(42) 얘기다. 항상 대박을 터트리는 흥행 보증수표는 아니더라도 영화계에서 꾸준히 러브콜을 받고 있는 여배우.

외모와 패션으로 판단하자면 '엄마'보다 다른 역할로 인터뷰를 해야 할 듯하다. 아직도 로맨틱 코미디나 멜로물의 여주인공이 어울릴 것 같이 예쁘고 화려하다. 그러다 영화 '마마'(감독 최익환) 속 모습과 영화에 대한 애정을 끌어내자 자식을 너무도 사랑하는 엄마 '동숙'의 모습으로 변해버린다.

희소병에 걸린 아들 곁에서 씩씩하고 밝게 살아가지만 자신도 암 선고를 받게 되는 엄마. 그럼에도 아들 원재(이형석)를 위해 밝은 표정을 짓고, 과장된 동작을 이어가려 노력한다. 예를 들어 아들과 함께 리듬을 타며 밝은 표정으로 "~~하나마나지"라고 말하는 것처럼.

엄마의 행동이나 표현이 후반부에 순응되고 이해가 가긴 하지만 초반에는 어색한 모습으로 다가왔다고 하자 엄정화는 "왠지 엄마 동숙은 아이와 함께 공유할 수 있는 뭔가가 있을 것만 같았다"고 했다.

"사실 일반 가정집에서 아들에게 과한 표정이나 동작을 하지는 않잖아요. 그런데 몸이 아파 세상 밖을 자유롭게 나가지 못하는 원재에게 엄마는 세상의 모든 것이에요. 또 엄마와 함께할 시간도 얼마 없고요. 그런데 엄마가 기운 빠져 있고 아들을 냉랭하게 대하지는 않을 것만 같았어요."

엄정화는 "아들을 위해 뭔가를 해주고 싶어하는 엄마라면 그렇게 행동하지 않았을까"라며 "혼자 있는 아이를 위해 그렇게 행동했을 것이고, 만약 자신도 힘들다면 뒤에서는 울더라도 앞에서는 어두운 모습을 절대 보이지 않았을 것"이라고 몰입했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고, 자신의 모든 것을 바쳐 지켜주고 싶은 엄마의 마음. 전작들에서 엄마를 연기하긴 했으나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모성애라는 감정과 일심동체인 캐릭터는 그간 없었다.

엄정화는 "아직도 엄마 연기는 익숙하지 않다"며 "실제 엄마가 됐으면 그 모성의 감성을 느낄 수도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있다"고 부족한 점을 솔직히 털어놓는다.

실제 엄마가 아니기 때문에 2% 부족하다고 할 수 있지만 배우의 숙명이 다른 인생으로 살아보는 것이기 때문에 동숙의 삶에 철저히 녹아들었다. 관객의 눈물을 떨어뜨리게 하는 진정성 가득한 엄마와 아들의 모습은 특히 주목할 만하다. 극 중 아들이 암에 걸린 엄마를 살려달라며 병원을 찾아 의사에게 부탁한 뒤 엄마와 마주 보며 대화하는 장면 등이 그것.

"감정 연기를 하는데 상대 배우가 감정이 제대로 안 잡히면 안 되잖아요. 형석이가 눈을 꾹 감고 울음을 참는데 그 모습이 정말 연기하는 데 도움이 됐어요. 오히려 제가 더 NG를 많이 냈다니까요."

자식만을 바라보며 궂은 일도 마다하지 않는 동숙은 엄정화의 어린 시절과 비교해 보면 오버랩되는 부분이 있다. "엄마가 28살 때 혼자가 되셨어요. 그 시간부터 여자로서의 삶이 아니라 엄마로만 사셨어요. 어린 나이였지만 고생하고, 희생만 하셨죠. 남들보다 누추한 곳에서 우리 남매를 재우거나 먹이지 않기 위해 노력하셨거든요."

엄정화는 "아빠가 돌아가시고 주변에서 엄마에게 재혼을 하라고 권유했었다고 하더라"며 "그때 입양 보내질 뻔했다. 하지만 엄마가 절대 보내지 못한다고 해서 같이 있을 수 있었다"고 회상했다.

지난해 5월 갑상선암 수술을 받은 엄정화. 그 시기가 연기를 하는 데 도움이 되었을까. 그는 "솔직히 영화 촬영을 하면서 그 얘기를 꺼내고 싶지는 않았다"며 "그때의 감정이 영화 속에서 드러났을 수도 있으나 내 이야기보다는 '동숙'의 이야기에 몰입했고, 그 감정을 꺼내 보여드렸다"고 말했다.

아직 미혼인 그에게 나이가 나이이니 만큼 또 다른 엄마 역할이 아니라 이제는 배우이면서 동시에 엄마가 되고 싶지 않으냐고 물었다.

"사실 요즘은 시간이 촉박하다고 생각은 해요. 아이를 낳아서 키우려면 더 늦어지면 안 되는데…. 그래도 억지로 한다고 해서 결혼을 하는 것은 아니잖아요. 언제일진 모르겠지만 나중에 결혼하고 아이가 생기면 친구 같은 엄마가 되고 싶어요. 사랑 표현도 많이 해주고, 자신이 얼마나 귀한 사람인지도 계속해서 말해줄 거예요."(웃음)

엄정화는 가족 이야기를 하자 감사하고 행복하다고 했다. 가족 이야기를 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인물 중 한 명, 배우인 동생 엄태웅. KBS 2TV '해피선데이-1박2일'에서 맹활약 중이라고 하자 또 웃는다.

"태웅이가 TV에 나오는 것처럼 워낙 수더분하고 어수룩한 모습 그대로라서 '1박2일'에 가서 적응할 수 있을까 했어요. 그런데 그런 모습을 사람들이 좋아하더라고요. 태웅이는 참 사람 복이 있는 것 같아요. 가끔 태웅이도 외로움을 느끼는 것 같은데 잘 됐어요. 어디 다 큰 어른이 근심, 걱정 없이 밥 먹으려고 싸우고 게임하겠어요?"(웃음)

엄정화는 최근 '마마'와는 다른 분위기의 영화 '댄싱퀸'(감독 이석훈) 촬영에 들어갔다. 기분 전환이 되는 것 같다고 좋아했다. 그는 "오디션에서 춤을 추는 장면도 있고, 한여름에 촬영해서 아주 더울 것 같다"면서도 "그래도 오랜만에 무대에 서는 것이라 기대가 많이 된다. 다른 모습으로 곧 찾아올 것"이라며 밝게 웃었다.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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