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포(三抛)세대'라는 단어를 들어보셨는지. 연애도 결혼도 출산도 포기할 수밖에 없는 그래서 다음세대를 완전히 포기한 요즘 세대를 한마디로 정의한 단어다.
학생시절에는 치솟는 대학 등록금과 생활비를 감당하기 위해 공부와 아르바이트를 병행하다 보니 연애는 엄두도 내지 못하고 졸업해서는 설령 높은 취업의 벽을 넘는다 해도 학자금으로 대출받은 돈을 갚느라 저축은 포기해야 한다. 그러다 보니 집값은 물론 전세자금 마련조차 힘들고 결혼은 당연히 할 수 없고 출산은 말할 것도 없다. 정부에서는 결혼하지 않거나 혹은 결혼한 후에 아이를 낳지 않는 것을 개인의 부도덕함으로 치부하고 출산율 하락이 우리 사회의 미래를 어둡게 하는 문제인양 떠들지만 이미 우리 사회는 너무 어둡고 우울하다. 결혼해서 아이 낳을 사회적인 환경이 전혀 조성되어 있지 않은 상황에서 오직 개인의 문제로만 몰고 가는 것은 무책임하다. 청년들이 살맛나야 애도 낳고 덩달아 나라의 미래도 보일 텐데 청년들이 살아가기에 이 나라는 너무 춥다.
그렇다면 우리가 사는 대구지역은 어떨까? 대구지역과 인근에는 4년제 대학만 10개가 넘는다. 청년들의 대부분은 대학생이지만 이들이 일할 자리가 지역에는 별로 없다. 어두운 대학생활을 하고 떠나는 지역이 대구다. 대구시는 청년들이 지역을 떠나지 않도록 기업유치를 통해 일자리를 창출하고 이를 통해 지역 경제를 회복하는 일을 최고의 과제로 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기업이 대구에 들어올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기 위해 대구시의 역량을 결집해 경제자유구역을 지정하고 첨단의료복합단지를 유치했다. 물론 실패했지만 신공항 유치나 국제과학비지니스벨트 유치 노력도 같은 이유였을 것이다.
필자는 대구광역시의 이런 노력에 대해 지역민의 일원으로 늘 고마운 마음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마음 한구석에 답답함이 남아 있었다. 당장 지역의 청년들은 힘들어 고향을 떠나는데 정치인들은 장밋빛 미래만 그리려고 하는 것은 아닌지. 대구도 청년들을 삼포세대로 만들 뿐, 지금 그리고 현재의 청년들을 위한 정책이 없는 것이 안타까웠다.
삼포세대라는 단어는 청년들이 살맛나는 지역을 만들면 우리나라에서 가장 행복한 지역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역설하고 있다. 아직 우리나라에는 삼포세대에게 희망을 주는 지역은 찾아볼 수 없다.
대구의 현재와 미래를 밝게 그리기 위해서 무엇을 유치할 것인가? 나는 망설이지 않고 청년들이 살맛나는 지역을 만들어야 한다고 대답한다. 청년이 생산하고 소비할 수 있는 문화를 형성하는 일이 대구의 블루오션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대구시의 기업관부터 바꿔야 한다. 지금까지 보여 온 대구시의 기업유치를 위한 노력에는 대구발 토종기업이 아니라 외부의 기업을 유치해서 대구에 자리 잡도록 하겠다는 사고가 지배적이다. 키우기에는 시간이 없으니까 다 큰 놈을 데려오겠다는 생각이다.
하지만 대구가 산업도시의 영화를 누렸던 것은 대구에서 움튼 자생기업들의 힘이 아니었던가! 우리 힘으로 대구를 살릴 기업이나 튼튼한 일자리를 만드는 일은 이제는 불가능할 것인가? 나는 그렇지 않다고 본다. 페이스 북의 창업자는 대학생이었다. 청년들의 실험과 도전에 대해 성패 여부를 떠나 믿고 지원해 줄 수 있는 제도와 문화가 필요하다. 대구시가 이러한 청년들을 직접 고용해도 좋다고 생각한다. 대구가 '한국에서 청년들이 상상의 날개를 펼치기에 가장 환상적인 도시'라는 소문이 났으면 좋겠다. 그래서 전국에서 청년들이 대구로 대구로 몰려든다면 얼마나 좋을까.
이러한 일을 하기 위해서는 그리 어려운 작업이 필요하지 않다. 우선은 대구시가 기업이 되어 실험적이고 창조적인 발상을 가진 청년들의 직장이 되어주면 된다. 천 명을 고용해도 청년들이 자신의 작업을 할 수 있도록 최저 생활비를 지원해 준다면 많은 돈이 필요하지 않다. 그리고 대구시는 스타기업만 멘토링하고 지원해 줄 것이 아니라 청년들의 멘토가 되어주자. 공무원뿐만 아니라 사회 각층에서 이들의 멘토가 되어 지원하고 격려하는 문화를 만들면 어떨까.
대구지역은 늘 청년문화가 살아있어 지역을 변화시키는 등대가 되었다. 멀리는 신라시대의 화랑이 그러했고 가까이는 근대의 항일운동에 앞장선 대구지역 학생들이 그러했다. 대구에 미래가 있으려면 청년이 서야 한다.
안재홍/대구녹색소비자연대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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