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반값등록금' 노선투쟁 조짐

입력 2011-05-24 10:50:26

대학생 등록금 반값 정책을 둘러싸고 한나라당 안팎에서 좌향좌 정책이라며 이견이 쏟아지고 있지만 황우여 원내대표 등 새 지도부는 강한 추진의사를 밝히고 있어 정책 추진 여부가 주목을 받고 있다.

특히 이 싸움이 4'27 재보선 패배 후 불거지고 있는 당내 신'구주류 간 노선투쟁 양상까지 포함하고 있는 것이어서 향후 당 운영의 주도권을 가늠할 수 있는 잣대라는 평가를 받고 있어 정치권의 최대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소장파를 비롯한 신주류는 친서민정책을 강화하려는 새 지도부의 의지에 지지를 나타낸 반면 친이계 등 구주류에서는 실현이 불가능한 '표(票)풀리즘'에 불과하다며 반발하고 있는 것이다.

황 원내대표가 밝힌 대학등록금 반값 정책은 그동안 기초생활수급자와 차상위 계층을 대상으로 실시돼 왔던 등록금지원제도를 소득 하위 50%까지 확대하는 내용을 담고 있는 것이다. 이는 최근 박근혜 전 대표가 유럽 순방 중 기자간담회 등을 통해 반값 등록금에 대해 언급한 것과 맥을 같이한다. 박 전 대표는 당시 "가난 때문에 교육의 기회를 박탈당하지 않도록 '새희망 장학기금'을 설치해 초'중'고와 대학의 등록금을 지원해야 한다"며 "한나라당이 작년 지방선거에서 약속했던 대학등록금 반값 정책도 저소득층 자녀에게 집중돼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황 원내대표에 힘을 실어주는 모양새다.

이 같은 황 원내대표의 구상은 집권당의 부실한 친서민정책이 지난해 실시된 지방선거는 물론 4'27 재'보궐선거 참패의 원인이었다는 자성에서 나온 것이다. 신주류로 부상한 소장파도 황 원내대표의 노선에 지지의사를 밝히고 있다. 성난 민심을 다독일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다. 특히 수도권 국회의원들의 경우 '이대로 가다가는 전멸'이라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는 상황이어서 당의 좌향좌 행보를 더욱 환영하고 있다. 수도권의 한 의원은 "지역 주민들의 싸늘한 반응을 온몸으로 체감하고 있다"며 "국민들의 요구를 받아 안는 것이 정당의 존립 목적"이라고 강조했다.

반발도 만만치 않다. 청와대와 정부는 한정된 정부 예산을 이유로 황 원내대표의 구상이 적절치 않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은 이달 20일 '야당을 따라가지 말라'고 언급하며 반값 등록금정책을 추진하고 있는 한나라당 새 지도부에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집권 여당으로서 현재의 예산 규모에서 실천할 수 있는 대국민 약속을 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청와대도 불편한 기색을 숨기지 않고 있다.

이 대통령의 이날 발언을 시작으로 당내 친이계 의원들의 성토가 이어졌다. 심재철 전 정책위의장은 "새로운 당 지도부의 정책 1호가 표(票)퓰리즘인가"라고 지적하며 "아무리 표가 급해도 우리의 재정에 맞지 않는 표퓰리즘을 내세워서야, 나라만 결딴난다"고 반대의사를 밝혔다. 심 전 의장은 대학에 대한 지원은 성과에 상응하는 방식이 적절하다며 성과와 상관없는 복지형태의 지원은 대학 구조조정을 더욱 더디게만 할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또 청와대는 물론 정부 쪽에서도 재원조달 실현 가능성을 문제 삼아 난색을 표하고 있다.

그러나 한나라당의 새 지도부는 24일에도 등록금 반값 정책 추진에 대한 강한 의지를 밝혔다. 황 원내대표는 24일 원내대책회의에서 "정책위원회를 중심으로 공론을 모으고 6월 중 국민 공청회를 열어 최종적인 결단을 내리겠다"고 말했다. 이주영 정책위의장도 "학교에 다니고 싶어도 돈이 없어 못 다니는 사람이 있어서는 안 되겠다는 기본 입장을 갖고 정책 마련에 임하고 있다"며 "오해도 없지 않으나 진짜 취지는 등록금 부담을 완화하자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상헌기자 davai@msnet.co.kr

유광준기자 june@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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