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폐가 없던 원시시대에는 물물교환으로 거래가 이루어졌다. 처분하기 쉬운 가치 있는 물건이 화폐의 대용으로 쓰였다. 한국, 중국, 일본은 포백(布帛)'곡물 등을 사용했다. 그리스 로마에서는 가축을, 에티오피아에서는 소금을, 시베리아에서는 모피가 화폐로 사용됐다. 그러다가 나타난 것이 주조 화폐다. 인도에서는 기원전 600년 무렵에 이미 화폐가 유통됐는데 화폐의 상당수가 은(銀) 판자를 네모지게 잘라낸 것 같은 화폐였다고 한다. 로마시대 전성기에는 금화'은화를 상당수 발행했는데 지금까지도 많이 남아있어 수집가들을 유혹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이미 고려 왕조 때 동국, 해동, 삼한전, 조선시대에는 조선통보(朝鮮通寶), 상평통보(常平通寶) 등 '엽전'들이 주조, 유통됐다. 1882년에 오늘날 우리들이 사용하는 주화와 같은 압인식 주화를 주조하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지폐가 유통되기 시작한 것은 1876년 개항 이후 일본 화폐가 유입되면서부터였다. 1950년 한국은행이 설립되면서 지금의 한국은행권이 발행됐다.
지폐는 이렇듯 그 나라와 운명을 같이한다. 한낱 지폐가 그 자체로 엄청난 가치(교환 가치)를 지니는 것은 그것을 발행한 국가가 이를 보증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세계대전이 한창이던 때, 언제 망할지 모르는 불안한 나라의 지폐는 그야말로 종이쪽지에 불과했다. 그래서 나온 것이 금본위 제도이다. 지폐를 발행한 가치만큼 국가가 금을 보유해야 한다는 원칙이다.
그래서 2차대전 종전 직전, 미국 달러화를 세계 기축통화로 결정하면서 금 1온스를 35달러에 고정시켰지만 오래가지 못했다. 1971년 닉슨 대통령이 금과 달러와의 관계를 무너뜨렸고 이후 달러화 발행은 급속도로 늘어나기 시작했다. 달러 가치가 떨어지면서 세계 중심 화폐로서의 의문이 일기 시작했고 그 현상은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그런데 최근 미국 유타주에서 금화와 은화를 내놓으면서 그 무게에 따라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도록 입법화했다고 한다. 즉 1온스짜리 은화는 38달러, 금화는 1천500달러어치의 물건을 살 수 있다는 것이다. 인근 미네소타, 아이다호, 조지아 등 다른 주정부도 유사한 법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하니 과거 '금본위제'로 돌아가는 느낌이다. 역시 불안한 시대에는 현금보다 현물이 최고인 모양이다.
윤주태(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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