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피 몰리고, 첨단설비 투자… 지역섬유 체질개선

입력 2011-05-23 09:33:30

사양산업으로 불리던 섬유업이 다시 일어서고 있다. 국제 경쟁력을 회복하면서 지역 내 대학에 섬유 관련 과목 개설이 늘고 있고 업체들도 신규 투자에 나서고 있다. 정운철기자 woon@msnet.co.kr
사양산업으로 불리던 섬유업이 다시 일어서고 있다. 국제 경쟁력을 회복하면서 지역 내 대학에 섬유 관련 과목 개설이 늘고 있고 업체들도 신규 투자에 나서고 있다. 정운철기자 woon@msnet.co.kr

"대구 섬유와 패션 산업의 발전 방안에 대해 발표하겠습니다."

20일 오후 3시 대구 북구 경북대학교 경상대 강의실. 50여 명의 학생들의 눈이 강의실 앞 모니터와 발표자에게 집중됐다. 화면에는 수많은 섬유 관련 PPT가 쏟아져 나왔다.

'열적평형', '감온섬유', '마이크로캡슐' 등 갖가지 전문 용어들이 나왔고 이탈리아 섬유'패션 산업에 대해 발표하는 이들도 있었다. 한 학생은 "호황에서 하락의 길을 걷고 있던 대구 섬유가 최근 다시 살아나는 움직임이 많다"며 "기반 시설과 집적도가 좋은 대구 섬유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젊고 참신한 인력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수업은 일반 섬유회사 연구실 및 회의실 만큼 진지했다.

대구경북 섬유경기의 체질개선이 시작됐다. 2001년 이후 최대 호황을 맞고 있는 섬유업계에 젊은 피가 수혈되기 시작했고 IMF와 세계 금융위기를 거치고 살아남은 업체들이 첨단 장비 투자에 열을 올리고 있는 것.

▶젊은피 수혈

최근 급성장 중인 대구 섬유 업계에 젊은이들이 몰리고 있다.

대학에서 섬유 관련 학과를 지원하는가 하면 가업을 잇는 2세 경영자들이 속속 돌아오는 모습이다. 섬유 산업의 성장세로 지역대학의 섬유 관련 학과 경쟁률은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경북대(섬유시스템공학과)와 영남대(섬유패션학부), 금오공대(신소재시스템공학부), 경일대(자연계열자율전공학과) 등의 지난해 섬유학과 경쟁률은 평균 3.5대 1에 그쳤지만 올해는 경북대 16.5대 1, 영남대 6.5대 1 등 큰 폭으로 뛰었다.

이러한 인기를 반영하듯 최근 섬유 산업 경제학 강좌의 인기도 높다.

경북대에는 섬유개발연구원과 팀티칭으로 '섬유산업의 경제학'이라는 강좌를 개설했다. 강좌에는 60여 명의 학생들이 참여해 높은 수업 열의를 보이고 있다. 수업을 듣는 김운식(24) 씨는 "섬유업을 하는 지인이 졸업 후 함께 일해 보자고해서 한 번 배워보자는 생각으로 수업을 들었다"며 "수업을 듣고 발표준비를 하면서 대구의 섬유산업의 미래 성장성이 높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섬유개발연구원 문종상 팀장은 "강의내용과 학생들의 열의만 보면 젊은이들이 섬유를 기피한다는 소리는 거짓말처럼 느껴진다"고 말했다.

'불임(不姙)산업'으로 불리던 섬유 산업에서 가업을 잇는 2세들도 '젊은 피 수혈'에 한몫하고 있다.

㈜정안섬유의 류병권(45) 사장은 올해 회사를 물려받아 젊은 CEO로서 R&D 분야에 전력을 집중해 고부가가치 제품생산에 노력 중이다. A섬유업체 김창기(가명'38) 상무도 미국에서 하던 박사학위 공부를 접고 지난해부터 아버지가 운영하는 섬유 회사에서 경영수업을 받고 있다. 김 상무는 "아버지의 경영노하우를 전수받아 차세대 섬유회사로 키우겠다"고 밝혔다.

젊은 섬유업계 리더들을 위한 섬개연의 '섬유 산업 차세대 리더 양성 과정'에 2세대 젊은 CEO들이 몰리고 있다고 한다.

▶첨단으로 체질 변화

잃어버린 10년의 고통에서 벗어난 대구경북 섬유산지에 지난해부터 설비투자 열기가 다시 일고 있다.

IMF와 세계 금융위기 등 외부적인 요인으로 2만개 가까이 난립했던 섬유업체들이 대거 구조조정이 되면서 살아남은 알짜업체들은 앞다퉈 혁신직기를 도입하고 있다.

한국섬유직물수출조합 분석에 따르면 지난해 대구경북지역을 중심으로 도입된 현신직기는 레피어직기(RPL) 1천200대를 비롯한 에어제트(AJL) 460대, 워터제트(WJL) 1천 대 등 지난 한 해에만 2천800대의 혁신직기가 도입됐다.

또 올 1분기 중에도 레피어직기 1천200대와 에어제트 160개, 워터제트 350대 등 혁신직기 도입이 1천800대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적극적인 설비투자는 1990년대 후반 이후 처음이다. 혁신직기 외에도 국내 편직업계의 각종 니트기 도입도 지난해 2천500대에 달한 것으로 나타나 국내 직물 및 편직업체들 역시 설비투자를 늘리고 있다.

이 같은 설비 투자는 업계 CEO들이 향후 3~5년 동안 섬유수출이 늘 것으로 예상하고 있기 때문. 한 섬유회사 관계자는 "늘어나는 수출물량을 맞추기 위해 설치한 지 15년이 지난 노후직기는 물론 연한 10년이 지난 직기도 교체해 직물생산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11월 섬개연이 10인 이상 대구경북 섬유업체 108개 업체를 대상으로 '시설투자실적 및 투자계획'을 설문 조사한 결과 75%인 81개 업체가 향후 3년간 신규투자 계획이 있다고 응답했다. 신규투자액 규모도 예상액이 877억원으로 지난 3년간 투자된 513억원보다 크게 늘었다.

섬개연 관계자는 "젊은 인력이 계속 투입되고 새로운 기계가 들어오면 고부가가치인 첨단 소재 생산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어 앞으로 수출경쟁력이 강화될 것이다"며 "향후 대구경북 섬유산업이 전성기를 다시 누릴 날이 머지않다"고 예상했다.

노경석기자 nk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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