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재성의 미국책읽기] 전문가의 정치적 판단:그것은 과연 옳은가

입력 2011-06-02 07:10:14

필립 테틀럭 저 /2006/프린스턴대학 출판부 펴냄

Expert Political Judgment: How Good Is It? How Can We Know?

사람들은 저마다의 방식으로 세상을 가늠하고 이해한다. 가능하면 최대한, 오차를 줄이고 편견이나 미망(迷妄)에 사로잡히지 않으며 냉철하고 이성적으로 현재를 파악하고 미래를 예측함으로써 자신들의 이해관계를 극대화하고자 한다. 그러나 편견과 미망에 따른 인식상의 오류나 잘못된 확률 계산에 따른 오류를 피하기란 쉽지 않다. 세상의 복잡함 역시 보통 사람들의 이해능력이나 범위를 넘어서기 일쑤다. 그래서 사람들은 전문가들의 견해에 귀 기울인다. 소위 전문가들은 더 많고 정확한 정보에 기초해서 더 정확한 판단과 예측을 할 것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수많은 전문가가 텔레비전과 신문 등에 등장하고 존재하는 이유다. 이들이 정확한 판단과 예측에 근거한 요약된 정보를 제공해준다면 보통 사람들은 그것들에 근거해 판단하면 될 것이다.

그러나 소위 전문가들은 보통 사람들보다 더 정확히 판단하고 예측하는가? 불행하게도 꼭 그렇지는 않다. 테틀럭 UC버클리대학 교수는 284명의 교수 및 언론인 등의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2만8천 가지의 정치 경제적 문제에 대한 예측을 하게하고 그것을 매우 간단한 컴퓨터 알고리듬에 따른 결과와 비교했다. 둘 사이의 정확도에서의 차이는 크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이것은 정치에 내재하는 본질적인 대립요소 때문이다. 정보의 수집과 분석에 있어 전문가들은 일반적으로 두 부류로 나눌 수 있다. 변호사류와 과학자류다. 테틀럭은 전자를 고슴도치(hedgehog)류, 후자를 여우(fox)류로 부른다. 전자가 의뢰인의 무죄 추정을 신념으로 그에 도움이 되는 정보를 수집하고 그것에 가치를 부여하는 반면 그에 반하는 정보는 버리거나 가치를 인정하지 않는다. 반면 후자는 적어도 정보 수집과 분석에 있어서의 편견은 없다. 가능한 모든 정보를 수집하고 그것들을 객관적으로, 가치중립적으로 분석한 후 그 경험적 정보를 가능한 선에서 일반화한다. 전자의 방식이 정보획득과 분석에 있어서 이데올로기적인 편견에 따른 오류를 피할 수 없다면, 그래서 당파적이라면, 후자의 방식에 따른 설명과 예측은 정치적 예리함 혹은 적실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전문가는 그들 스스로 전문가일 뿐이고, 그래서 이래저래 세상은 여전히 난해하고 판단과 선택은 언제나 스스로의 몫이다.

계명대 미국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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