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0자의 흉기' 트위터의 그늘

입력 2011-05-24 10:02:03

별 생각 없이 올린 이야기 퍼져 곤욕 일쑤

MBC 스포츠플러스 송지선(30) 아나운서가 23일 자신의 오피스텔에서 뛰어내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달 7일 새벽 자신의 트위터에 자살을 암시하는 글을 올린 지 16일 만이다. 전문가들은 트위터를 비롯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부작용이 송 아나운서를 죽음으로 내몰았다고 분석하고 있다. 140자 이내의 단문으로 소통하는 공간인 트위터가 답글인 '리트윗'을 통해 사적인 내용까지 사회이슈화하면서 극단적인 결과를 낳고 있다는 것이다.

◆사적인 얘기도 폭발력

트위터에 올린 개인적인 내용이 사회적인 논란이나 가십으로 확산되는 경우가 빈번하다. 숨진 송 아나운서가 트위터리안(트위터 사용자) 사이에서 '핫이슈'로 떠오른 것은 자신의 트위터에 올린'자살 암시글' 때문이었다. 그는"저를 데려가 주실 수 없다면, 힘을 주세요. 너무 고통스럽습니다. 수면제 3알째"라는 글을 올렸다. 이어 "뛰어내리려니 너무 무섭고, 목을 매니 아파요…. 이제 그만 편안해지게 해주세요 제발"이라고 썼다. 자살을 암시하는 듯한 글에 놀란 일부 팬들의 신고로 119구조대가 출동하는 소동도 벌어졌다.

이후 송 아나운서는 자신을 둘러싼 논란이 불거질 때마다 트위터에 해명글을 남겼다. 싸이월드 미니홈피에 두산베어스 임태훈(23) 선수와 관계를 적나라하게 묘사한 글이 공개되자"임태훈과의 관계에 대해 싸이월드에 올린 글은 내가 작성한 게 아니다. 임태훈과는 친한 누나 동생 사이다"라고 해명했다. 또 "다 내 잘못이다. 누군가를 사랑한 것조차 응원해주신 팬 여러분 정말 감사했습니다"는 글을 남기기도 했다.

앞서 이달 18일에는 한나라당 정책위원회 자문위원 박모(46) 씨가 트위터 상에서 전 대통령을 비난한 여배우 김여진 씨에게 욕설을 했다가 파문이 커지자 사퇴하기도 했다.

한 트위터 사용자는 "별 생각 없이 지도교수가 '변태'라고 욕하는 글을 올렸다가 해당 교수 귀에 들어가면서 곤욕을 치렀다"며 "트위터는 누군가 항상 지켜보고 있다는 생각을 해야한다"고 말했다.

◆트위터는 공적인 공간

전문가들은 트위터가 개인적인 공간이 아니라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고 주문하고 있다. 사적으로 남긴 글이라도 사회적 이슈와 결합할 경우 '리트윗'이라는 방식을 통해 순식간의 공적인 영역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

트위터가 '140자 이내'의 글로 소통하는 특성상 감정이 다소 과하게 표현되고 중간 설명은 생략한 채 결론만 쓰는 경우가 많아 오해의 소지도 크다. 실제 소설가 이외수 씨는 최근 MBC '나는 가수다'를 시청한 뒤 "예술을 점수로 매기는 것은 죄악이다"라는 글을 올렸다가 엄청난 비난을 받기도 했다.

또 트위터 사용자들이 거칠고 과장된 표현을 하는 경우가 많다. 자신과 의견을 같이하는 팔로어가 늘어날수록 자신의 영향력을 과신하는 경향이 있어 논쟁거리에 대한 과격한 표현을 하게 되는 경향이 있다.

전문가들은 트위터가 사적인 영역에 머물지 않는다는 점을 늘 기억해야 한다고 충고하고 있다. 지나치게 내밀한 글은 피하고 상대방에 대한 존중을 잊지 말아야 한다는 것.

김지호 경북대 교수(심리학과)는 "트위터는 개인적인 경험도 대중의 공감을 이끌어낼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이슈가 되는 것"이라며"과격한 표현에 대한 욕구와 그 결과에 대한 고려 사이에서 적당한 타협점을 찾아야한다"고 진단했다.

장성현기자 jackso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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