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깨통증] 겉으로 멀쩡해도 줏을 맛인데 남들은 "꾀병 아냐?"

입력 2011-06-06 08:00:00

어깨 통증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일상생활도 제대로 못하고 밤잠까지 설치다 보니 정신적인 스트레스까지 심하게 받는다. 종전엔 이러다가 말겠지 하며 치료 자체를 받지 않는 경우가 많았지만 최근 들어 어깨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어깨 통증의 원인이 되는 회전근개 질환, 석회화건염, 오십견 등 대표적 질환의 증상과 치료법을 알아보자.

◆회전근개 질환

중년의 한 신사가 병원을 찾았다. 특별한 외상도 없이 평소 어깨 통증과 운동하는데 조금 불편함을 느끼고 있었다. 어느 날 무거운 물건을 들다가 삐끗하는 느낌과 함께 통증이 심해지고 팔을 들 수 없을 지경이 된 것. 간단한 진찰과 MRI 촬영으로 어깨를 움직이는 힘줄(회전근개)이 끊어졌음을 확인하고 수술로 회복됐다. 회전근개는 어깨를 구성하는 상완골과 견갑골을 연결하는 4개의 작은 근육을 말한다. 팔을 들어올리고 앞뒤로 회전시키는 역할을 맡는다. 외상, 퇴행성변화, 염증성 질환 등으로 파열이 생기며, 대부분 낡은 옷이 해어지듯 힘줄에 혈액순환이 되지 않아 찢어지거나, 위와 아래 뼈 사이에 끼어 파손된다.

파열이 상당히 진행된 뒤에야 급격히 증세를 나타내기 때문에 초기진단이 어렵다. 40대 이후 증상이 나타나는 경우가 많고, 노령일수록 증세가 심하게 나타난다. 가장 흔한 증세는 팔의 삼각근 부위에서 느끼는 통증. 특히 팔을 들어올릴 때 통증이 심해지고, 일어서면 앉았을 때보다 덜 아프다. 하지만 밤이면 통증이 악화되어 밤잠을 설치게 된다. 손가락으로 회전근개 부위를 누르면 아프고, 잘 때 아픈 쪽으로 돌아누울 수 없다. 여성의 경우 혼자서 브래지어 끈을 조작하기도 힘들어진다.

간단한 진단법은 ▷팔을 들기가 힘들고 ▷팔을 들어올려 회전시키면 통증이 심해지며 ▷자신의 배꼽을 손바닥으로 힘차게 누르거나 팔을 등뒤로 돌려 등에서 떨어지게 들어올리기 힘들면 의심해 볼만하다. 진찰을 통해서 비교적 쉽게 알 수 있지만 확정적 검사는 MRI, 초음파, 내시경검사 등으로 해야 한다. 확진이 되면 여러 상황을 감안한 뒤 수개월에서 일 년가량 비수술적 치료를 권하고, 계속해서 증상이 악화되면 수술을 권한다. 최근엔 내시경 수술법이 발달해 증세 호전이 빠르다. 다만 수술이 성공한 환자도 3년 이상 지켜봤을 때 절반가량에서 재파열이 나타난다. 충분한 보존요법 후 수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석회화 건염

40대 가정주부가 몸살 비슷한 증세로 집에서 쉬다가 갑자기 어깨 통증이 심해져 보호자 부축을 받고 병원에 왔다. 격심한 통증으로 팔을 감싸쥐고 조금만 움직여도 눈물을 흘릴 정도로 아파했다. X-선 사진상 어깨뼈 위에 타원형 하얀 물체가 관찰됐지만 다치거나 주사를 맞은 기억은 없다고 했다. 70대 한 할아버지는 평소 어깨가 아프긴 했지만 심하진 않았다. 병원에 온 김에 X-선을 찍었더니 역시 같은 부위에 동전보다 작은 하얀물체가 보였다. 하지만 할아버지는 그렇게 아파하지 않았다.

