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미군으로 근무했던 미국인 3명이 1978년 칠곡군 왜관읍의 미군기지 캠프 캐럴에 묻었다고 증언한 다량의 고엽제는 미군이 DMZ 일대에 살포하고 남았거나 베트남전쟁이 끝난 뒤 한국으로 반입한 물량일 가능성이 높다. 캠프 캐럴은 주한미군의 군수지원 전담 기지다.
◆고엽제란
고엽제는 미군이 적의 은신처인 숲을 고사시키기 위해 사용한 맹독성 혼합제초제로 '에이전트 오렌지'(Agent Orange)라고 불린다. 미국은 1962년부터 1972년까지 10년간 총 1천900만 갤런의 고엽제를 베트남전쟁에 사용했다.
1999년에는 주한미군이 1960년대 말 비무장지대(DMZ) 남방한계선 이남 지역에 고엽제를 집중 살포한 사실이 드러나 파문이 일었다. 남방한계선 일대의 북한군 예상 침투로를 불모지화해 침투도발에 대비하기 위해서였다. 당시 제초제는 약 5만9천 갤런이 살포됐고, 이 중 독성이 강한 고엽제는 약 2만1천 갤런이었다고 국방부는 밝혔다.
캠프 캐럴뿐 아니라 전국에 산재한 미군기지에서도 고엽제와 같은 독성물질을 처리했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베트남전쟁 참전자 가운데 상당수가 지금도 고엽제로 인한 각종 질환에 시달리고 있다. 대한민국고엽제전우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말 현재 고엽제 후유증 환자는 3만5천363명, 후유의증(후유증 의심) 환자는 9만239명이다.
◆고엽제의 위험성과 대책
고엽제는 인체와 토양, 지하수 등에 치명적인 영향을 준다. 고엽제를 찾아서 수거해도 오염 성분이 100% 사라지지 않는 데다 공동조사와 배상 절차도 복잡하다.
고엽제를 땅에 묻으면 토양이 서서히 죽음의 땅으로 바뀐다. 고엽제로 인해 흙 속에 사는 미생물의 세포형태가 변하기 때문이다.
고엽제로 오염된 땅에 농사를 지으면 농작물 속으로 고엽제가 들어간다. 이 농산물을 먹은 초식동물과 육식동물 순으로 체내에 고엽제 내 다이옥신 등 발암 물질이 차차 쌓이게 되고 결국 인간 몸 속에 축적된다.
베트남전 참전용사 중 상당수는 두통, 현기증, 가슴앓이와 피부에 혹이 생기는 등 고엽제 질환으로 현재까지 고통을 받고 있다. 고엽제 환자들은 폐암과 전립샘암 발병 가능성이 높다. 혈관이 손상돼 심장질환이나 손발 저림, 운동신경 손상도 나타난다. 팔다리가 가늘어지면서 활동이 불편해진다.
고엽제를 묻은 지 30여 년이 지났더라도 꼭 찾아내 제거해야 한다. 매몰지가 파악되면 일단 해당 지역의 땅을 파서 고엽제를 뽑아내야 한다. 이후 인근 지역으로 옮겨 소각해야 한다.
고엽제를 찾아서 수거해도 오염성분이 100% 사라지지 않는다. 오랜 기간 땅속에 있었던 드럼통이 부식돼 고엽제가 유출됐을 가능성이 높다. 유출된 고엽제는 빗물과 함께 땅속에서 흐르다 인근 지하수에 스며들어 더 넓은 지역을 오염시키는 2차 피해가 유발된다.
환경부는 19일 한미주둔군지위협정(SOFA)의 환경분과위원회를 통해 주한미군 측에 사실 확인을 요청했지만 공동조사는 주한미군이 거부할 경우 성사되기 어렵다. 조사 결과 고엽제가 묻힌 사실이 드러나더라도 인근 주민들이 배상을 받기까지는 복잡한 절차가 남아 있다. 배상을 받기 위해서는 우선 고엽제로 건강 위해 등의 피해를 본 인근 주민 등 소송 주체가 있어야 한다. 이들은 SOFA 민사청구권 분과위를 통해 한국 정부에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재판 결과에 따라 한국 정부가 배상금을 지급하면 정부는 주한미군에 구상권을 행사하게 된다.
모현철기자 momo@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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