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 파고, 묻는 것 봤다" 前근무자 증언 잇따라

입력 2011-05-25 09:21:36

1970년대 직접 작업 참여 헬기장외 지역도 매립 주장

칠곡 왜관 미군기지 캠프 캐럴에 화학물질을 직접 옮겨 매립했거나 목격했다는 전직 근무자들의 증언이 잇따르고 있다. 특히 그동안 고엽제 매립지로 추정돼온 헬기장 인근 D구역 외에도 화학물질을 파묻었다는 증언이 나와 미군기지 전반에 대한 환경조사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1973년부터 2005년까지 캠프 캐럴에서 경비근무를 한 A(68'석정리)씨는 24일 본지기자와의 인터뷰에서 "1978년쯤 철조망 경비를 서면서 D구역 근처에 땅을 파고 화학물질을 묻는 것을 보았다"고 말했다.

A씨는"구덩이를 크게 팠다. 반경은 수십 미터, 깊이는 10m가까이 됐다. 낮에 혼자서 근무 서면서 목격했고, 다음날 근무 때도 땅을 파고 있는 것을 보았다"며 "그렇게 며칠에 걸쳐 구덩이를 파고 난 뒤 또 며칠 동안 화학물질을 실어 나르는 것을 보았다"고 증언했다.

A씨는 특히 "그때 매립한 위치를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다. 나중에 만약 조사단이 화학물질 매립 위치를 찾지 못한다면 내가 직접 찾아줄 수 있다"고 말했다.

1968년부터 1995년까지 캠프 캐럴에서 군무원으로 근무했던 김덕보(78) 씨는 화학물질 매립과정에 자신이 직접 참여했다고 증언했다. 김 씨는 "70년대 후반으로 기억한다. 당시 지게차로 화학약품을 직접 날랐고, 파묻는 것도 직접 봤다. 기지 내 근무하는 한국 사람들이 적지 않게 동원됐다"며 "헬기장이나 언론에 나온 D구역과는 다른 위치"라고 말했다. 김 씨는 "한나절 정도 2m 남짓한 얕은 구덩이로 화학약품을 날라 파묻었다. 고엽제인지는 확실하지 않지만 화약약품과 각종 폐기물이었던 걸로 기억한다"며 "기지 안에 들어가보면 당장이라도 어디 묻었는지 확인해줄 수 있다"고 했다.

서광호기자 kozmo@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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