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현충일, 칠 벗겨진 전투기·영상물도 수 년째 재탕
"아빠. 이거 이상해 옛날 전투기에 최신예 전투기 설명을 달아놨어."
5일 오후 대구 남구 대명동 앞산의 낙동강승전기념관. 이곳은 지난 2009년 18억원 들여 대형 스크린을 설치하고 바닥재와 조명을 교체하는 등 대대적인 보수를 했지만 관람객들이 머무는 시간은 10여분에 불과했다. 전시물은 당시 병사들 유품이나 무기 등이 대부분이고, 영상물은 수년째 같은 것만 상영돼 볼거리가 없기 때문이다.
기념관 1, 2층 벽과 바닥에는 엉뚱하게 대구시 홍보물이 자리를 차지했고, 관람객의 60%가 어린이와 청소년인데도 상주하는 해설사도 없다.
두 아들과 함께 찾았다는 이승재(42·북구 동천동) 씨는 "전시관을 한바퀴 도는 동안 눈길을 끄는 전시물은 찾아볼 수 없었다. 세상의 변화상과 달리 이곳은 시간이 멈춘 느낌"이라고 꼬집었다.
대구와 경북지역 호국 기념시설들이 관람객들로부터 외면받고 있다. 전시물과 안내시설은 오래되거나 고장 난 것이 상당수이고 관람객들의 관심을 끌 수 있는 다양한 체험행사나 시대 흐름에 맞는 전시물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탓이다.
현충일을 앞둔 4, 5일, 대구 남구 낙동강승전기념관과 달성군 유가면 유치곤장군 호국기념관, 경북 칠곡군 다부동전적기념관, 왜관지구전적기념관 등 지역의 대표적인 호국전시 기념시설 4곳을 둘러봤다.
낙동강승전기념관은 유지보수비로 연간 2억5천만원, 다부동 및 왜관 전적기념관은 4억5천만원, 유치곤장군 호국기념관은 5천여만원이 투입되고 있다.
경북 칠곡군 석적면 왜관지구 전적기념관은 휴일인데도 텅텅 비어있었다. 전시관 1층에 비치된 정보검색대는 고장 났고, 낙동강전투 최초배치도는 제대로 알아보기조차 힘들었다. 유치원생을 데리고 이곳을 찾았다는 김민(24·여) 씨는 "전투기, 탱크 등의 전시물이 있지만 아이들의 관심을 끌기에는 부족한 것 같다. 어린이들을 위한 영상물이나 체험 전시물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아쉬워했다.
칠곡군 가산면 다부동 전적기념관은 야외 광장에 전시된 전투기와 전차, 장갑차들은 군데군데 칠이 벗겨져 흉물스러웠다.'F-86'전투기 앞 안내판에는 최신예 전투기인 'F-15'와 'F-16' 전투기에 대한 설명을 붙여놓기도 했다. 당시 전투 모습을 홀로그램으로 재현한 전시물을 보던 학생들은 "너무 작아서 잘 보지 않는다"며 고개를 돌렸다.
2005년 세워진 달성군 유가면 유치곤장군 호국기념관도 제대로 관리되지 않아 관람객들의 발길이 끊겼다. 시설은 대체로 깨끗했지만 유일한 체험 전시물인 전투기 조종간은 아예 사라진 상태였다.
자녀와 찾은 최은경(41·여·달서구 대천동)씨는 "안내를 해주는 사람도 없고 전시물 관리 상태도 엉망"이라고 불평했다.
시민들은 하나같이 호국시설이 빈약하고 상투적이어서 "다시 찾고 싶지 않다"고 입을 모았다. 주부 강지희(33·동구 신천동) 씨는 "나라의 소중함을 느끼게 해 줄 수 있는 체험 프로그램이 없다"며 "빛 바랜 사진이나 글씨 등을 제대로 정비하고 참신한 동영상 등을 이용해 관심을 높이도록 해야한다"고 제안했다.
낙동강승전기념관 관계자는 "호국보훈의 달을 맞아 소년병 위령제와 청소년민주시민교육, 북한정치범수용소사진전시회 등 관련 행사를 열고 있다"며 "앞으로 더 시민들이 폭넓게 참여할 수 있는 행사를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백경열·황희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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