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춘추] 직업선택의 기준

입력 2011-06-07 07:23:21

하루에도 수 차례 카카오톡으로 문자를 주고받는 후배가 있다. 서문시장 근처에서 한의원을 하고 있는 그는 국제와이즈멘의 단위클럽인 오메가(Omega)에서 만났다. 우리는 집행부로 일하면서 매주 두세 차례 이상을 만나다보니 지금은 막역지간으로 지낸다. 이놈은 술에 취하면 덥석 껴안는 버릇을 빼고는, 나무랄 데 없는 지음지기(知音知己)이다. 서구에 있는 가정지원에 재판이 있는 날이면, 어김없이 그 친구와 점심식사를 한다. 한의원 옆에 자리잡은 '송화식당'의 김치찌개 맛은 일품이고, 어머니 같은 인상의 주인아주머니 말솜씨는 더욱 맛깔스럽다.

아주머니는 요즘 세태에 대해 혜안마저 가지고 있다. 요즈음 불경기라 한의사들이 너무 어려워졌고, 소위 고소득자라고 볼 수 있는 의사나 변호사도 마찬가지라면서, 봉급생활하는 사람이 가장 배짱편한 것 같다고도 했다.

사실 근래에 지역 변호사들은 연간 선임 건수가 급속하게 줄어들면서, 마이너스 통장에 의존하거나, 사무실 축소나 공동사무실 운영 등 유지비 절감을 위해 노력하며, 국선전담변호사임용 경쟁률이 12대1에 달하는 등 치열한 생존경쟁을 벌이고 있다. 그 소용돌이의 한가운데 있는 나로서는 공감을 할 수밖에 없는 이야기였다. 나의 청소년기에는 선망의 '신분'으로까지 여겨졌던 변호사가 세월에 따라 이젠 평범한 '직업'중의 하나로 위치를 잡아가는 것이다.

얼마 전엔 한 학생이 수능점수 1점 때문에 자신의 진로를 바꿨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시험문제 하나로 자신의 꿈을 포기해버린 안타까운 이야기다. 직업을 단순히 밥벌이로 보느냐, 아니면 힘들어도 평생을 즐겁게 할 수 있는 일로 보느냐의 문제다.

직업은 생계유지의 수단이며 자아실현과 사회봉사의 의미도 있다. 과거에는 생계유지가 직업선택의 일차적 목표로, 돈벌이 잘되는 직업이 인기였지만, 요즈음의 젊은이들은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우선으로 생각한다. 직종 간의 소득격차가 줄었다는 의미이기도 하지만, 돈 잘 벌고 사회적으로 성공하는 것보다, 행복할 수 있는 진로를 선택하는 요즘 청소년들의 성향이기도 하다.

청소년들의 직업을 보는 시각이 이미 자아실현 나아가 사회봉사라는 차원으로 진보해 있는 것은 참으로 건강한 현상이다. 그들이 후회가 없는 진로를 선택할 수 있도록 적성과 재능 - 성격과 인성요인 - 관심이나 흥미를 찾아 계발해주고, 직업선택의 이러한 3가지 기준들과 일치할 수 있는 다양한 직업과 준비과정에 대한 올바른 정보를 줄 수 있다면, 대한민국의 미래는 밝아 보인다.

이석화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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