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친' 등록금] <2>상아탑인가, 인골탑(人骨塔)인가?

입력 2011-06-09 09:40:26

대학생, 부모 한숨으로 학교 다닌다

지하철역 청소일을 하는 김지순(가명) 씨는 월 120만원을 받고 있지만 자녀의 대학 등록금을 마련하기가 너무 힘겹다. 우태욱기자
지하철역 청소일을 하는 김지순(가명) 씨는 월 120만원을 받고 있지만 자녀의 대학 등록금을 마련하기가 너무 힘겹다. 우태욱기자

대학 등록금이 가족 전체를 짓누르는 짐이 되고 있다. 자녀가 동시에 대학에 다니면 부모들은 겹시름에 빠진다. 부모들은 부업전선에 뛰어들지만 살인적인 등록금을 감당할 수 없어 허리가 휘고, 견디지 못한 학생들은 학교를 그만둬야 하는 처지로 내몰리고 있다.

◆둘이 벌어도 힘들어요

8일 오후 대구 북구의 한 대학가 고깃집. 이곳 사장 서명자(가명'51) 씨는 손님 한 명 없는 식당을 혼자 지키고 있었다. 남편과 함께 8년째 고깃집을 운영해온 김 씨는 "6월 중순부터 방학이 시작되면 학생 손님이 뚝 끊겨 매출이 평소의 3분의 1 정도로 떨어진다"고 한숨지었다. 그녀에게는 대학생 아들(24)과 지난해 2월 전문대를 졸업하고 계약직 아르바이트를 하는 딸(26)이 있다. "딸이 대학에 늦게 들어가서 둘째랑 동시에 입학했어요. 지난 학기에 한꺼번에 700만원을 마련하려니 눈앞이 캄캄해지더군요." 결국 두 자녀는 학자금 대출을 받아야만 했다. 김 씨는 인건비를 아끼려 12개 테이블 서빙을 혼자 하고 있다.

법인택시 기사 이진철(가명'56) 씨의 하루는 길다. 매일 12시간 운전해 버는 돈은 한 달 100만원 남짓. 아들 등록금(한 학기 400여만원)은 그가 4달 동안 월급을 한 푼도 쓰지 않아야 낼 수 있는 돈이다. 4년 전 허리 수술을 받은 이 씨는 통증을 견디며 매일 운전대를 잡는다. 부인도 2년 전부터 작은 공장에 취직해 매달 100만원씩 보태고 있지만 결국 아들은 입대했다. "근근이 버티는 이 생활도 언제까지 할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우리 아들이 대학 졸업할 때까지는 몸이 성해야 할 텐데…."

◆학사모 포기한 자녀들

같은 날 오후 지하철역에서 만난 김지순(가명'53'여) 씨는 계단에 걸레질을 하고 있었다. 9년째 청소일을 하고 있는 김 씨는 자식들의 미래를 생각하며 고단함을 견디고 있다. 20년 전 과일행상을 하던 남편이 교통사고를 당해 몸을 제대로 쓸 수 없게 되면서 김 씨는 가장이 됐다. "대학 안 나오면 취업이 안 되는 세상인데, 나 힘들다고 애들 학교 안 보낼 수는 없잖소." 그녀는 하루 9시간 걸레질을 하면서 월급 120만원을 받아 2년 전 큰딸을 졸업시켰다. 지역 사립대를 나온 딸이 장학금을 받지 않았다면 불가능한 일이었다. 지난 5월 제대한 아들도 등록금(한 학기 400여만원)을 벌기 위해 PC방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지만 학사모를 포기할 생각까지 하고 있다. "지난해 남편이 공공근로를 해 80만원을 보탰는데 올해는 집에서 쉬고 있어요. 딸도 변변한 직장을 못 구하고 있고 아들은 돈 때문에 어렵게 들어간 대학을 포기하겠다고 해서 펑펑 울었어요."

신명남(가명'56) 씨의 두 아들은 '대학 중퇴자'다. 부인과 갈라선 뒤 20년 동안 두 아들을 키운 그는 공사일이 힘들어도 아들만은 꼭 학사모를 씌울 생각이었다. 지역 사립대에 다녔던 큰아들은 3학년, 둘째 아들은 1학년 때 학사모를 쓰겠다는 꿈을 버렸다. "등록금 때문이지. '요즘엔 대학 나와도 취업 안 된다'면서 공무원 준비나 할 거라는 작은놈을 보면 술 생각밖에 안 나." 신 씨는 "엄마 없이 자란 애들한테 든든한 버팀목이 되고 싶었는데 비싼 등록금이 그 꿈마저 갈기갈기 찢어버렸다"며 담배를 입에 물었다.

◆'2억6천만원'짜리 대학생들

한국 부모들은 자녀 한 명을 키우기 위해 평균 2억6천여만원을 투자한다. 자녀 두 명을 키우는 부모의 경우 5억2천만원이 넘는 돈이 드는 셈이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김승권 선임연구위원이 2009년 발행한 '한국인의 자녀양육 책임한계와 양육비 지출 실태'에 따르면 2009년 기준으로 출생 후 대학 졸업까지 자녀 한 명에게 지출되는 총 양육비는 2억6천204만4천원으로 분석됐다. 양육 기간별로 보면 자녀가 대학생일 때 드는 양육비가 가장 많았다. 4년제 대학생에게 4년간 지출된 양육비는 6천811만2천원으로 성인이 된 자녀에게 가장 많은 돈을 쓰고 있는 것.

4년제 사립대에 다니는 자녀를 둔 부모들의 주름살은 더 깊게 파인다. 교육과학기술부가 지난 4월 공개한 올해 '전국 4년제 대학의 등록금 현황'에 따르면 국'공립대 연간 평균 등록금은 443만3천원, 사립대는 768만6천원으로 나타나 부모들의 어깨를 짓누르고 있다.

참교육학부모회 대구지부 문혜선 상담실장은 "우리나라에서 4년간 3천만원이 넘는 대학 등록금을 부담없이 낼 수 있는 부모들이 몇이나 되겠냐"며 "노후 준비도 못 한 채 자녀 양육에 '올인'하는 부모들을 위해서라도 등록금은 반값이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황수영'백경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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