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난 힘겨운 청춘이여 그대 언젠가는 꽃피리니…
예전에 고등학교에서 특강을 하던 중 생긴 일입니다. 이런저런 얘기 끝에 학생들이 "대학생이 되면 원없이 놀고 싶다"고 말하더군요. 대학생이 되면 미팅, MT, 술자리 등등을 즐길 자유를 얻게 되고, 마음껏 누릴 것으로 기대했나 봅니다. "지긋지긋 감옥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말도 했습니다. 괜시리 아이들의 꿈을 깰 필요가 없겠다 싶어 그냥 웃고 말았습니다.
대학의 낭만, 그것은 사라진 지 너무 오래돼서 아마 박물관에 가야 만날 수 있을 겁니다. 대학 입시는 전초전일 뿐이고, 취업 경쟁이 진짜 전쟁이라고 한다죠. 길이 뻔히 보이는 대학 입시와 달리 취업전쟁은 오롯이 혼자 싸우는 겁니다. 곳곳에서 먼저 고지를 점령한 친구들이 환호성을 외칩니다. 혼자 뒤처진 것 같아 겁이 나고, 승산없는 싸움이라는 불안감이 엄습합니다. 과연 이들은 무엇을 생각하며 무엇을 꿈꿀까요? 대학생 김명원 씨의 이야기를 통해 잠시 그들의 생각을 들여다 봅니다.
김수용기자 ksy@msnet.co.kr
20대가 말하는 행복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다른 사람들이 생각하는 행복은 과연 무엇일까?' 주저없이 '행복'을 검색해 봤다. 검색창 페이지는 수천 장을 넘어갔다. 노랫말에도, 자신을 표현하는 마음에도, 심지어 음식점 간판에도 행복이 쓰인다.
그런 중 한 문구에 눈에 들어왔다. '행복해서 웃는 거예요? 웃어서 행복한 거예요?' 누군가 이런 질문을 한다면 과연 무엇이라고 답했을까? 아마 이렇게 말했을 것이다. "행복하면 웃음이 나고, 웃는 표정을 지으면 그것을 행복으로 받아들이기에 둘 다 행복한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다가 갑자기 가슴 깊숙한 곳에서 먹먹한 마음의 울림이 쿵쿵 전해졌다.
'왜 이럴까?'하며 한참을 생각하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런 질문을 하는 사람은 그저 단순하고 간단명료하게 내 생각만을 묻는 게 아니었으리라. 아마 세상을 살며 억지로 행복을 표현해야 하는 일이 많기에 그런 물음을 던졌으리라.
'행복전도사'로 알려진 최윤희 씨도 얼마 전 안타깝게 스스로 세상을 등지고 말았다. 그토록 많은 사람들에게 행복을 전했으면서 왜 자신은 인생의 고통을 감내하지 못했을까? 행여 우리 사회가 그렇게 만든 것은 아닐까? 결국 세상 어느 누구도 다른 사람을 진심으로 이해할 수 없고, 아울러 어느 누구도 다른 사람의 행복을 만들어 줄 수 없는 것 같다.
아울러 다르게 본다면 이런 생각도 가능할 것 같다. '무조건 다른 사람들에게 보여지는 행복만을 추구했기에 정작 진정 행복한 삶이 무엇인지 진지하게 성찰하지 못한 것은 아닐까?' 사실 행복을 고민할수록 정답과는 멀어지는 것 같다.
지금껏 살아오며 일의 범위에 한계를 두지 않았다. 힘들 때마다 '유종의 미'를 생각하며 안간힘을 쏟았다. 어떨 땐 일이 너무 많아서 일주일 넘게 두 시간도 채 못잔 경우도 있었다. 내 형편을 아는 친구들은 "왜 굳이 그렇게까지 고생하냐?"며 안쓰러워한다. 하지만 이런 과정이 행복임을 믿는다. 고생 끝에 낙이 온다지만 그 고생이 행복임을 굳게 믿고 있다.
김난도 씨의 '아프니까 청춘이다' 중에서 좋아하는 글귀가 있다. '꽃은 저마다 피는 계절이 다르다. 개나리는 개나리대로, 동백은 동백대로 자기가 피어야 하는 계절이 따로 있다. 꽃들도 저렇게 만개의 시기를 잘 알고 있는데, 왜 그대들은 하나같이 초봄에 피어나지 못해 안달인가? 그대, 좌절했는가? 친구들은 승승장구하고 있는데, 그대만 잉여의 나날을 보내고 있는가? 잊지 말라. 그대라는 꽃이 피는 계절은 따로 있다. 아직 그때가 되지 않았을 뿐이다. 그대, 언젠가는 꽃을 피울 것이다. 다소 늦더라도 그대의 계절이 오면 여느 꽃 못지않은 화려한 기개를 뽐내게 될 것이다. 그러므로 고개를 들라. 그대의 계절을 준비하라.'
김명원(대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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