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과 가장 멀게 느껴지는 고통의 순간을 그린 대표적인 그림이 아름답다고 말한다면 모순일까? 그러나 고통도 미적 형식을 통해 표현되는 것이 대가의 명작이 지닌 더할 수 없는 매력이다. 십자가에 매달린 예수를 화면의 정중앙에 놓고 그림을 좌우로 크게 이등분하는 대칭적인 구도는 르네상스 양식의 특징적인 모습을 간직하고 있으면서 작품에 위엄을 부여한다.
수직으로 상승하는 배경의 구름 기둥과 함께 화면 상단으로 시선을 유도하는 그리스도의 위치는 관객으로 하여금 숭고한 마음으로 거룩한 희생을 우러러보게 하려는 작가의 고안이다. 종교를 떠나 순수한 조형적 요소로서 색채나 형태만으로도 충분히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고도 남음이 있다. 이 작품은 도쿄의 국립서양회화관에서 볼 수 있는 가장 인상적인 작품 가운데 하나다. 원전사고로 지금 도쿄 시민들의 상당수가 우울증에 시달린다는 말도 있는데 이 작품이 위로가 되었으면 좋겠다. 비슷한 구도의 또 다른 대작으로 채색이 더욱 빛나는 한 점이 뉴욕의 메트로폴리탄에 있으며 그 밖에도 여러 버전들이 있다. '책형도'로선 엘 그레코의 이 유형의 고안이 가장 아름답고 비장감이 넘치는 작품으로 꼽고 싶다.
김영동(미술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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