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르카'로 몸·머리 다 가려…'인권 침해'인가 '고유 문화'
실크로드의 여행이 막바지에 접어들면서 신장지역의 거리를 걸어 다니며 사람들을 직접 만나보고 싶었다. 특히 시커먼 베일을 덮어쓰고 빠끔하게 눈만 보이도록 하고 다니는 이슬람 여인들에 대해서 알고 싶었다. 특히 사진도 더 많이 찍으려는 의욕이 생겼다. 이슬람 여성은 엄청 보수적이어서 촬영하기는 힘들 것이라는 예상은 하고 있었다. 길거리를 오가는 피사체들은 멀리서 재빨리 망원렌즈로 찍고 그들이 다가오면 부근의 건물이나 거리를 찍는 척 하면 가능했다. 그러나 순간적인 스넵 촬영으로는 좋은 화질의 사진이 될 것 같지 않아서 만족스럽지 못했다. 신장 위구르지역에서 천년이 넘는 역사를 가졌고 최대규모의 시장이라는 카슈카르의 중앙바자르 부근을 어슬렁거렸다. 우리가 쉽게 볼 수 없는 복장을 한 여성과 직접 대화도 나누어보려 했다.
그 전에 조선족 가이드 청년에게 이슬람 여성의 복장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머리에 뭔가를 덮어썼다고 모두 같지 않고, 모양에 따라 이름이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먼저 일반적으로 자주 사용하는 '히잡'(hijab)은 스카프처럼 머리에 쓰고 상반신을 가리는 형태인데 얼굴은 개방한다. 이슬람의 전통의상에 대한 보통명사처럼 사용되기도 한다. 눈 외에 얼굴을 모두 가리는 베일인 '니캅'(niqab)이 무슬림 여성의 상징이랄 수 있다. 이보다 더욱 확실하게 가리는 것으로 '부르카'(burka)라는 것이 있다. 이 복장은 눈 부위조차도 망사로 가려 놓았다는 점에서 니캅보다 더 보수적인 의상이라 할 수 있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덮어쓰는 통옷 형태와 비슷해 보이는데, 니캅을 입을 때 머리와 몸 전체를 가리는 복장도 함께 착용하기 때문이다. 니캅은 전체 복장이 눈만 드러나 있어 언뜻 부르카와 비슷한 것처럼 보이지만 히잡에 코 아래로 얼굴 가리개를 덧붙인 것이다. 이란에서는 흔히 차도르(chador)라고 부르기도 한다.
쉽게 말하면 히잡은 얼굴을 드러내고 니캅은 눈만 보이도록 하고 브르카는 눈앞에도 그물 같은 망사가 가려져 있는 형식이다. 이슬람 여성들은 왜 그렇게 가리는 것일까. 그들은 한마디로 여성의 존엄성과 안전을 위해서 히잡을 쓰고, 머리카락과 목을 숨기고, 몸의 형태 등을 가족 이외의 남성에게 보이지 않으려고 한다는 것이다. 그동안 유럽은 물론 이슬람권 국가 내에서도 니캅과 부르카 착용을 둘러싼 논란이 이어져 왔다. 얼마 전 프랑스는 이슬람교도 여성들의 권익신장을 이유로 공공장소에서 니캅과 부르카 착용을 금지하는 법안을 가결하였다. 또 유럽의 몇 나라에서도 비슷한 법안 도입이 검토되는 등 니캅 퇴출 바람이 확산되고 있다.
한참동안 돌아다녀도 촬영대상이 될 만한 베일 쓴 여성을 만나지 못했다. 시장을 빠져나와 공원으로 들어갔다. 나무 그늘 아래 시장바구니를 옆에 두고 앉아있는 두 사람이 보였다. 무조건 손짓발짓으로 사진을 좀 찍자며 들이댔다. 젊은 여성은 아기를 안고 있는데 기겁을 한다. 나이든 할머니는 손사래를 치며 거부한다. 니캅 쓴 여성의 얼굴만 클로즈업으로 찍으려는 시도였다. 아기에게 사탕도 주며 부탁했지만 시어머니와 며느리 사이인 두 사람이 사진촬영을 허락할 수 없었을 것이다. 하도 끈질기게 붙어있으니 할머니가 부근에 있던 젊은 여성을 부른다. 결혼하지 않은 딸이었다. 마음대로 하라는 것이다. 딸도 웃으며 모델이 되어 주었다. 히잡 차림이었던 그녀는 손으로 갈색 스카프를 들어 니캅처럼 눈만 남기고 얼굴을 가렸고 이리저리 방향을 바꿔가며 마음껏 촬영할 수 있었다. 사진을 찍으면서 미묘하고 복잡한 감정을 느꼈다. 수줍은 미소를 감추는 이 이슬람 처녀는 은밀한 신비감과 동시에 알 수 없는 무게감이 깊은 눈동자에서 전해져 왔다. 언어가 통하지 않으니 연락처도 모르고 그것으로 다시 재회는 없겠지만 이슬람 여성과의 처음이자 마지막 만남이었다.
어느 학자는 이슬람의 베일은 여성의 삶을 제한하는 인권억압의 상징이기도 하지만, 서구 식민주의에 저항하는 민족정체성의 상징이기도 하다고 말한 적이 있다. 니캅은 인권침해이므로 금지해야한다는 입장과 고유문화에 대한 이해부족이라는 등 베일을 가운데 둔 문명의 대립이랄 수도 있겠다. 문화 상대성을 인정하여 일종의 '차이'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입장도 있다. 카슈카르 거리를 거닐어 보면 화려한 형태로 바뀐 히잡 차림의 도시여성들도 많이 볼 수 있다. 이러한 전통복식이 다양한 패션 아이템으로 상품화되어 유통되고 있다. 언젠가 대구의 블랙원단 제직업체들이 이슬람 국가에 차도르용 고급원단을 수출한다는 소식도 들은 적이 있다. 이제는 다양한 디자인들이 나와 하나의 패션으로도 주목받고 있기도 하다. 베일에 둘러싸인 이슬람 여성들의 삶이 검은 장막에서 탈바꿈되어 화려하고 아름다운 희망으로 디자인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글'사진 박순국 (전 매일신문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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