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낚시성 스마트폰 '앱' 판친다

무료 앱 간판 걸고 교묘하게 사용료 빼내…피해구제 불가능

스마트폰 한 사기성 앱에 환불을 요구하는 항의성 댓글이 1천600여 개나 달려 있다.

# 40대 회사원인 이모 씨는 지난주 애플의 앱(애플리케이션) 스토어에서 TV시청 앱을 5달러에 결제했다. 하지만 다운로드 완료 후에도 앱이 작동되지 않았고 리뷰 평을 들여다보니 온통 사기앱이라며 환불을 요구하는 항의성 댓글이 수백 개가 달려 있었다. 이 씨는 "인기 앱 순위에 올라 있었고 필요한 앱이다 싶어 구매했는데 앞으로 어떻게 앱 스토어를 이용하겠느냐"고 말했다.

# 20대 대학생 박모 씨는 무료 앱을 다운받은 뒤 업데이트가 됐다는 표시를 보고 무심코 업데이트 버튼을 눌렀다. 이후 다운로드 과정에서 비밀번호를 입력하라는 창이 떴지만 무료 앱이라고 믿었기 때문에 비밀번호를 입력했다. 한 달 후 박 씨의 카드명세서에는 듣지도 보지도 못한 계정으로 이미 15달러나 빠져나간 뒤였다.

스마트폰 사용자가 1천만 명을 넘으면서 낚시성, 사기성 앱이 급증하고 있다.

이들 앱은 한 번 결제가 이뤄진 뒤에는 사실상 이의 제기나 환불 요청이 힘든데다 사기성 앱 제공 업체들도 결제액이 소액이고 소비자 항의가 쉽지 않다는 점을 악용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유료 앱을 받은 뒤 문제가 있을 경우 환불을 받기 위해서는 소비자가 직접 앱 제공 업체에 환불을 요구해야 하지만 외국업체가 많고 국내 업체도 접촉이 쉽지 않다"며 "이동통신사에 항의를 해 봐도 딱히 통신사들의 책임도 없다"고 밝혔다.

유료 앱 결제 금액은 대부분 0.9달러에서 2, 3달러 안팎으며 공식적인 피해 구제 기관이나 창구가 아직 없는 실정이다.

특히 무료 앱을 가장한 유료 앱 피해 호소도 줄을 잇고 있다. '무료'로 앱을 다운로드한 뒤 무심코 업데이트 버튼을 누르면 유료 결제가 진행되는 '낚시성 앱'이다.

무료 앱으로 알려진 한 고스톱 게임의 경우도 초기 다운로드에는 아무런 돈이 들지 않지만 이용하는 과정에서 아이템 등을 사다 보면 자신도 모르게 돈이 빠져나간다. 결제 버튼을 다운로드 동의 버튼을 누르는 것처럼 착각하게 만들어 돈을 빼가는 앱도 많다.

무료 앱을 다운받아 이용한 이모 씨는 "요금 고지서에 사용하지도 않은 콘텐츠 이용료 3만원이 부과돼 있어 알아보니 무료로 다운받은 게임 내에서 아이템을 구매한 것으로 돼 있었다"며 "해당 이동통신사와 게임 개발사에 항의를 했지만 '환불받을 수 없다'는 답변만 돌아왔다"고 말했다.

사기성 앱 피해를 막기 위해서는 소비자들이 '주의'를 기울이는 방법밖에 없다.

앱 개발자들은 "전 세계에서 하루에도 수천 개의 앱이 등록되고 있는데 그 중에서 사기성 앱을 일일이 걸러낸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피해를 본 이후 환불을 받을 수 있는 법적'제도적 장치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임상준기자 news@ms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