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영화] EBS 세계의 명화 '허망한 경주' 28일 오후 11시

입력 2011-05-28 15:21:20

20세기 초 미국 서부, 상금 2천달러가 걸린 말타기 경주가 열린다. 700마일(1천100㎞)에 달하는 코스를 며칠 간에 걸쳐 주파하는 이 대회에는 매춘부, 카우보이, 멕시코인, 전직 의용 기병대원, 도박사 등 총 9명이 참가한다. 그리고 이들에게 잠자리와 식사, 술 등을 제공하는 열차까지 특별 편성된다. 참가자들은 지도와 나침반을 이용해서 열차의 이동경로 주변에 있는 기점들을 모두 통과해야 한다. 신문기자와 도박사, 매춘부, 그리고 많은 구경꾼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혹독한 레이스가 시작된다.

험한 바위산에서부터 낮에는 뙤약볕이 내리쬐고 밤에는 혹독하게 추운 사막에 이르기까지 참가자들과 말 모두 극한의 상황으로 몰아붙이는 가혹한 코스가 이어진다. 참가자들은 무장 강도와 곰의 습격을 받기도 하고 말과 함께 벼랑에서 떨어져 강물에 빠지기도 한다. 말과 사람 모두 지쳐가는 가운데 한 멕시코인 참가자가 치통으로 고통을 호소하자 매춘부인 미스 존스(캔디스 버겐 분)와 전직 의용 기병대원 샘 클레이튼(진 해크만 분)이 그의 잇몸에서 고름을 짜내고 탄피를 이 대용으로 끼워준다.

이렇듯 참가자들은 서로 돕기도 하면서 고된 경주를 지속하지만 경기가 막바지에 이르자 체력이 소진된 군인 출신의 참가자가 사망하고, 사막을 달리던 말이 탈진해서 죽는 사고가 발생한다. 그리고 발을 헛디딘 말의 다리가 부러져서 어쩔 수 없이 총으로 쏴죽이는 상황까지 연이어 터진다.

한편 도박사 루크 메튜스(제임스 코번 분)는 우승 후보를 놓고 내기를 한 상태인데, 자신이 우승하면 1만4천달러를 버는 상황. 결국 친구이자 경쟁자인 샘 클레이튼에게 자신이 받을 배당금의 절반을 줄 테니 1위 자리를 양보해달라고 부탁하지만 깨끗이 거절당하는데….

진 해크만, 벤 존슨, 제임스 코번, 캔디스 버겐, 이언 바넨 등 화려한 캐스팅의 명연기와 거장 리처드 브룩스 감독의 연출력이 완벽하게 조화를 이룬 걸작이다. 1975년 오스카 작곡상과 음향상에 노미네이트되었고, 평균 5.5초마다 장면이 바뀌는 박진감 넘치는 화면을 선사해 눈을 즐겁게 한다. 감독인 리처드 브룩스는 '뜨거운 양철지붕 위의 고양이' '엘머 갠트리' '4인의 프로페셔널' '미스터 굿바를 찾아서' 등을 연출했다.

이대현기자 sk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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