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는 24시간. 이 시간을 쪼개서 잘 활용하는 이들이 얼마나 될까. '시간 활용을 잘 해야지'라고 생각하고 실천해 본 사람이라면 효율적인 시간 활용이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을 안다. 최근 아이돌 그룹, 더욱이 잘나가는 인기 그룹이라면 매일 같이 시간을 쪼개 쓰지만 부족한 듯하다. 쪼갠 시간을 다시 또 쪼개야만 한다.
그룹 '티아라'의 함은정(23)도 시간 쪼개 쓰기의 '달인'이 돼 있을 것만 같다. 앨범 준비와 드라마 촬영, MBC TV 예능 프로그램 '우리 결혼했어요' 녹화, 공연 무대 연습, 광고촬영 등 종횡무진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여기에 한 가지를 더 추가했다. 공포영화 '화이트:저주의 멜로디'(감독 김곡'김선, 제작 두엔터테인먼트)의 주인공이다.
9일 개봉 예정인 이 영화에서 함은정은 그룹 '핑크돌즈'의 리더 '은주'역을 맡았다. 백댄서 출신으로 운이 좋게 그룹을 꾸렸지만 다른 멤버들에게 무시당하고, 그리 인기도 없다. 영화는 이 '핑크돌즈'가 주인 없는 곡 '화이트'를 리메이크해 인기를 얻으려는 찰나 메인 보컬을 맡은 멤버들이 연달아 큰 사고를 당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따라간다. 함은정이 이 노래에 저주가 걸려있음을 알고 미스터리한 비밀을 풀어헤치는 중요인물로 나선다.
일복이 터졌다. 함은정은 연방 싱글벙글이다. "제가 지금 아이돌 그룹 멤버라서 그런지 '연기할 때 어땠냐'고 다들 비교해서 물어보시는데 굉장히 재밌었어요. 무대 위에 서는 마음은 다 같으니까요. 그래서인지 어렵게 촬영하지 않은 것 같은 느낌인 거 있죠?"(웃음)
앞서 함은정은 드라마 '드림하이' '커피하우스' 등을 통해 연기에 도전했다. 이보다 앞서 2004년 드라마 '토지'에서 아역으로 나오기도 했다. 영화 출연 경험도 있다. 큰 비중의 역할은 아니었으나 '조용한 세상'(2006), '고사:피의 중간고사'(2008)로 스크린에 도전했다. 전작 영화들이 스크린 출연 경험으로 단역과 조연이었다면 이번에는 '몸에 맞는 옷'이라고 표현할 수 있겠다. 현직 아이돌 그룹 멤버로서 춤도 화려하게 추고, 이제껏 갈고닦은 연기 실력도 뽐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인기 없던 그룹 '핑크돌즈' 멤버들이 반응이 꽤 괜찮은 노래 '화이트'의 메인 보컬이 되겠다며 욕심을 부리지만 메인 보컬로 나서기만 하면 불의의 사고를 당한다. 결국 다들 병원 신세를 지게 되고, '핑크돌즈'의 리더 은주만이 솔로로 앨범을 내고 활동을 시작하려 한다.
"아무래도 사람의 욕심이 또 다른 욕심을 불러오는 것 같아요. 영화 속 설정이 실제 아이돌 그룹 모습과는 달리 약간 과장된 면이 있지만, 기본 설정이나 캐릭터의 면면이 실제와 같은 점이 많아 캐릭터에 쉽게 몰입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함은정은 극 중 자신도 누군가에 의해 다치게 될까봐 불안해하고 긴장하는 모습을 섬세히 표현해냈다. 후반부 '화이트'의 솔로 첫 무대에서 춤을 추고 노래하지만 불안하고 긴장감 가득한 눈빛과 행동은 그녀가 실제 공포에 떨며 두려워하는 것처럼 오롯이 전해진다.
이 장면은 실제 그녀가 속한 '티아라'의 무대에서 공포를 체험한 경험이 투영됐다. "사실 '핑크돌즈'가 무대에 섰을 때처럼 '티아라'로 활동하면서 무대 위에서 무섭다는 생각이 든 적이 있어요. '관객석이나 무대 뒤에 누가 있지는 않을까' 할 때도 있었고, 특수효과 때문에 앞이 안 보이기도 하는데 그런 때 공포를 느끼기도 했죠. 그런 비슷한 경험을 떠올리며 이번에 연기했어요."
은주가 "죽더라도 팬들한테 밟혀 죽고 싶다"고 다른 멤버들에게 말하는 대사도 추후 전개되는 이야기를 알게 되면 소름 돋는 장면 중 하나다.
함은정은 가장 무섭고 소름 돋는 장면으로 극 중 춤과 랩에 뛰어난 '신지'로 나오는 메이다니(20)가 귀신을 만나는 신을 최고로 꼽았다. 함은정은 "이제까지의 공포영화에서는 절대 보지 못한 장면"이라며 "김곡'김선 감독의 파워를 느끼고 볼 수 있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함은정을 비롯해 메이다니, 변정수(37) 등 출연진이 순하고 좋게만 보인 형제 감독의 연출 능력에 감탄하고, 그들을 바라보는 시선을 다르게 만든 장면 가운데 하나다.
팬들의 관심과 환호를 받고 있는 3년차 아이돌 그룹 '티아라' '처음처럼' '보 핍 보 핍(Bo Peep Bo Peep)' '너 때문에 미쳐' '야야야(yayaya)' '왜 이러니'로 자신들의 주가를 높였고, 활발한 활동을 벌였다. 7월에는 새로운 앨범도 발표하는 등 여전히 눈코 뜰 새 없이 바쁘지만, 열정과 정열이 넘치는 그룹 활동은 현재도 변함없다. 더 열정적이고 강렬해졌다고 표현해야 맞을 듯하다.
"저희는 일단 무대에 설 때 노래 분위기에 충실하자고 해요. 물론 관객의 호응이 없을 때도 있죠. 하지만 그때는 오히려 '관객들을 열광하게 만들자'라고 다짐하고 무대에 올라가 노래하고 춤을 춰요."
동국대 연극학부에 재학 중인 함은정은 누가 뭐래도 이제는 자연스럽게 가수와 배우를 겸업하게 됐다. 그녀는 "올여름, 다른 공포영화들에 앞서 처음 공개되는 영화니까 즐거운 마음으로 많은 분들이 봐주시면 좋겠다"며 특유의 귀여운 미소를 지었다.
"참, 영화 속에 나오는 '핑크돌즈'의 '화이트'라는 노래 정말 좋아요. 유명 작곡가인 '신사동 호랭이'가 만들었어요. 저희도 너무 좋아하는 노래죠. 기회가 되면 4명이 '핑크돌즈'로 영화 홍보 무대에 섰으면 좋겠어요. 물론 '티아라' 멤버들에게 허락을 받아야 하지만요."(웃음)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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