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들여다보기] 의상'가발'분장

입력 2011-05-26 13:5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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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증과 상상력으로 풍부한 볼거리와 생명력 있는 캐릭터 표현

지난주에 이어 뮤지컬을 더욱 화려하게 만드는 요소에 대해 몇 가지 이야기를 더 해볼까 한다. 의상, 가발, 분장도 뮤지컬에서 볼거리를 풍부하게 할 뿐 아니라 캐릭터에 생명력을 불어넣는 역할을 하는 요소이다. 관객들은 무대와 마찬가지로 의상이나 분장에서도 시대적 배경을 읽을 수 있다.

19세기 말 파리를 배경으로 하는 '오페라의 유령'에서는 당시 유행했던 의상에 대한 고증을 거친 230여 벌의 화려한 의상과 그 시기에 유행했던 헤어스타일을 재현한 100여 개의 가발이 관객들의 눈을 사로잡는다. '명성황후'는 한국 고유 복식의 독특함과 고급스러움을 작품 속에 접목시키며 현대적으로 재창조된 의상들이 호평을 받았고, '미녀와 야수'에서 벨과 마을 사람들의 의상은 19세기 미국에서 유행했던 스타일이다.

때로는 시대를 고증하기보다는 디자이너나 연출가의 상상력을 의상이나 분장으로 표현하기도 한다. '아이다'는 고대 이집트를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의상이나 분장은 현대적인 해석을 통해 새롭게 창작되었는데 동양적인 느낌이 강하면서도 세련된 느낌을 준다.

작품 속 캐릭터가 사람이 아니라 동물이나 사물 같은 비현실적 존재일 경우 의상 디자이너는 무한한 상상력을 발휘해 새로운 캐릭터를 창조하게 된다. '라이언 킹'의 배우들은 머리에 동물 가면을 쓰고 동물 모형의 조각 인형 옷을 입고 등장하기도 하고 의상으로 정글 숲을 표현하기도 한다. '미녀와 야수'에서는 왕자를 야수로, 하인들을 살아 움직이는 촛대, 주전자 등으로 변신시키는 장면에서 의상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캣츠'의 가발은 돼지와 염소털로 만들어지는데 각자의 캐릭터에 맞는 색깔로 한올한올 심어 제작되며 개당 제작시간이 40~60시간 정도 소요된다.

뮤지컬에서 의상이나 가발은 시대 배경을 보여주는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등장인물의 신분이나 지위를 나타내며 배우 각자의 캐릭터를 구축하는 데 있어서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러면서도 배우가 무대 위에서 춤추고 노래하는데 거추장스럽지 않아야 하며 배우의 움직임과 표정, 그리고 무대의 전체적인 색깔, 조명 등과의 조화도 고려해야 한다. 이렇듯 다양한 요소들을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한 편의 뮤지컬 의상을 디자인하고 제작하기 위해서는 작품 규모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대개 3~5개월 정도가 소요된다.

뮤지컬에서 분장도 캐릭터와 밀접한 연관이 있다. '미녀와 야수'에서 야수의 분장에는 만만찮은 시간이 소요된다. 야수 분장에는 색조화장, 특수보형물, 가발로 역할이 분담된 3명의 분장사가 매달려 90분 정도가 소요된다. 제일 먼저 핀으로 머리 모양을 납작하게 만들고 가발 망을 씌워 고정시킨다. 이어 특수 분장용 보형물을 부착하여 야수의 얼굴 윤곽을 만든다. 다음 단계는 가장 손이 많이 가는 색조화장으로 먼저 기초화장을 통해 피부의 톤을 맞추고 빨간색, 검은색, 오렌지색 등 6가지 색깔을 조합해 '비스트 컬러'(Beast Color)라고 불리는 색조화장을 한다. 이어서 그 위에 미세한 선을 그려 넣어 야수 캐릭터를 또렷하게 만든다. 점묘(點描)를 이용해 모공과 털을 강조하고 파우더로 마무리한 후 보형물 여기저기에 털을 붙이고 가발을 씌우는 작업, 7겹에 달하는 의상 착용을 거쳐야 비로소 야수의 모습이 완성된다.

'캣츠'는 진짜 고양이라 착각할 정도의 분장술을 자랑한다. 고양이 얼굴 분장에 필요한 시간은 대략 20여 분. 분장 과정은 의외로 간단하다. 돌출된 얼굴 부위인 이마'코'입 주위를 흰색 분으로 칠한 후 연주황색과 비슷한 오렌지색 분을 나머지 얼굴 전체에 바른다. 그리고 가발의 색깔에 맞게 검은색과 빨간색 등으로 얼굴에 고양이 특징을 그려 넣고 가발과 의상을 입은 후 노출된 신체 부위를 분장하면 완벽한 고양이로 변신하게 된다.

이처럼 뮤지컬의 화려하고 완벽한 무대 뒤에는 보이지 않는 많은 사람들의 땀과 노력이 배어 있다. 의상이나 분장, 가발 등이 무대, 조명과 조화를 이루면서 스토리에 녹아들어가고 이러한 요소들이 배우의 표정 연기와 어우러질 때 관객들의 상상력을 증폭시키게 되고, 무대는 말 그대로 '환상의 세계'로 변하게 되는 것이다.

최원준 ㈜파워포엠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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