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엽제, '언제·어디'로 옮겼나

입력 2011-05-24 09:5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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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군 "화학물질·흙 40∼60t 캠프캐럴 밖 반출" 밝혀

23일 오후 칠곡 왜관 캠프캐럴 미군기지 정문 앞에서 폭스 미8군기지관리사령관(왼쪽)이 대구경북 진보연대 백현국 상임대표의 고엽제 매립규탄 1인 시위를 쳐다보며 지나가고 있다. 김태형기자 thkim21@msnet.co.kr
23일 오후 칠곡 왜관 캠프캐럴 미군기지 정문 앞에서 폭스 미8군기지관리사령관(왼쪽)이 대구경북 진보연대 백현국 상임대표의 고엽제 매립규탄 1인 시위를 쳐다보며 지나가고 있다. 김태형기자 thkim21@msnet.co.kr

고엽제가 묻혔다는 의혹이 제기된 칠곡군 왜관읍 주한 미군기지 캠프 캐럴 안에 1978년 화학물 보관창고의 화학물질을 기지 내 다른 곳으로 옮겨 매몰한 뒤 1979년과 1980년 기지 밖으로 반출한 기록이 확인됐다고 주한 미8군사령부가 23일 밝혔다. 또 기지 내 화학물질이 묻혔던 한 지하 관정에서 2004년 발암물질인 다이옥신이 검출됐다고 주한미군은 확인했다.

데이비드 폭스 미8군기지관리사령관(준장)은 이날 환경부, 국방부, 환경 전문가, 환경단체, 주민대표, 취재진 등 40여 명으로 구성된 민관 공동 현장방문단에 대한 캠프 캐럴 현장 브리핑에서 1992년 미 육군 공병단의 연구보고서를 인용해 "1978년 캠프 캐럴 내 화학물질을 저장하던 41구역에서 살충제, 제초제, 솔벤트 등 화학물질이 담긴 드럼통을 기지 내 헬기장 부근 D구역으로 옮겨 묻었다"고 밝혔다. D구역은 고엽제 매립이 의심되는 헬기장에서 150m 정도 떨어져 있다.

폭스 사령관은 "1979년과 1980년에 걸쳐 D구역에 있던 화학물질과 흙을 모두 파내 기지 밖으로 반출했는데, 그 양은 40~60t 정도"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기지 내 화학물질 반출은 통상적으로 미국으로 가져가지만 당시 반출이 한국 밖으로 이뤄졌는지, 언제 어떻게 반출됐는지는 정확히 알지 못해 계속 추적 중"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2004년 기지 내 D구역에 13개의 시추공을 뚫어 토양 샘플을 채취해 조사한 결과 1곳에서 다이옥신 1.7ppb가 검출됐다"며 "그러나 기지 내 지하수 관정을 통해 취수한 물을 음용수로 사용하고 있는데 가장 최근 확인한 2009년까지 우려 수준의 오염물질이 검출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다이옥신은 고엽제 가운데 독성이 강력한 '에이전트 오렌지'의 주성분으로, 1급 발암물질이다.

민관 현장방문단으로 참여한 이재혁 대구경북녹색연합 운영위원장은 "미군 측은 검출된 다이옥신의 양이 극히 적어 안전에 큰 문제가 없다는 반응을 보였지만, 철저한 조사를 통해 진상을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이인기 국회의원은 "미군 측은 살충제 등 화학물질을 매몰한 사실은 인정했지만 고엽제와의 관련성은 부정했다"며 "앞으로 조사단을 꾸려 원칙에 따라 신속히 조사계획을 세워야 한다"고 촉구했다.

장세호 칠곡군수는 "고엽제가 매몰됐는지 밝히는 일은 칠곡 주민의 생존권과 관련된 문제"라며 "하루빨리 전문가로 구성된 한미합동조사단을 꾸려 의혹을 깨끗이 해소해야 한다"고 말했다.

환경부 이호중 토양지하수과장은 "미군 측의 브리핑과 한국에 건네준 자료들을 검토하고 전문가들과 논의한 뒤 미군 측과 협의해 구체적인 조사계획과 일정을 잡을 방침"이라고 말했다.

미군기지 입구에서 1인 시위에 나선 백현국 대구경북진보연대 상임대표는 "미군의 고엽제 매몰 의혹은 자국민의 생명과 자주권에 관련된 문제"라며 "미군 측의 이야기만 듣고 면죄부를 주는 요식적인 조사가 되면 안 된다. 정부가 주도권을 가지고 제대로 조사하길 바란다"고 요구했다.

칠곡'김성우기자 swkim@msnet.co.kr

서광호기자 kozmo@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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