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적인 6'15 남북정상회담이 11주년을 맞는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데, 남북 교류'협력 중단이라는 지금의 상황과 맞물리면서 당시 회담을 준비했던 주무장관으로서 착잡함을 느끼게 한다. 당시 정상회담에 임하는 통일부의 자세는 냉전 시대의 대결을 넘어 탈냉전 시대에 걸맞은 평화통일의 '길'을 닦고 상호 불신 대신 신뢰의 '벽'을 한 장씩 쌓아가자는 일념이었다. 물론 정상회담 이후에도 북핵문제의 대두와 남북 간 갈등의 온존으로 인해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남북관계는 '가다 서다'를 반복하면서도, 당국 간 대화가 지속되었으며 남북경협이 질적으로 향상되었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선(先)비핵화를 강조하는 이명박 정부의 '비핵개방3000' 정책과 이를 거부하고 군사적 도발을 강행한 북한의 강경 대결이 상승작용을 일으켜 남북관계는 당국 간 대화 중단과 긴장고조를 거쳐 최악의 상황에 직면해 있다. 매우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금년 들어 북한의 잇따른 대화 제의와 미국, 중국 등 국제사회의 외교적 노력에 의해 대화의 가능성이 그나마 형성되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남과 북은 원칙적으로 대화의 필요성에 공감하면서도 이른바 '진정성' 문제를 둘러싸고 기싸움을 지속하고 있다. 남측은 북한의 비핵화 의지 표명과 천안함 도발에 대한 사과를 전제조건으로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북측은 '조건 없는' 대화를 강조하면서도 북핵문제와 남북문제를 분리 접근하려는 전략적 의도를 내비치고 있다.
남북 비핵화 회담에 서로 동의하면서도 남측은 천안함 시인과 사과라는 전제조건을 포기하기 힘들고, 북측은 줄곧 부인해 온 천안함과의 무관함을 공개적으로 번복하기 힘들다. 남북의 팽팽한 기싸움이 지속되는 동안 최근에는 북한의 대남 강경입장 재개와 비밀접촉 공개로 대화 국면을 거둬들이는 게 아니냐는 해석마저 제기되고 있다.
생산적인 협상이 재개되지 않고 지금과 같은 장기간의 경색 국면이 지속될 경우 한반도의 긴장은 고조되고 항시적 안보 위기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 지난해 천안함 사태와 연평도 포격으로 전쟁위기를 겪어야 했던 끔찍한 기억을 돌이켜보면 현재의 대화'협력 중단 상황은 남북 모두에게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지금 조성된 대화 동력을 제대로 살리지 못한다면 금년에도 한반도 평화와 남북의 화해협력은 무망한 일이 될지도 모른다. 당국 간 대화의 불씨를 살리는 일이 무엇보다 시급하다.
6'15 정상회담에서 남북은 한반도 평화 유지와 상호 경제협력을 약속했다. 김정일 위원장은 약속이행을 위해 대화의 걸림돌을 제거하는 데 성의를 보여야 한다. 서해상에서의 군사적 도발에 대한 포괄적인 유감 표명 방식이라도 적극적으로 고려해야 할 것이다.
이명박 정부 역시 대화와 협상을 통한 한반도 문제 해결 원칙에 동의하는 한편 남북관계 개선을 촉구하는 국제사회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이명박 정부는 더 이상 국민들이 불안해하지 않도록 북한의 도발을 막고 긴장을 완화시키며 한반도 상황을 안정적으로 관리해야 할 책무가 있다. 남북이 한 발씩 양보하는 지혜를 발휘하면서 지금의 비핵화회담 논의를 당국 간 회담 성사로 연결시켜야 할 것이다.
만약 정부 차원의 대화 노력이 힘들다면 이제는 정부 바깥에서라도 보다 적극적인 관계 개선의 노력을 기울여야 할 때다.
특히 북측이 연초에 제안한 바 있는 국회회담은 이미 우리 측에 공이 넘어와 있는 상태다. 긴장완화와 대화 분위기 조성을 위해 여야는 남북 국회회담의 조속한 개최를 긍정적으로 검토하길 바란다. 국회회담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여야 모두 공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만큼 각당의 내부 정비가 마무리되어 이른 시일 내에 국회회담이 개최되기를 기대해본다.
박재규 경남대 총장(전 통일부 장관)
댓글 많은 뉴스
홍준표 대선 출마하나 "트럼프 상대 할 사람 나밖에 없다"
나경원 "'계엄해제 표결 불참'은 민주당 지지자들 탓…국회 포위했다"
홍준표, 尹에게 朴처럼 된다 이미 경고…"대구시장 그만두고 돕겠다"
언론이 감춘 진실…수상한 헌재 Vs. 민주당 국헌문란 [석민의News픽]
"한동훈 사살" 제보 받았다던 김어준…결국 경찰 고발 당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