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춘추] 지도층의 성모럴

입력 2011-06-03 07:54:43

최근 세계 두 거물의 성추문 스캔들에 지구촌이 한바탕 들썩거렸다. 프랑스의 유력 대선후보이자 IMF의 수장인 도미니크 스트로스 칸 총재의 성폭행 파문은 그야말로 충격적이었다. 자신이 머물던 호텔의 여종업원을 성폭행하려다 미수에 그친 것이다. 공교롭게도 같은 시기에 불미스런 성 스캔들의 주인공으로 등극한 또 하나의 사나이가 있다. 지난 1월 캘리포니아 주지사에서 물러난 영화배우 출신 아널드 슈워제네거인데 알고 보니 그는 10년 전부터 가정부와 불륜관계를 맺어왔고, 둘 사이에는 아들까지 두었다고 한다.

각종 언론이 스트로스 칸과 슈워제네거의 공통점을 뽑은 대목은 자못 흥미롭다. 둘 다 유럽 출신인데다 하나는 '프랑스 대통령'을, 하나는 'EU의 대통령'이라는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직을 노리고 있었고, 이번 일로 한 방에 물거품이 됐다는 점이다.

두 스캔들의 차이점에 대해 한 번 생각해 봤다. 사면권이 하나는 부인에게, 또 하나는 공권력에 있다는 것이다. 한 건이 불륜과 혼외정사 문제라면, 한 건은 성폭행 미수 건이기 때문이다. 당연히 형법에 의한 중벌에 다스려진다. 반면 미국은 간통죄가 없으니 슈워제네거는 법률적 죄인은 아닌 셈이다.

두 아내가 대응하는 방법도 다르다. 프랑스의 유명 저널리스트였던 스트로스 칸의 아내 싱클레어는 추문에 휩싸인 남편을 위해 기꺼이 600만달러의 보석금을 내주었다. 남편의 바람기에 대해 입방아를 찧는 사람들을 향해 "정치인에게는 남의 마음을 유혹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대응했다. 반면 명문 케네디가의 엘리트로 존 F 케네디 전 대통령의 외조카이자 유명 앵커였던 슈워제네거의 아내 마리아 슈라이버는 이혼절차에 돌입했다고 한다.

이번 사건으로 프랑스인들은 큰 충격에 빠진 반면, 미국인들의 충격은 그다지 크지 않을 것으로 짐작된다. 원래 프랑스인들은 개방된 성문화와 공인의 프라이버시를 존중하기로 유명하다. 과거 미테랑 전 대통령이 혼외정사로 낳은 딸이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을 때도 프랑스인들은 이를 사생활로 존중하고 문제 삼지 않는, 비범한 똘레랑스로 세계인들을 놀라게 한 적이 있다. 하지만 이번 사건은 본질적으로 달랐다. 칸의 행동은 사생활이 아닌 범죄이며, 한때 자신들의 지도자가 파렴치한 잡범이란 사실은 프랑스인들의 자존심에 큰 생채기를 남겼다. 덕분에 칸은 IMF 총재직에서 곧바로 내려와야 했고 칸의 지지율을 업고 24년 만의 정권탈환을 노렸던 사회당은 그야말로 망연자실한 상황에 직면했다. 미국인의 충격파가 그다지 크지 않았다 해도, 그들이 슈워제네거를 자신들의 지도자 리스트에서 한 치의 주저함도 없이 삭제했다는 점에서는 프랑스인의 자세와 다르지 않겠다. 미국이라는 사회는 지도자의 도덕성에 매우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는 사회이다.

마지막으로 필자는 보석 같은 진리 하나를 이번 사건을 통해 새삼 실감했다. '수신제가치국평천하.' 자신의 몸을 닦고 가정을 가지런히 한 자가 비로소 나라를 다스리고, 나아가 천하를 태평하게 할 수 있는 법이다. 내 몸과 가정을 반듯이 하고 화목하게 이끄는 지도자를 가진 국민은 축복이다. 행복한 가정은 모든 일의 출발점이자 바탕이기 때문이다.

최중근 구미탑정형외과연합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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