두 환자 모두 석회화 건염이다. 극상견이라는 어깨 힘줄에 석회가 갑자기 침착되는 병이다. 30~50대 여성에게서 잘 나타나며 왼쪽보다 오른쪽 어깨에 더 잘 나타난다. 젊은 나이에 발생하면 통증이 극심하고 급성이며, 통증으로 관절운동도 제대로 할 수 없다. 급성 통증은 2주가량 지속되고 심하면 3개월 이상 지속되기도 하지만 자연치유가 되는 질병이다. 70세 이상의 노인의 경우, 약간의 통증 외에는 별다른 증상이 없는 경우가 많다. 혈액 검사상 별 이상이 없고 감염병도 없다.

특이한 외상이나 질환이 없는데도 갑자기 심한 어깨 통증으로 괴로워하면 의심할 필요가 있다. 비슷한 질병으로 세균감염에 의한 통증이 있는데, 이런 경우엔 열이 나고 혈액검사상 이상 소견이 있기 때문에 구분할 수 있다.

자연치유되기는 하지만 급성인 경우 통증이 너무 심해서 조기 통증완화와 후유증 감소에 초점을 맞춰 치료한다. 통증 완화를 위해 진통제를 투여하고, 필요하면 관절 내 스테로이드제제 주입이 도움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반복된 주사는 오히려 합병증을 일으킬 수 있다. 진통제와 함께 차가운 찜질이 효과적이며, 일시적으로 운동을 하지 않으면 통증이 완화된다.

하지만 반복된 석회화 침착, 통증 지속, 일상생활의 제한이 생기면 수술도 고려해야 한다. 수술은 절개 후 석회를 제거하는 것. 최근 들어 내시경을 이용한 수술이 보편적으로 이뤄진다. 체외충격파를 이용한 치료법도 시도되고 있다.

◆오십견

어깨 질환 중 가장 잘 알려진 경우. 흔히 '오십견'으로 알고 있지만 '유착성 관절낭염' 또는 '동결견관절증'이라고 불러야 한다. 어깨 통증 때문에 운동제한을 일으키지만 확실한 원인이나 병명이 없는 병을 일컫는 잠정적 진단명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2006~2010년 오십견에 대한 심사결정 자료를 분석한 결과, 환자는 2006년 58만 명에서 2010년 70만 명으로 5년 새 20.4%가 증가했다. 환자 3명 중 한 명은 50대였다. 약 80%가 50대 이상의 환자들이었다. 2010년을 기준으로 50대가 29.8%로 가장 많았고 60대가 27%, 70대가 22.3%로 뒤를 이었다. 30대 미만 환자는 1.4%에 불과했다.

전체적으로 1, 2년에 걸쳐 자연 회복된다. 처음 3, 4개월간 통증이 있고, 관절운동을 제대로 할 수 없다. 하지만 이후 3, 4개월간 통증이 서서히 줄어들고, 운동범위가 회복되는 모습을 반복한다. 나이가 많아지면서 활동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운동을 제대로 못해 불편함을 크게 느끼지 않으며, 통증도 심하지 않아서 대개 환자의 자각증세는 심하지 않다.

잠정적으로 진단할 수 있는 특징으로는 ①관절운동이 제한되지만 제한 범위를 넘지 않으면 통증이 없다 ②특별히 눌러서 아픈 곳이 없다 ③방사선상 특이소견이 없고 다공증만 관찰된다 ④혈액검사는 정상이다 ⑤뚜렷한 원인이 없다 ⑥운동범위가 회복되면 통증도 사라진다 ⑦40~60세에서 흔하게 나타난다 등이다. 치료는 한마디로 꾸준한 물리치료다.

운동 때문에 통증이 생기는 초기에는 휴식이 필요하지만 통증이 수그러들면 지속적인 운동을 통해 관절운동 범위를 회복해야 한다. 다양한 기구를 이용한 운동을 하루 6회 이상 반복하면 굳어진 관절막이 서서히 풀린다. 통증이 심하면 진통제, 소염제를 사용할 수 있다. 회복이 늦으면 마취한 뒤 강제로 운동을 시키거나 스테로이드 주사를 시행할 수도 있다.

김수용기자 ksy@msnet.co.kr

도움말=열린큰병원 이호규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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