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운의 화가 이중섭(1916∼1956)이 남긴 '길 떠나는 가족'은 가로 64.5㎝, 세로 29.5㎝의 소품으로 그려진 작품이다. 농부 차림의 아버지가 아내와 아이들을 소달구지에 태우고 어디론가 가고 있는 모습으로 해맑은 가족들은 하나같이 즐거운 표정들이다. 아버지가 이끌어주는 소달구지 위에서 꽃을 뿌리고 비둘기를 날리는 아내와 두 아이의 모습은 어쩌면 행복이 넘치는 이상향을 찾아가는 즐거운 몸짓으로 강렬한 시선을 모은다. 소달구지 위에는 온통 꽃들이 흐드러지고 그 꽃은 소의 등짝과 길바닥에도 뿌려져 있다. 흐드러진 꽃은 어쩌면 이중섭이 추구하는 이상향을 상징적으로 묘사한 것이리라.
일본인 아내 이남덕(일본 이름 야마모토)과의 사이에 두 아들을 두었으나 6'25전쟁의 참혹한 상황에 휘말려 제주도까지 피란을 간다. 궁핍한 생활이었지만 그나마도 네 식구가 함께 부대끼고 뒹굴며 때론 웃음꽃이 피어나기도 했다고 한다. 그러나 극심한 생활고와 무력감을 견디지 못한 그는 일 년 만에 가족들을 처가가 있는 일본으로 떠나 보내게 된다. 홀로 남은 그는 언제나 사랑하는 가족과 재회의 날을 손꼽아 기다리며 고단한 삶을 버텨 왔으나 소박하고도 간절한 희망은 끝내 이루어지지 않았다. 이중섭은 1956년 그리운 가족을 가슴에 묻은 채 정신이상과 영양실조로 적십자병원에서 불귀의 객이 되고 만다. '길 떠나는 가족'은 이중섭이 가족에 대한 끝없는 그리움과 세상에 응어리진 한(恨)을 서럽게, 그리고 아름답게 승화시킨 작품이다.
이미애(수성아트피아 전시기획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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