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렁크 열어두고… 트렁크 열어두고, 17억 들인 시내버스 카메라 무력화
1일 오후 대구 북구 노원동 서대구고속터미널 인근. 고급 승용차 한 대가 시내버스 전용차로 안에 멈춰섰다. 차에서 내린 40대 여성은 차량번호판이 보이지 않게 트렁크 문을 열어 둔 채 건물 안으로 사라졌다.
뒤따르던 시내버스에는 불법 주정차 단속 카메라가 달려있었지만 소용이 없었다. 하늘로 향한 차량 번호판을 식별할 수 없었기 때문. 이곳에서 30분 동안 같은 수법으로 단속을 피한 승용차가 6대 더 목격됐다.
북구 산격동 산격대우아파트 인근에서도 단속을 피하려는 얌체 차량들이 자주 눈에 띄었다. 차량 번호판이 인도 쪽을 향하도록 걸쳐서 주차한 승합차와 종이나 판자로 번호판을 가린 화물차도 있었다. 일부 차량들은 아예 번호판 뒤에 대형 타이어를 세워두는'기지'도 발휘했다.
이날 취재진이 3시간 동안 시내버스를 타고 70여개 버스정류장을 돌아본 결과, 5개 정류장 주변에서 차량 수십여 대가 시내버스에 장착된 카메라의 단속을 피해 불법 주'정차를 하고 있었다.
시내버스 운전기사 박윤익(58) 씨는"교묘하게 번호판을 가린 채 장시간 주차한 차량들 때문에 정류장으로 접근하지 못해 승객들의 사고 위험이 크다"고 우려했다.
17억원을 들여 장착한 시내버스의 불법 주'정차 단속 카메라가 얌체족들 때문에 유명무실화하고 있다. 단속 카메라가 도로 진행 방향으로만 찍을 수 있다는 점을 악용해 교묘하게 뒷번호판을 가리거나 대각방향으로 주차를 하는 사례가 많다.
시내버스에 장착한 단속 카메라로 적발한 불법 주'정차 단속건수도 급감했다. 대구시에 따르면 지난해 1월 1천991건이었던 단속건수는 5개월 만에 40% 수준인 734건으로 줄었다. 월 600여 건을 유지하던 단속건수도 지난해 12월에는 392건으로 급감했다. 1년 만에 단속건수가 20%대로 떨어진 셈이다. 올 들어서도 단속 건수가 다소 증가했지만 월 600여건 수준에 머물고 있다.
대구시와 불법 주'정차 단속 업무를 맡고 있는 각 구'군청들은 책임 떠넘기기에 바쁘다. 대구시는 얌체족이 발견되면 직원들이 직접 단속에 나서거나 해당 구에 연락해 단속을 요청하고 있다.
그러나 각 구'군청은 인력 부족을 이유로 현장에 나오는 경우가 거의 없다.
대구 모 구청 담당은"8개 구'군의 단속인력을 모두 합쳐도 120여 명에 불과한데 대로변의 불법 주'정차를 모두 단속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해명했다.
장성현기자 jacksoul@msnet.co.kr 황희진기자 hhj@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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